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황제를 키운다] 키즈 마케팅 "불황을 몰라요"

08/10(화) 14:45

‘어린이를 잡아라’

IMF로 전에 없는 불황기였던 지난해 국내 의류시장에서 유일하게 예년 수준을 유지해온 분야가 있었다. 바로 유아와 어린이용품 시장. 전반적인 수입 감소로 외식비는 줄일수 있을 망정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의 것만은 건드리지 못하는 절대 성역으로 남아 있었다.

서울시내 A백화점 어린이·유아 의류 용품 코너에 자리잡고 있는 ‘마마앤베이비’매장. 국내에 몇 안되는 일본제 핸드메이드 여자 어린이 의류 수입 전문업체인 이곳에는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3~6세의 미취학 여아들에 어울리는 앙증맞은 파티복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우리 딸을 ‘공주’처럼 꾸며고 싶은 부모라면 한번쯤 탐이 날만도 하다. 그러나 정작 옷에 붙어 있는 가격표를 보면 어지러울 정도다.

성인옷 뺨치는 고가, 품귀현상 빚기도

미취학 여아를 대상으로 하는 이 매장의 가을철 유아용 드레스는 보통 39만9,000원, 레이스가 달린 밀집 모자는 10만9,000원이다. 여기에 이 드레스와 어울릴 만한 구두에는 11만9,000원의 정가표가 붙어있다. 머리핀이 3만9,000원, 흰양말도 2만9,000원이나 된다. 한마디로 이곳 제품으로 모자부터 드레스, 양말, 신발까지 세트로 꾸밀 경우 무려 70만원이 드는 셈이다. 일반 회사원의 한달 월급의 절반 수준이다. 이것은 가을 상품이라 저렴한 편이라는게 이곳 매장 직원의 이야기. 모직 등 원단에 비싼 겨울옷은 이보다 30~40% 더 비싸다.

이처럼 성인옷 뺨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물건은 없어서 못파는 경우가 다반사다. 주 고객층이 상류층이어서 전략적으로 고가 판매 정책을 활용, 많은 수량을 수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엔고 현상이 심화됐던 지난해 IMF때는 다양한 사이즈를 수입하지 못해 한때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이 회사 기획담당자는 “아동복인 까닭에 다양한 사이즈를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국산에 비해 다소 비싼 것은 사실이나 지난해 IMF때도 크게 타격을 받지 않았을 만큼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며 “일부 고객은 아이 체격에 맞는 사이즈를 확보하려고 신제품이 나왔는지 수시로 전화로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고가 유아·아동 의류로는 ‘샤리템플’, ‘미키마우스’등이 있는데 이들 모두 일본에서 완제품으로 수입한 것들이다. 이들 고가 수입 유아·아동 의류점은 한 매장에서만 연간 5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수량은 국산의 25% 수준이지만 매출액은 60%를 훨씬 상회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내 아이는 최고급 옷을 입혀 키우겠다’는 부모가 늘어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매장은 정규 세일 기간에도 할인폭이 적거나 거의 세일을 하지 않는다.

롯데백화점의 아동용품 담당 바이어인 기원규 과장은 “아동 용품 시장은 국내 연간 매출이 8,000억원에 이를 만큼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며 “특히 수도권 외곽의 신설 백화점의 경우 아동 용품 판매가 꾸준히 늘자 갈수록 비중을 높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어린이 대상사업은 성장유망업종

현재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키즈 마켓’은 불황을 거의 타지 않는 성장유망업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의 핵가족화가 가속화하면서 ‘우리 아이만은 남들과 달리 왕자나 공주로 키우겠다’는 사회 풍조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놓칠세라 부모의 이런 ‘왕비 신드롬’을 파고 든 ‘키즈 마케팅’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우선 신문이나 TV, 잡지 등 각종 매체 광고에서 이같은 현상은 가장 먼저 드러난다. 최근 분유나 이유식, 아동 학습지, 제과 및 식음료 부문에서 유아와 아동을 대상으로 한 광고가 늘고 있다.

대홍기획 안희관팀장은 “그동안 유아 및 아동을 대상으로 한 광고는 분유, 제과 등 일부에 한정돼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대상이 다양화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미취학 아동을 둔 신세대 부모를 타겟으로 아이용품을 선택하게 하는 간접 광고가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키즈 마케팅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화장품업계에서 유아화장품이 새로운 히트 아이템 1순위다. 제일제당의 유아용 로션과 오일제품인 ‘톰과 제리’, 한국 존슨앤존슨의 유아용 신제품 ‘베이비 센시티브 스킨’, 보령제약의 ‘로얄누크 베이비 로션’등이 지난 1~2년간 놀라운 판매 실적을 올린 상품들이다.

또 LG생활건강이 2년전 선보인 어린이 용품 ‘혼자서도 잘해요’는 불황기에도 4개월만에 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또 동양제과의 유아용 과자 ‘베베’도 출시 3개월만에 43억원의 매출을 올려 제과업계의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밖에 돌과 백일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체인점 키즈 포토, 소규모 유아용품 전문점 등은 이미 수년전부터 각광받는 창업 아이템으로 인식된 오래다.

부모 ‘왕비 신드롬’ 파고드는 상술

IMF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 서울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들은 성인용품에 대한 판매가 급격히 떨어지자 유아·어린이 용품의 중요성을 인식, ‘아기 고객 끌어들이기’에 두팔을 걷어 붙였다.

서울 현대백화점과 그랜드백화점, LG백화점 구리점·부천점, 삼성플라자 분당점 등은 성인 파트를 줄이고 유아 용품 코너를 강화했다. LG백화점은 5층을 아동 관련 상품으로만 꾸민 것외에 유아휴게실, 아동극장, 아동미용실, 아동사진관, 아동전용놀이터 등의 시설을 새로 갖췄다. 이런 적극적인 젊은 주부층 공략이 맞아 떨어져 목표량의 178%를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도 본점과 무역센터점 천호점에 각각 10~20평 규모의 유아휴게실을 설치, 침대와 놀이방을 새로 신설했다. 이에 질세라 대형 할인점인 E마트는 최근 자체개발상표(PB)인 출산·유아용품 ‘키즈랜드’를 개발, 전국 매장에 선보였다.

경계가 첨단화 될수록, 경제 수준이 높아갈수록 이같은 부모들의 ‘우리 아기 왕자와 공주 만들기’ 경쟁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송영웅·주간한국부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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