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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가셰의 초상' 화려한 외출

가난과 광기, 실연의 연속, 37세의 자살, 세계 최고의 그림값, 동생과 나란히 잠든 이국의 초라한 공동묘지.

신화가 된 불멸의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죽기 한달전에 그린 ‘의사 가셰의 초상’이 한세기 뒤인 1990년 경매에서 8,2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낙찰되면서 프랑스 의사 폴 페르디낭 가셰(1828-1909)는 때마침 고흐 서거 100주년 무드에 차있던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의사 가셰는 지금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세잔에서 반 고흐까지-의사 가셰의 콜렉션전’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찢어지는 가난속에서 언제쯤에나 카페에서 전시회를 열 수 있을까, 그날을 꿈꾸었던 고흐. 이제는 고흐의 모델도 전시회를 갖는 시대다.

고흐가 예술인의 이상향 건설을 꿈꾸며 정착한 남불 아를르에 고갱을 초청하여 공동생활을 한지 두달. 고흐는 예술관의 차이로 고갱과 크게 다툰뒤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른다. 그리고 창작과 광기를 오간 정신병원의 입원생활. 고흐는 1890년5월 동생 테오의 권유에 따라 27개월을 보낸 프로방스의 태양과 들판을 등지고 파리에 돌아온다.

고흐는 도회의 소음을 견딜 수 없었다. 들판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평생동안 정신적, 물질적 후원자인 동생이 주선한 대로 파리 서북쪽 교외 오베르 쉬르 와즈로 떠났다. 동생의 부탁에 따라 그를 맞은 것은 의사 가셰였다.

스스로 화가이면서 골상학자, 수상학자에다가 식물치료학에도 능했던 가셰박사는 아직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던 모네 세잔 피사로 르노와르 등 인상파 화가들과 교분하면서 애호하는 그림들을 모았다. 보들레르 빅톨유고등 문인들과도 사귀었다. 때로는 치료비조로 그림을 받았다.

30세때 우울증 연구로 박사학위를 딴 가셰는 1주일에 한 두번 고흐를 식사에 초청했고 그의 딸 마르그리트는 고흐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었다. 고흐는 ‘의사 가셰의 초상’을 그렸다. ‘가셰의 정원’과 ‘피아노를 치는 마르그리트의 초상’도 그렸다. 이런 가족적인 유대는 병고에 지친 고흐에게 큰 위안이었다. 가셰는 테레핀유에 중독된 고흐에게 병은 생각말고 그림에 전념하라고 권유했다고 고흐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히고 있다.

그래서 고흐는 거의 하루에 한 폭을 그렸다. 그런 고흐가 돌연 7월27일 한 농가의 뒷뜰에서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쏜다. 치명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셰는 고흐의 가슴에서 총알을 뽑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두 명의 의사가 ‘방관’하는 가운데 고흐는 죽어가는 침대에서 30시간이나 파이프 담배를 피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890년 7월29일 새벽1시30분 고흐는 37년의 소설같은 생을 마감했다.

예술사가인 피에르 카반은 몇해전 이렇게 결론내렸다. “고흐는 자살했지만 그를 죽인 것은 타인들이다.” 고흐에게 화가로서 인정받는다는 기쁨을 처음으로 주었던 가셰. 고흐가 동생의 짐을 덜어주려고 했을 수도 있다. 가셰는 창녀들과 어울리던 고흐와 그의 딸 마르그리트와의 애정을 용납못했을지도 모른다. 또 의사이면서도 수술을 싫어해 고흐를 죽게했을지도 모른다. 고흐는 ‘가셰가 의사일에는 상심한 홀아비 같지만 예술에는 열광적이다’고 평했다.

가셰는 고흐가 다락방에 남긴 그림들을 가져갔다. 그는 모은 그림들을 화가였던 아들에게 남겼고 아들은 40여년이 지난 2차대전후 일부 팔고남은 그림들을 미술관에 기증해 정부로부터 레종도뇌르훈장을 받았다.

가셰의 아들은 아버지가 물려준 그림의 관람은 커녕 사진도 못찍게 하면서 세상과 격리했다. 때문에 혹자는 그가 위작을 만든 것은 아닌가하고 의심한다. 컬렉션중 고흐가 그린 소나, 세잔이 그린 정물은 너무 조잡하다는 것이다.

김영환·한국일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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