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물가가 불안하다] "시장가기가 겁나요"

“기는 월급봉투에, 뛰어오르는 물가…”

99년 하반기 서민 경제에 물가비상이 걸렸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침체의 늪에 빠졌던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돌아서고, 쪼그라들었던 샐러리맨들의 월급 봉투가 두툼해질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기가 무섭게 물가가 먼저 오르고 있다.

온 국민들의 기본적 먹거리인 과일, 야채류의 가격이 치솟고, 집없는 서민들의 보금자리인 전세값이 급등하고, 샐러리맨들의 직장 스트레스를 풀어주던 소주 가격과 수도요금, 휘발유가격, 고속도로 통행료 등 공공 요금도 들먹이고 있다. 정부는 “수해의 여파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을 빼면 올해 소비자물가는 0.6%의 상승에 그칠 만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완전히 딴판이다.

평균 두배이상 올라, 공공요금도 들먹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가정주부인 서영실(31)씨는 요즘 시장 가기가 싫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싫은 것이 아니라 겁이 난다. 불과 한 달전만해도 만원짜리 한 장이면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필요한 채소류를 몇 가지만 고르고 나면 지갑이 텅 비어 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8월25일 현재 서씨가 주로 찾는 구의시장의 주요 농산물 가격은 한달전에 비해 최고 6배, 평균 두배이상 오른 상태. 한 단에 300원이던 시금치는 1,000원으로, 얼가리 배추는 500원에서 3,000원으로, 8개에 1,000원이던 오이는 2~3개에 1,000원으로 오른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가격이 오른 품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 단에 500원이던 대파는 1,200원, 두 포기에 1,000원이던 배추는 4,000원, 3개 1,000원이던 호박은 1개에 500원까지 뛰어 올랐다. 갈비세트도 1·4분기 2만원(중등급·1㎏)에서 2·4분기에 2만8,000원으로 올랐고, 한일 어업협정 타결 이후 물량이 줄어든 생선류의 경우도 21만원인 굴비(20마리 한두름·중간크기)세트와 10만원인 옥돔(3㎏상품)의 가격이 20~30%가량 올랐다.

서씨는 “그전 같으면 1만원으로 일주일 부식이 해결됐는데 이제는 2만~3만원은 있어야 한다”며 “경기가 회복된다고는 하는데 남편 월급보다 물가가 더욱 빠르게 오르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불행하게도 폭등하는 물가는 농·축산물만의 일이 아니다. 물값, 기름값, 고속도로 통행료 등 공공요금과 이에 준하는 요금이 잇따라 인상되거나 하반기에 인상을 앞두고 있다.

가을은 ‘물가인상의 계절’

8월23일부터 고속도로 통행료가 평균 9.8% 인상돼 서울-수원은 1,200원에서 1,300원, 서울-천안은 3,200원에서 3,500원, 서울-대전은 5,700원에서 6,300원, 서울-부산은 1만4,100원에서 1만5,500원으로 오른 것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그 이후로도 SK㈜와 LG칼텍스 정유가 휘발유 가격(직영주유소 ℓ당 가격)을 1,199원에서 1,210원으로 11원 인상했으며 실내 등유와 보일러 등유도 각각 12원씩 올렸다. 쌍용과 현대, 한화도 휘발유와 등·경유 가격을 각각 8원과 12원씩 올렸다.

또 1,930만명에 달한 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물값’도 25% 가량 인상됐다. 상수원 수질개선의 재원마련을 위해 8월9일부터 현행 수도료에 25.5~41.2%의 ‘물 부담금’이 추가로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정용 수도료가 톤당 314원인 서울의 경우, 한달 평균 20톤(4인가족 기준)의 물을 사용하는 가구의 수도료는 6,280원에서 7,880원으로 25.5% 올랐다.

‘물 부담금’은 서민에게는 슬픈 소식이지만 목욕탕 업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목욕료 인상의 구실을 찾던 주요 목욕탕들이 ‘물 부담금’을 이유로 9월부터 목욕료를 50~100원 가량 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정부는 하반기중 전화료와 전기요금의 인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야흐로 새로운 밀레니엄을 기다리는 99년 가을은 ‘희망의 계절’이라기 보다는 ‘물가인상의 계절’인 셈이다.

물가의 절대적 인상폭 만큼이나 서민 경제를 압박하는 것은 ‘물가인상의 질’이다. 가뜩이나 살림이 쪼들리는 서민들의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만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상류층에 대한 중·하류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99년 7월의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와 개별 상품의 가격동향을 살펴보면 물가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은 매우 뚜렷하다. 98년과 비교할때 7월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0.6% 상승했으나 곡류(6.4% 상승), 어패류(6.8% 상승), 채소·해초(7.5% 상승), 유지·조미료(9.6%) 등 서민계층의 지출부담이 큰 생필품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고소득층의 지출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보건·의료비(2.8%), 교육·교양·오락비(0.8%) 등은 안정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류층보다 돈을 적게 버는 것도 억울한데 야속한 물가마저도 서민들을 우롱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0@hk.co.kr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4월 제2822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4월 제2822호
    • 2020년 03월 제2821호
    • 2020년 03월 제2820호
    • 2020년 03월 제2819호
    • 2020년 03월 제2817호
    • 2020년 02월 제2816호
    • 2020년 02월 제2815호
    • 2020년 02월 제2814호
    • 2020년 02월 제2813호
    • 2020년 01월 제2812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