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비디오] 절대고독속에 싹트는 인간과 동물의 사랑

‘사막 위의 열정 A Passion in the Desert’(중가 등급, 우일 출시). 제목만으로는 사막이라는 이국적인 공간에서 불타오르는 남녀간의 사랑 영화로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사랑은 사랑이되 남녀가 아닌 남자와 동물, 좀더 구체적으로는 군인과 표범의 사랑 이야기다. 물론 디즈니 영화사가 주로 만드는, 동물이 등장하는 온가족용 영화의 감동, 건전함, 해피 엔딩과는 거리가 멀다. 사막 지대에 홀로 남게된 군인과 그곳을 지키고 있던 표범이 공간과 물과 식량을 공유하면서 차츰 서로를 절대 고독의 동반자로 받아들이게 된다. 일상적일 수 없는 내용이 말해주듯 영화는 인간의 생존, 그 자체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원작은 발자크의 동명의 소설. 하버드대학에서 시학을 전공했다는 여성 감독 라비니아 쿠리에가 원작을 읽은 감동을 7년의 준비와 3년의 촬영 끝에 98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요르단 사막 지대에서 쌍둥이 표범을 데리고 촬영한 감독의 열정을 영화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영화 감독이 꿈꾸는 세계가 다양하면 할 수록 관객의 감상 폭이 넓어지기 마련이지만, 여성이 이런 소재를 데뷔작으로 택했다는 사실은 관심을 배가시키지 않을 수 없다. 이집트, 프랑스, 영국, 미국, 요르단을 제작에 끌어들인 다국적 작품.

1798년 나폴레옹의 군대는 이집트 사막 깊숙이 들어가 마메루크 전사들을 쫓고 있었다. 클레버 사단의 정찰 대원 오거스틴 도베르 대위(벤 다니엘스)는 나폴레옹의 특명으로 노화가 벤추어(미셸 피콜리)를 수행하고 있다. 사막의 신비와 이집트 문명의 위대함에 매료된 화가는 베드윈족의 기습 한 가운데서도 초연하게 그림을 그린다. 또한 스핑크스를 향해 대포를 쏘아대며 “당신같은 귀족을 위해 노예들이 세운 오래된 돌덩이일 뿐”이라고 조소하는 무지한 군인들과 싸운다.

죽은 군인의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 마지막 남은 물 한 방울, 자신의 침으로 물감을 개어쓰면서까지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문명화된 인간을 상징한다. 그러나 화가는 사막의 더위, 굶주림에 지쳐 자신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 미의식이 남달랐지만 생존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던 화가의 자살, 즉 문명이 스러진 후 젊은 군인은 원주민들에게 쫓겨 사막 한가운데 암벽 동굴로 피신한다. 이 동굴의 맹주인 표범과 정을 들이는 과정은 생 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서 왕자와 여우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불안과 경계를 넘어서 손등을 핥아주고, 입을 맞추고, 함께 놀다가 잠이 들면서 청년은 점차 표범을 연인처럼 여겨 사막의 열정이라는 뜻의 시뭄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러나 “그녀는 사막처럼 희고 사막처럼 갈색이며 고독과 정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나레이션을 끝으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물론 인간의 잘못에 의해.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5월 제2829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5월 제2829호
    • 2020년 05월 제2828호
    • 2020년 05월 제2827호
    • 2020년 05월 제2826호
    • 2020년 04월 제2825호
    • 2020년 04월 제2824호
    • 2020년 04월 제2823호
    • 2020년 04월 제2822호
    • 2020년 03월 제2821호
    • 2020년 03월 제2820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이탈리아 피렌체 이탈리아 피렌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