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누구말을 믿어야 할지...

07/15(목) 13:35

91년 처음 제기됐던 원로화가 천경자(75)씨의 ‘미인도’위작 시비가 8년만에 다시 불거졌다. 고서화 위작 및 사기판매사건으로 7월7일 구속된 동양화 위조범 권춘식(52)씨가 “91년 위작시비를 낳았던 천경자화백의 미인도는 내 작품”이라고 진술하면서 재연된 미인도 위작 시비는 단순히 천씨의 명예회복 차원이 아닌 국립현대미술관의 공신력 실추까지 몰고 갈 수 있는 미묘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미술계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진짜다”

물론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측은 여전히 진품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준모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8일 “미인도는 91년 당시 현대미술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에 작품 감정을 의뢰, 한국화랑협회가 이미 결론을 내린 확실한 진품”이라면서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결과를 지켜 본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현대미술관측은 권춘식씨가 ‘미인도’를 그렸다고 진술한 시점인 84년보다 4년이나 앞선 80년 5월 이 작품을 입수했다면서 권씨 진술 자체에 의혹을 나타내고 있다. 미술관에 따르면 이 미인도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소장품이었다가 79년 국가가 환수, 재무부, 문공부를 거쳐 80년 미술관측으로 넘어왔다는 것. 또 천씨의 채색화는 작업기법이 복잡해 오랜 시간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결코 흉내내기 어려운 기술로 제 아무리 솜씨좋은 위조범이라도 20년전 이런 그림을 그릴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채색화는 일반적으로 일본물감인 수간채색과 아교를 사용해야 하고, 종이를 여러겹 붙이는 배접 과정을 익혀야 해 수묵화만 전문으로 제작해 온 권씨로선 불가능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권씨는 주로 청전 이상범의 작품을 전문으로 위작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작가인 천경자씨 본인이 진품이 아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또 미술계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 기회에 확실히 진위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술계 일부에선 이번 기회에 입자분석 등 과학적 감정법을 동원해 진위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도 진위여부를 가릴 수 없다면 권씨에게 실제로 미인도를 다시 그려보라고 하든지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같은 그림을 놓고 위작시비 이처럼 반복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화랑협회 위원인 최병식경희대교수는 “감정사 제도 신설, 첨단과학 시설을 이용한 감정방법의 개선, 다양한 전문가들의 감정 참여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인도’ 논쟁 이후 미국 뉴욕의 딸 집에 거주해왔던 천씨는 현재 카리브해 아루바에서 맏딸과 함께 스케치 여행 중이다.

송영주·문화부 차장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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