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으로 보는 조상들 지혜] 서울 종로구 교동

07/08(목) 11:01

우리 땅이름에는 교동(校洞)이라는 이름이 나라안에 드문드문있다. ‘교동’은 옛날에 향교(鄕校:오늘날 공립중, 고등학교에 해당)가 있었던 동네를 두고 일컫는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를테면, ‘향교- 교리- 교동’으로 땅이름이 붙는가 하면, ‘향교말- 생교말- 생기골’로 되면서 엉뚱하게도 ‘생기(生基)말’ 또는 ‘생곡(笙谷)’으로 변음이되기도 한다. ‘향교’의 ‘향’이 ‘생’으로 되는 것은 우리말에 ‘ㅎ’과 ‘ㅅ’이 서로 넘나들기 때문이다. 형님- 성님이 그 보기이다.

또, 나라안에 글골(書院谷)이 드러 나타나는데 이는 옛날에 그 곳에 서원(書院:오늘날 사립중, 고등학교에 해당)이 있었는데서 비롯된 땅이름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교동도 옛날에 향교가 있었는데서 비롯된 것.

그 ‘교동(校洞)’이라는 학교(향교)마을에 걸맞게 올해(1999년)로 개교 제105주년을 맞는 교동초등학교가 있다.

‘학교’라는 말은 우리선조들이 향교, 서원, 학당 등 여러가지로 나타냈지만 서양에서 스쿨(school)은 원래 레저(餘暇)를 뜻하는 그리스어 스코레(Schole)에서 왔다고 한다. 매일 학교 공부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이 이런 뜻을 안다면 쾌재를 부를지 모른다. ‘학교란 원래 공부보다는 노는 곳이 아니더냐’고. 그러나 초등학교를 가르키는 프라이머리(Primary) 스쿨이나 엘레멘터리(Elemantary) 스쿨의 뜻을 제대로 안다면 이내 엄숙해질 것이다.

프라이머리가 ‘제일의, 수위(首位)의, 1등의’뜻이라는 꾸밈씨 ‘프라임’에서 파생한 ‘최초의, 근본적인’이라는 뜻인데다가 엘레멘터리 역시 요소(要素), 원소(元素)를 뜻하는 엘레멘트에서 파생했다는 것을. 그만큼 초등학교란 인생과 배움의 요소와 원소가 여물고 맺히는 첫 기지이자 정서와 추억의 발상지(發祥地), 최초의 동화속같은 아련한 동창(同窓)이기도 하다.

교동초등학교는 우리나라 초등교육의 효시이자 산역사다.‘구한국외교부속문서’1894년 9월14일자에는 ‘사범학교와 소학교 양교의 개혁을 본일 18일로 정하였으니, 천거자(입학생) 명단을 금일내로 고쳐 보내주기 바라며, 학도들은 개학 하루전에 모두 교동에 모여주기 바란다’라며 학교탄생을 알리고 있다.

개교당시의 이름은 ‘관립교동소학교’. 그러나 초창기때의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이 기록들은 1900년과 1927년에 일어난 두차례의 화재로 모두 불타버렸다. 2회 졸업생인 윤보선 전대통령은 회고담에서 ‘나는 초등학교에 여덟살에 입학해 열두살에 졸업했다. 학생들의 나이는 대부분 여덟살에서 열다섯살 사이였는데 그 가운데는 장가를 들어 노란 갓(초립)을 쓰고 다닌 이도 있었다. 또, 한일강제합방전까지 교동학생의 복장은 바지저고리에 두루마기를 입고 돌띠 고름을 오른쪽 배에 맺었다’고 당시를 그리고 있다.

졸업생수는 지금까지 3만1,000여명을 넘는다고 한다.

서울 장안 북촌의 명문대가들이 몰려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 졸업생가운데 저명인사들이 꽤 많다.

윤전대통령을 비롯해 윤치영 전서울시장(3회), 김상협 전국무총리(23회), 아동문학가 윤극영 선생 등이 있으며 이밖에도 소설가 심훈, 아동문학가 윤석중, 연극인 이해랑 등 사회 각계에서 커다란 발자욱을 남긴 인사들이 많다.

105년전의 어명(왕명)이 오늘의 학교에 그대로 남아 어린이들에게 조상의 얼을 심어주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역사적 존재가치는 크다할 수 있으니, ‘교동(校洞)’이란 땅이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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