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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군으로 가는길] 사이버 폭탄, 현대전의 심장 강타

북한이 사이버 전쟁을 위해 극비리에 운용 중이라는 ‘미림부대’의 정체는 무엇일까. 베일에 싸인 북한정권이 철저한 비밀에 부치고 있는 만큼 미림부대도 이름만 알려져 있고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다만 사이버 전쟁을 목적으로 해커를 양성하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만 어렴풋이 짐작될 뿐이다.

21세기가 정보화 사회라면, 필연적으로 사이버 전쟁이 수반된다. 정보화 사회의 가장 큰 사회간접자본은 통신망이다. 해커가 뛰어들어 컴퓨터 운용 시설을 결딴내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미사일과 폭격기를 동원해 공업시설, 항만, 도로 등 적국의 전쟁수행 시설을 박살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된다. 선진국이 자랑하는 첨단무기와 전자전 장비도 컴퓨터를 망쳐 놓으면 순식간에 고철로 변한다. 컴퓨터와 사이버 세계에 대한 첨단무기의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사이버 전쟁 능력이 어느 정도인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천재적 능력을 가진 ‘괴짜 해커’들이 판치는 세상이 요즘이다. 북한이 지구촌에서 이들 괴짜 해커들을 스카우트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사이버 전쟁은 이미 현실화했다. 코소보 문제를 둘러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세르비아와의 전쟁에서 였다. 올해 3월27일 NATO 폭격기들이 세르비아에 대한 폭격을 개시한 지 3일 뒤. 세르비아의 역습이 시작됐다. 사이버 공간으로 쳐들어 와 NATO의 이메일 통신 시스템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주간 ‘포퓰러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세르비아의 사이버 공격에는 ‘핑(ping)’기술이 포함돼 있었다. 한 컴퓨터가 다른 컴퓨터를 자동적이고 반복적으로 불러내 이메일 폭탄을 터뜨리는 기술이다. 이메일 폭탄은 목표가 된 네트워크의 서버에 엄청난 양의 메시지를 보내 과부하를 지움으로써 작동불능으로 만든다. 이에 따라 NATO의 컴퓨터들은 비록 일시적이긴 하지만 수시간 동안 올스톱 상태에 빠졌다.

NATO의 자체조사 결과 이같은 이메일 폭탄 공격은 매일 2,000회꼴로 실시됐다. NATO가 적대국의 명백한 의도에 의해 사이버 공격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 공격자의 정체는 세르비아의 5인조 민간 해커단체 ‘블랙핸드’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코소보 정보센터의 웹사이트를 해킹한 적이 있는 블랙핸드는 당시 “다음 표적은 NATO”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군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블랙핸드는 미 공군의 컴퓨터 망을 통해 NATO 통신망에 침투, 대규모의 악의적인 메일과 포르노로 NATO의 서버를 도배질해 버렸다. NATO가 재빨리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덕분이었다. 미국은 97년 버지니아주 랭글리 공군기지에 해커가 침투한 이후 사이버 전쟁에 대비해 왔다.

해커가 노리는 대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해커들은 올해 2월 영국 군사통신위성을 접수해 인질로 잡고 ‘몸값’을 요구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인터폴에 따르면 인터넷 상에서 해커와 관련된 사이트는 약 3만개, 해커의 능력을 가진 네티즌 수도 1,700만명에 이른다. 미국방부는 최근 국방부 네트워크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매일 60~80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전쟁의 특징은 추적과 퇴치가 극히 어렵다는 것.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지구상 어디에서도 침투할 수 있는데다 자신의 정체와 장소를 쉽게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구적 규모의 전쟁’이 이미 시작된 셈이다. 우리 군의 대비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한국군의 사이버 전쟁 능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도 채 접근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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