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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대우] 대우폭풍에 휩쓸린 은행

‘7조원의 대우폭풍이 은행권에 몰아친다.’

외환위기 이후 3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수혈받아 겨우 몸을 추스리기 시작한 국내 은행이 대우사태로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대우그룹이 자력회생에 실패, 사실상 모든 부실을 금융기관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대우사태의 악화로 99년 6월말 현재 대우그룹에 21조3,217억원을 빌려준 국내 금융기관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규모가 최소 7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주가 연일하락, 한해장사 다 망쳐

대우사태가 워크아웃으로 치달은 지난달 말 A은행이 내부보고용으로 분석해 내놓은 자료는 대우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A은행은 99년 상반기중 벌어진 6~64대 그룹의 워크아웃 작업을 토대로, 대우그룹에 대한 워크아웃이 진행될 경우 은행이 부담해야 할 손해를 계산했는데 그 규모가 무려 7조8,000억원으로 예상됐다. 항목별로는 워크아웃에 따른 이자면제(1조1,000억원), 금리감면(우대금리 적용·5조원), 출자전환(1,200억원), 전환사채 인수(1조원), 신규자금지원(6,000억원) 등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들이 주가상승에 따른 주식 평가이익에 힘입어 기록한 2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3배가까이 넘어서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우사태로 올해 은행들의 장사는 완전히 망친 셈이다.

바람(대우)에 앞에 선 촛불 신세인 국내 은행의 처지는 주가에서도 여실히 확인된다. 7월19일 대우그룹의 자금난이 공식화한뒤 은행지수는 268.55에서 9월9일 177.78로 33.8%나 하락했는데, 이는 종합주가지수(1,024.58→950.53·-7.22%) 하락폭의 5배에 달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새로운 우량은행으로 알려졌던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의 경우 주가가 각각 1만7,950원에서 9,350원으로, 1만4,900원에서 9,110원으로 40%넘게 하락하는 등 대우사태의 고초를 겪고 있다.

외국계은행, 신규여신 중단등 신용경색

대우사태로 은행권이 흔들릴 경우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일부의 예상대로 은행권의 손실이 7조8,000억원을 넘어선다면 그동안 공적자금을 투입해 가까스로 11%대를 넘어선 국내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비율·8월말 현재 11.4%)은 10%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BIS비율의 하락은 외환위기 직후 한국경제를 강타했던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고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같은 우려는 이미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우사태가 불거진뒤 일부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이 재벌그룹에 대한 신규여신을 잠정 중단하는 등 신용경색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주로 5대 재벌을 중심으로 거래를 해왔으나 대우사태이후 여타 재벌들도 부채비율이 높고 구조조정이 부진하다는 점이 부각돼 신규여신 제공을 잠정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나 대우가 부채처리와 관련한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면 이같은 현상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수렁에 빠진 은행을 구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가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 점점 불가피해지고 있는 것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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