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되살아난 '세풍', 어디로...

08/05(목) 07:17

이번 주 정치판의 무대는 제 206회 임시국회다. 주요 의제는 조폐공사파업유도 의혹과 옷로비 의혹에 대한 특검제 도입 입법, 그리고 두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세부계획안 작성 및 여권이 추진하는 각종 개혁입법처리 등이다.

그러나 이 안건들보다는 지난 주 후반에 돌출한 ‘세풍 자금 유용의혹’을 둘러싼 여야공방이 이번 주 정국풍향의 메인 스트림을 형성할 전망이다.

세풍자금 유용의혹이란 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후보측이 국세청의 징세권을 동원해 조성한 166억3,000만원중 20억원 가량을 당에 입금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설이다. 의혹 당사자들이 대부분 이회창총재의 측근들이어서 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총재는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또 이 사안은 한나라당 주류와 비주류간 갈등 증폭을 결정적으로 증폭시킬 소지도 안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이 의혹제기를 ‘야당파괴 및 이회창죽이기’로 규정, 사활을 건 대여반격에 나서고 있다. 장외투쟁과 철야농성까지 계획했으나 수해로 여건이 좋지 않다고 보고 일단 임시국회에서의 원내투쟁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DJ저격수’로 불리는 당내 강경파들이 본회의 5분발언이나 긴급현안 질문에 나서 DJ정권의 도덕성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97년에 제기된 김대중대통령의 비자금 문제 등 여권의 대선자금도 함께 조사하자고 ‘물귀신’작전을 펴고 있다. 이회창총재의 핵심측근은 “우리는 여야 대선자금 공동조사와 김대통령 비자금수사 및 97년 대선 당시 국민회의 공식 선거조직 라인에 있던 핵심당직자들의 계좌공개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와함께 이번 의혹을 언론에 흘린 배후로 ‘청와대 사직동팀’을 지목, 사직동팀의 해체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등 집중공세를 펼 계획이다.

세풍 논란, 한나라당 내분으로 몰아갈 수도

이같은 야권의 반발을 바라보는 여권의 시각은 싸늘하다.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이회창총재 측근들의 세풍자금 유용은 대부분 확인된 사실”이라며 “여기에 대해 야권이 야당파괴니 이회창죽이기니 하며 반발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권은 검찰이 세풍 잉여자금의 유용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국가 징세권을 동원해 대선자금을 조성한 불법행위를 밝혀내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한나라당의 여야대선자금 공동조사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여권은 한나라당의 공세가 계속될 경우 이총재의 한 핵심 측근이 파렴치한 용도에 세풍자금의 일부를 사용한 내역 등을 공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이런 논란이 증폭될 경우 한나라당 내부상황도 복잡해질 개연성이 높다. 한나라당내의 비주류인사들은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대선패배의 책임은 이총재와 그 측근들에 있다”며 해명을 요구할 태세다. 이 사건은 이회창총재체제의 한나라당 틀을 깨고 나갈 기회만 엿보고 있던 일부 비주류 중진인사들에게 당을 떠날 명분을 제공, 한나라당의 분파작용을 결정적으로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YS의 정치재개선언 이후 한나라당 민주계와 이회창총재측의 갈등도 심상치 않다. YS측은 민주산악회 재건을 견제하는 이회창총재측을 격렬히 비난하면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의지를 굳혀가고 있다. YS의 신당창당움직임은 여권에도 상당한 부담을 안기고 있다. 여권은 무엇보다도 YS의 정치일선 복귀로 ‘후3김시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여권은 국민화합분위기 조성 및 YS와의 화해 차원에서 김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8·15광복절 특사에 포함시키려던 당초 방침을 재검토중이다. 세간의 거센 비난여론 탓이기도 하지만 70억원에 이르는 현철씨의 국고헌납금 문제와도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이 자금이 YS신당창당자금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자민련의 내각제개헌연기갈등의 수습여부도 이번 정가의 주요 관심사중의 하나다. 김종필총리와 자민련 박태준총재는 내각제 강경파의원들에 대한 개별무마에 나서는 등 조기진화에 부심하고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특히 내각제강경파의 리더격인 김용환의원은 독자세력화를 꾀하는 등 김총리에 맞서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계성·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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