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거듭나기 힘든 몸부림

08/05(목) 13:39

우리나라 대표적 시민단체중 하나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1년 동안 골치를 썩어온 내분을 일단 봉합했다. 경실련 내분의 진원지였던 유종성사무총장이 7월30일 내분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이날 서울 정동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유총장의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유씨는 사퇴사를 통해 “경실련의 분열을 막지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나기로 했다”면서 “경실련이 분열상을 하루 빨리 해소하고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시민운동단체로 새롭게 거듭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89년 11월 서경석 목사의 권유로 경실련에 돌아온뒤 96년 5월부터 사무총장을 맡는 등 시민운동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서 경실련을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성장시키는 등 시민운동의 확산에 크게 공헌해온 인물이다.

유씨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재학시 유신반대운동에 앞장섰다가 수차례 구속과 제적 복학을 거듭하다 입학 9년만인 84년 대학을 졸업, 당시 평민단 문동환 부총재 보좌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특히 유씨는 현정부 실세인 유종근전북지사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정부들어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유씨는 올 초 신문칼럼 대필 파문으로 촉발된 경실련 내분의 진원지로 지목돼 정신적 고통을 받아오다 결국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형인 유종근지사가 김강룡의 ‘고위층 절도사건’으로 도덕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지 2개월여만에 일이다.

유씨는 올해 초 자신의 이름으로 모 신문에 실린 칼럼을 후배 상근자에게 대필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도덕성 시비’로 번져 일부 젊은 활동가들이 발끈했다.

“외곽때리기”반발, 불씨 여전

상근자 수십명이 내부 개혁과 유씨의 사퇴를 주장하며 연판장을 돌리고, 이에 집행부가 일부 주동자를 징계하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활동가들이 집단 사퇴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지역조직 활동가 상당수도 기자회견을 통해 유씨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경실련이 내분으로 흔들거리면서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세력판도는 급격히 참여연대쪽으로 넘어가 버렸다.

경실련이 이같은 어려움에 처한 것은 시민운동이 활성화하면서 각종 기구와 지방및 중앙사무국 조직이 비대해지고 의견과 행동통일을 기하는데 복잡한 의사결정 체계가 유지돼 왔기 때문이는 분석이다.

유씨의 사퇴를 계기로 경실련의 내홍은 일단 수습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사무총장 대행으로 선임된 고려대 김일수 법무대학원장은 7월29일 열린 임시 상집회의에서 “그동안 활동을 중단한 교수 등과 현안을 적극 협의해 경실련의 활동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상근자와 다른 전문가 그룹이 “내부에서의 비민주적 ‘외곽 때리기’에 의해 유총장의 사퇴가 촉발됐다”면서 적잖게 반발하고 있어,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경실련으로선 유씨의 사퇴로 ‘분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국내 대표적인 시민단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잡음을 낳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후유증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호·사회부 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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