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들 "소주값 오르면 뭘로 취하나"

08/25(수) 21:35

주류세율 논쟁이 뜨겁다. 해당 업계는 말할 필요도 없고 주머니가 얄팍한 샐러리맨 주당들도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다. 주세율 조정 논란은 올초 소주와 위스키의 주세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에서 한국이 패소, 조정이 불가피하면서 본격화했다.

우리의 소주세율(35%)이 WTO에 제소되면서 맥주업계가 가세, 본게임은 소주와 맥주의 세율싸움이 됐다. 맥주업계는 맥주가 고급기호품으로 인식되던 70년대에 정해진 이후 대중화했는데도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반드시 낮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논란을 달군 것은 8월 17일 열린 ‘사회적 비용감축과 세계무역기구(WTO) 주세판정 이행을 위한 주세율 체계 개편방향’ 주제의 공청회에서 주제발표가 기폭제가 됐다.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2명이 재경부 주최로 열린 공청회의 주제발표 요지는 무분별한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 이른바 ‘외부 불경제 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주세율을 현재 100%인 위스키 세율만큼 대폭 올려야 한다는 것.

지갑 얇은 샐러리맨들 걱정

조세연구원의 두 연구위원은 발제문에서 “주세율 개편시에는 대외통상문제와 대내적 외부불경제 축소, 청소년 음주억제, 재정여건, 조세체계 간소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주세율의 상향평준화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주세세율은 소주 35%, 위스키 100%, 맥주 135%. 지난 6월 WTO의 판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내년 1월까지 주세법을 개정, 소주와 위스키 세율을 일치시켜야 하는 처지다. 방법은 현행 위스키 세율과 같이 하는 방안, 적당한 선에서 오르내려 조정해 같이 하는 방안등 두가지다. 조세연구원의 두 연구위원의 주장은 두번째 방안이다.

두 연구위원은 소주세율 100%의 인상의 근거는 음주로 빚어지는 사회경제적 비용의 증가. 즉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는 90∼96년에 7,303건에서 2만5,764건으로 3배이상 증가했으며 사망자와 부상자수도 이에 비례해서 증가한 것은 술이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음주 관련 사회경제적 비용은 95년 현재 국민총생산(GNP)의 2.75%로 상당히 높으며 소주가격이 다른 증류주에 비해 10분의 1 수준도 안되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두 연구위원은 그러나 “외부불경제 축소와 세부담의 역진성 보완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맥주의 세율조정이 필요하지만 재정여건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소주는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감소효과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음주에 따른 외부불경제의 한계비용이 커 그 축소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맥주세율은 단기적으로 재정여건을 감안해 당분한 현행 주세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맥주세율 변화를 피하려는 입장이다. 이는 재정수입과 소주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반안이기도 하다.

소주업계 퇴출우려 반발

당장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나온 쪽은 소주업계. 10개 소주 제조사및 12개 주정업체들은 우선 공청회에 참가한 패널들 대부분이 이미 수차례 공청회나 신문지상을 통해 소주의 주세율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인사들이라고 주장하며 공청회의 공정성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또 “이번 공청회가 WTO 주세판정을 토대로 소주와 위스키간의 세율 차이에 대한 논의가 초점이 돼야 하는데도 맥주업계 대표가 패널로 참여하는 등 맥주 주세 인하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거론되기도 했다”며 재경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던졌다.

WTO 판정대로라면 위스키 주세와 소주 주세를 적절한 선에서 같게 하면 그만인데 맥주사 끼어드는 바람에 소주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 소주업계의 주장이다. 나아가 재경부가 소주세율을 100%로 인상할 경우 소주소비가 절반이상 줄어 사실상 소주의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업계는 공청회 결과와 관계없이 마지노선인 45%선을 고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주업계 대표로 토론에 나선 신영휴 금복주 전무는 “소주세율을 100%로 한다는 것은 영세한 소주업계 현실을 감안할 때 사실상의 퇴출명령”이라며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소주의 특성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발제에서부터 소주를 ‘국민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규정지은 것은 소주세율 인상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며 “소주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객관적 데이터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방소주업계의 이같은 우려는 현실적으로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진로나 두산등 증류주와 맥주를 함께 생산하는 메이저 주류업계와는 달리 소주만을 생산하는 이들로서는 큰 타격이 불을 보듯 뻔하다.

현행 세율 고수방침에 맥주업계도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윤영준 OB맥주 상무는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이미 대중주로 자리잡은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실적인 문제인 재정수입 감소 등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75% 수준으로 하향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주한병 1,200원으로 올라

토론회를 지켜본 샐러리맨 주당들의 반응은 세율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소주세율을 현재의 위스키 세율과 같은 100%까지 올리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 주류. 재정수입도 좋지만 100%로 올릴 경우 첫째는 주머니 사정을 너무 압박할 뿐만 아니라 외국산 양주를 선호양상이 심한 우리 현실로 볼 때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 해온 국민주(酒)의 고사도 우려된다는 것.

일부 시민들은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풍토가 이래저래 술을 마시게 강요하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작은 돈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소주값의 대폭 인상은 너무 가혹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소주세율을 현재 35%에서 100%로 인상될 경우 360ml들이 진로 참이슬 출고가가 520원에서 846.94원으로, 소비자 가격은 750원에서 1,200원으로 오른다. 반면 맥주의 세율이 현재 135%에서 75%로 내리면 오비라거 500ml 출고가격이 1,025원에서 695원으로, 소비자 가격은 1,300원에서 950원으로 낮아진다. 맥주 한병의 소비자 값이 소주한병 값보다 250원이나 싸진다. 이는 세율조정 이전의 소주값보다 200원이 비싼 것이다. 값싸게 스트레스를 풀어온 소비자들로서는 이래저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소주 한병이나 두병 정도로 2~3명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주머니 사정이 그만큼 압박을 받게 되는 상황이다. 소주 한병과 맥주 한병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주 반병으로 풀 수 있는 스트레스를 거의 배이상의 주머니를 털어야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엇갈린 의견이 나오자 재경부 측은 “주류산업 육성 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수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고민을 토로한뒤 “8월말까지 정부의 실무안을 확정해서 9월말까지 국회에 상정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정부의 실무안 확정까지의 과정에서 논란은 더욱 치열해지고 업계의 로비 또한 불을 튀길 전망이다. 정부가 더 큰 고민을 해야 하는 이유다. 고민은 언제나 국민 편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재정의 문제나 업계의 살아남기 이전투구가 아니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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