경찰, 신창원에 끝까지 '망신살'

07/28(수) 14:17

경찰이 신창원을 검거한뒤에도 결국 망신만 당한채 수사가 마무리되고 말았다.

신창원 특별조사팀은 신을 검거한지 1주일만인 7월23일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조사한 내용보다는 의문점만 더 남겼다는 지적이 높다.

특별조사팀장인 김명수 경기지방경찰청 차장은 “이번 사건만큼은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당초 목적을 상당부분 달성했다”고 자평하면서도 “강도·강간사건에 대해서는 범행사실을 철저히 부인하는 바람에 수사에 애를 먹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특별조사팀이 밝혀낸 신의 교도소 탈옥후 범행은 모두 97건으로 피해금액은 4억8,769만755원. 이중 경찰은 신이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20여건을 제외한 68건의 범죄사실을 자백받았다. 경찰은 특히 이중에 신고되지 않았던 29건도 신의 입을 통해 새롭게 밝혀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경찰 종합수사결과는 얼핏 보기에도 허술한 부분이 너무 많다.

경찰은 수사착수 당시 신의 짓으로 보이는 범행의 피해금액이 5억4,000여만원에 이른다고 했지만 이는 청담동 인질강도사건(2억9,000만원)과 한남동 절도사건(1,000만원) 등 굵직굵직한 범행과 아직 남아 있는 수십점의 장물을 제외한 것이어서 경찰의 이번 발표는 피해금액으로 따져도 신빙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 신이 훔친 귀금속만 198점이며 이중 109점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경찰의 발표가 신이 저지른 범행의 ‘전모’라고 믿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신의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특별조사팀 관계자는“아직 확인안된 것 여러 건이 있고 확인해야 되는 장물도 많이 남았지만 신과 피해자가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청주의 강간사건도 피해자의 진술이 확실치 않고 신이 극구 부인하는데도 범행리스트에 집어넣는 등 그동안 미제사건중 신의 행적과 비슷한 부분을 끼어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의 은신행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데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신은 지난해 1월 충남 천안의 광덕산 산천가든앞에서 경찰에게 붙잡히기 직전 팔에 깁스를 한 상태에서 경찰관과 격투를 벌여 총까지 빼앗아 도주했다. 이후 경찰은 이 일대를 완전히 포위한 채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경찰이 신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신은 이미 자동차로 1시간이 넘는 거리인 조치원 양지원 정신병원까지 달아나 주변 짚단속에서 3~4일을 은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신이 어떻게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조치원까지 달아났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신은 같은해 3월 전북 김제군 금구면 대화리 신선휴게소에서 경찰을 피해 달아나 정읍시 감곡면 용강마을의 빈집에서 은신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경찰은 신이 빈집에 은신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 대대적인 빈집수색을 벌였으나 신이 은신한 빈집만은 기가 막히게 피해나갔다.

신은 또 올해 1월 전북 익산의 호프집에서 경찰에 임의동행돼 파출소앞까지 갔다가 달아난뒤 천안시내로 들어와 주유원이나 다방종업원 등과 애정행각을 벌였으며 청주시 봉명동 순천향병원 부근에 차를 대놓고 잠을 자기도 했으나 경찰의 방범순찰에도 걸리지 않았다.

신이 검거된뒤 특별조사팀이 신의 행적을 조사한 기간은 1주일. 그것도 매일 부산교도소로 찾아가 신의 입에 의존하거나 신이 다분히 의도적으로 작성한 일기에 근거해 진행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조사는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들었다는 지적이다. 각 지방경찰청에서 차출된 인력으로 구성된 특별조사팀에 내분까지 벌어졌다.

특히 신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수록 경찰의 비리나 은폐사실이 드러나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가중되자 서둘러 마무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경찰은 신을 붙잡고도 징계자 숫자만 늘린 채 수사기록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일단 신의 검거이후 드러난 경찰관들의 안이한 행태가 대부분 직무수행과정에서 이뤄진 만큼 자체 징계사안이라고 보고 있으나 몇몇 건에 대해서는 보강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혀 사법처리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검찰은 경기경찰청 소속 경찰관의 신의 동거녀(31) 성폭행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전씨의 고소가 뒤따를 경우 성폭력처벌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적용해 구속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택시운전사에게서 탈옥사실을 신고받고도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아 초동수사에 차질을 빚게해 결국 신의 조기검거기회를 놓친 부산 강서경찰서 관련 경찰관중 일부에 대해서는 직무유기죄 등을 적용해 사법처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경찰은 2년6개월간 시달려왔던 ‘신창원 가위눌림’에서 깨어났지만 악몽의 후유증은 당분간 계속돼 경찰의 염원인 수사권 독립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신창원 사건을 계기로 땅에 떨어진 신뢰를 되찾는데는 상당기간 뼈를 깎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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