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우리 민족의 뿌리를 밝힌다

07/08(목) 10:56

우리 민족은 어디서 왔을까?

이 질문은 바로 상고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고조선은 물론이고 고구려까지도 상고사는 여전히 비밀에 싸여 있다. 학계도 강단사학과 재야로 나뉘어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학자들은 중국 고대 역사책에 ‘동이족(東夷族)’이라는 표현이 나오기만 하면 바로 현재 남북한에 거주하는 한민족의 직계조상인 것처럼 해석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동이족은 정확히 누구였을까?

문제는 우리가 상고사에서 한민족의 영토였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중앙아시아사를 연구하는 서양학자들에 따르면 당시 상당 부분 북방 유목민족들의 영토로 돼 있다는 점이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북방 유목 민족과 ‘당시의 우리 민족’은 한 데 섞여 살았을 만큼 분화가 덜 됐거나 밀접한 친화성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역사책에 나오는 흉노·오환·선비·유연·돌궐·회골·거란·여진족은 물론 오늘날까지 후예가 남아 있는 몽골과 만주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 여기 있다. 그러나 북방 유목민족에 대한 우리 학계의 연구는 무인지경이라 할 만큼 황무지다. 대부분의 유목민족이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고 게다가 문자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역사를 복원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반가운 책 2권이 나란히 나왔다.

한 권은 국립민속박물관 박원길 전문위원이 쓴 ‘북방민족의 샤마니즘과 제사습속’(국립민속박물관(02-725-5964) 발행, 비매품), 또 한 권은 강원대 사학과 주채혁 교수가 번역하고 주석을 단 ‘몽골구비설화’(백산자료원(02-2268-8668) 발행, 1만7,000원)이다.

‘북방민족…’은 3년여에 걸친 문헌조사와 현지조사를 통해 고대에서부터 최근까지 북방 유목 민족의 세계관과 민속을 밝혀낸 역작이다. 이를 통해 우리 민족과 북방 민족의 친화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몽골구비설화’는 중국 내몽골자치주에서 펴낸 중국어판 몽골민담집의 고유명사를 몽골어로 일일이 확인해 번역한 것이다. 우리 설화와 비슷한 내용이 많다. 예를 들어 ‘모래언덕 나라’에는 우리의 ‘나뭇꾼과 선녀’ 이야기가 거의 그대로 게재돼 있고 ‘황금매’에는 ‘흥부와 놀부’에서 박타는 이야기가 호리병박 타는 이야기로 실려 있다.

채 교수는 몽골 연구가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몽골에서는 우리를 ‘솔롱고스’(무지개의 나라)라고 부른다. 그러나 1921년 공산 혁명 이후 새 교과서로 교육받기 이전의 동부 몽골에서는 ‘고올링올스’ 곧 ‘고올리의 나라’라는 호칭밖에 몰랐다고 한다. 이와 함께 흥안령 서북부 홀룬보이르 초원 언저리에서 한 종족이었던 몽골과 ‘고올리’가 서와 동으로 갈려나왔다는 구비전승사료나 베 수미야바아타르 교수가 고구려 동명성왕이라고 추정하는 고올리칸의 훈출로(석인상·石人像)가 보이르 초원 남쪽 언저리에 실존하고 있다는 점, 흥안령 서부 중남부에 있는 다리강가 초원이 한때는 고올리땅이었다는 난생 처음 듣는 희귀한 이야기들은 모두 현장을 답사·발굴하며 구비전승사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찾아냈다.”

이광일·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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