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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군으로 가는길] 군사혁신.. 군조직 개혁 부채질

군대는 무기로 싸운다. 하지만 무기가 군대의 단순한 종속변수는 아니다. 때로는 무기가 군대와 전쟁의 형태를 바꾸기도 한다. 20세기 후반의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은 군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군사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은 이같은 시대적 추세에 맞춘 군조직 개혁을 의미한다.

RMA 논의는 90년대, 특히 91년 걸프전을 전후해 선진국의 화두가 됐다. 걸프전에서 미군은 공격, 정찰, 통신 분야에서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첨단무기의 효용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그러나 미군은 휘황찬란한 승리에 가려지긴 했지만 엄청난 약점도 노출했다. 군조직상의 결함과 훈련부족으로 첨단무기의 성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각 군간 협력체계에 문제점을 드러냈던 것이다. 미국의 한 국방전문가는 이같은 현상을 놓고 “원시인이 첨단무기로 무장한 꼴”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RMA의 필요성은 역사적으로도 이미 증명됐다. 새로운 무기체계는 군조직 혁신을 가져왔고, 혁신하지 않은 군대는 패했다. 14세기 백년전쟁 초반에 개발된 장궁(長弓)은 멀리서 기사의 갑옷을 뚫을 수 있는 관통력을 갖고 있었다. 영국이 전쟁 초반 연전연승했던 것은 장궁으로 무장한 보병부대를 중심으로 군대를 편성해 프랑스의 장갑기병을 제압했기 때문이다. 16~17세기 화약을 이용한 소총과 대포의 등장은 전쟁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18세기 말 프랑스 대혁명에 이은 나폴레옹 군대는 더욱 극적인 변화를 보여 주었다. 국민개병제를 통해 징집된 대규모 부대를 조직화하고, 아울러 표준화한 장비와 대포로 무장시킴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국민군’을 창설한 것이다. 민족주의 열기로 가득찬 국민군은 용병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다른 유럽국들의 군대를 쉽게 유린할 수 있었다.

19세기 철도와 전보가 실용화되면서 전략적 기동이 가능해 졌다. 병력·물자수송과 정보전달이 비약적으로 빨라져 대규모 병력을 신속하게 전선으로 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독일이 1·2차 대전 당시 러시아와 서유럽을 상대로 양면전쟁을 벌일 수 있었던 것도 교통망을 확충, 대규모 병력을 재빨리 동·서로 이동시킬 수 있었던 덕분이다.

20세기 등장한 전투기와 항공모함, 전자장비는 거함·거포로 상징되는 19세기형 해군을 퇴물로 만들어 버렸다.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미국에 패한 이유 중의 하나도 항모와 항공기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시스템과 인식수준이 뒤떨어졌기 때문이다.

걸프전은 20세기의 마지막 RMA를 재촉했다. 위성이용 위치식별장치(GPS)와 토마호크 미사일, 스마트 폭탄, 패트리어트 미사일, 전자전, 컴퓨터 등은 ‘과학군(Techno Force)’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구식군은 과학군을 당할 수 없다는 것이 실증됐고 과학군은 모든 군대의 모델이 됐다. 문제는 ‘과학군의 역량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걸프전에 자극된 RMA 논의와 그 개념 정의는 다양하다. 우선, 미국방부 전략평가연구소는 ‘군사준칙과 작전조직의 철저한 변화, 새로운 과학기술의 운용에 따른 전쟁본질의 변화’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선진 과학기술과 정확한 작전이론·체제가 서로 융합돼 새로운 관념을 창출함으로써 무기의 최대 효율을 이끌어 내는 변혁’이라고 말한다. 전 미국방부 동아태 차관보 조지프 나이 교수는 ‘정보수집, 정찰, 지휘, 통신, 관제, 정보 등의 시스템 정합을 통해 군사이론, 전략, 전술, 군조직을 발전시킴으로써 각종 과학기술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들 3가지 개념정의가 시사하는 것은 첨단병기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직과 시스템 혁신, 두뇌교육, 그리고 발상전환의 필요성이다. 한국군은 어느 정도에 와 있을까. 한 군관계자는 “운영요원의 능력부족으로 한국의 첨단 장비 중의 하나인 대잠 정찰기 P3-C의 성능이 절반도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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