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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힐 국민회의, 소리없는 아우성

국민회의가 서서히 ‘물갈이 태풍’의 영향권내로 진입하고 있다. 이만섭총재대행이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신당창당의 대원칙으로 ‘기득권 포기’를 천명하면서 국민회의의 대폭 물갈이 방침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느낌이다. 여기에다 국민회의의 신당 추진 방식도 적절한 시점 당 해체후 신당 참여쪽으로 기울어 지고 있어 집권 여당의 지각변동 폭은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호남·수도권 절반이상 교체설

국민회의내 현역 의원들에겐 피를 말리는 일이 되겠지만 벌써부터 ‘실질적 물갈이론’마저 대두되고 있다. 즉 당선 가능성이 낮은 지역에서의 숫적 균형만을 의식한 물갈이로는 안되고 국민회의가 상대적으로 강한 호남 및 수도권에서 물갈이가 이뤄져야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호남 및 수도권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물갈이를 선도해야 할 지역”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지역 현역의원들중 ‘절반 이상 교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신진인사 대거 영입을 통한 물갈이 및 전국정당화 작업이 여권 핵심부가 의도하는 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아직은 불투명하다. 우선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국민회의가 형식과 내용면에서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30일 중앙위원회에 이어 9월초 ‘창당준비위’를 띄우겠다고 대략적인 일정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충분한 법률적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히 거론됐다는 것이 금방 드러났다.

한화갑 사무총장은 22일 “신당의 법적 전단계인 창당준비위가 9월초에 구성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면서 “다만 창당준비위 이전의 발기인대회를 위해 당내에 별도로 창당추진위같은 기구를 두느냐 하는 문제는 좀더 검토해 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이대행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창당준비위’는 법적 기구가 아닌 ‘창당추진위’를 잘못 말한 것이고 이 창당추진위 조차도 실제로 구성될 지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다만 한총장은 이날 “신당 발기인대회를 가급적 빨리 치른다는 것이 당초 생각이었다”고 말해 9월 중순이후 발기인대회 등 신당 창당 일정이 급류를 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기득권 포기의 원칙과 관련, 이미 당내에선 다양한 형태의 볼멘 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현역 의원들의 불만은 중진이나 소장파나 가릴 것 없이 상당히 노골적이다. 국민회의가 기득권 포기의 원칙을 가시화하기 위해 9월초 등 조기에 지구당위원장 총사퇴를 감행할 것이라는 일부 ‘잘못된 보도’가 이들 의원들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나중에 공천을 주고 안주고는 별개로 벌써부터 지구당위원장 사퇴를 얘기하면 지역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수도권의 또다른 의원은 “선거구제 등이 아직 갈팡질팡하고 있어 가뜩이나 위원장들의 영이 서지 않는데다 당비조차 제대로 걷히지 않는 판국인데 해도 너무한다”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현역의원이 무슨 죄인인가” 분통

여기에 한 술 더뜬 대폭 물갈이론은 그야말로 태풍의 눈이다. 물갈이 자체를 ‘선’으로 규정하고 여기에 반기를 드는 것은 ‘악’으로 몰아 가려는 분위기가 현역 의원들로선 영 못마땅한 것이다.

이는 당외 신진인사들이 내년 총선 공천에서 더 우대되리라는 전망에 대한 강한 이의 제기와 맞물려 있다. “신당도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중 하나인데 어떻게 선거경험, 지역기반이 풍부한 현역의원들은 죄인취급을 받고 그렇지 못한 신인들은 칙사대접을 받을 수가 있느냐” “지금 이름이 나오고 있는 외부 인사들중에 실제 당선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이 도대체 몇이나 되느냐” “경쟁력있는 호남의원들은 수도권으로 옮겨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발상이야말로 호남을 푸대접하는 것이다”등등 이들이 속에 담고 있는 항변은 심각하다.

정권교체후 국민회의로 옮겨온 영입파의원들은 16대 총선에서 ‘공천’을 보장받았다는 것이 정설인데 이들에게 ‘기득권 포기’의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 지도 전혀 준비가 안된 대목이다.

더욱 문제는 이같은 갈등의 씨앗은 아직 내연하고 있을 뿐 본격적으로 분출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즉 앞으로 신당창당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면서 물갈이의 범위와 기준이 가닥을 잡게 되면 이른바 ‘희생자’들의 저항은 사생결단식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국민회의가 신당 창당을 어떤 식으로 포장하든 결국 관건은 희생자들의 명예로운 퇴진을 유도하고 잡음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총재대행도 이같은 상황을 의식, 22일 “지구당위원장 조기사퇴 발상은 전혀 엉터리같은 얘기”라면서 “당직자 중에서 혹시라도 그같은 얘기를 누가 발설했는지 조사까지 시켰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당내 갈등의 조기돌출에 당혹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신당참여세력 확대여부도 과제

이와는 정반대로 국민회의가 기치로 내건 ‘개혁정당·국민정당·전국정당’에 걸맞게 신당 참여세력의 외연을 확대할 수 있을지도 국민회의로선 고민이다. 현재로선 재야세력 가운데 ‘국민정치연구회’‘민주개혁국민연합’정도만이 신당 참여를 선언하고 있는 데 이들이 이른바 ‘+α’세력의 전부인 것처럼 비춰지는 상황도 국민회의로선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김대중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도 밝혔듯이 건전한 혁신세력 뿐만아니라 개혁적 보수세력도 함께 아울러 총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당에 참여할 보수세력을 어떻게 결집시키느냐도 국민회의의 전향적 물갈이의 또 다른 관건인 것이다. 한총장도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 “신당에서 동교동계가 가급적 당직을 맡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진인사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한 제2의 2선후퇴까지 언급하고 있으나 성과 여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고태성·정치부 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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