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꾸면 영업에 막대한 손실

08/25(수) 21:21

‘재벌의 이름값은 3조3,000억원.’

정부가 당초 예정대로 재벌의 제2금융권 지배 완화를 위해 투신 증권 종금사 등 계열 금융기관이 그룹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면 업계가 입는 손해는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최소 수백억원에서 최대 3조3,000억원이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 계열 금융회사들이 ‘삼성’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은 크게 두가지. 우선 기존에 쌓아놓은 ‘브랜드 가치’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호를 새로 만들고 간판을 고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물론 가장 많은 손실을 입게 될 부문은 ‘브랜드 가치’임에 틀림없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계약자들이 그룹을 믿고 보험에 가입했는데 이름을 바꾼다면 무엇보다 영업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고려대 박찬수 교수가 97년 3월 기준으로 4대 그룹의 14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브랜드 가치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각 금융기관들은 최고 1조4,514억원에서 최소 302억원의 브랜드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의 총 브랜드가치는 3조3,000억원이 넘었다.

요컨대 5대 그룹 재벌계열의 금융업종회사중 그룹명칭을 상호로 사용하는 회사수가 33개사나 되고 정부가 규제대상을 30대그룹으로 확대한다면 그 가치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인 셈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상표를 바꾸고 간판을 고치는 기업이미지통합(CI) 작업에 필요한 경비는 얼마나 될까. CI전문업체에 따르면 기업의 여건에 따라 격차가 벌어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디자인이나 상호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만을 감안해도 회사별로 3억~5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각 지점의 간판과 실내장식을 바꾸는 것까지 감안하면 이 역시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국민투자신탁’을 인수해 이름을 ‘현대투자신탁증권’으로 바꿀때 약 20억원이 소요된 것을 감안하면 업계 전체로는 수백억원이 간판 값으로 날라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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