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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무기화시대] 식량.물.환경이 인류 최대의 적

21세기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 갈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전망은 넘쳐 난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화·지식사회, 국경을 초월한 자본의 이동 등 20세기 후반의 물결이 더욱 확대되고 정교화한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만큼 19세기와 20세기를 주도해 온 민족주의와 이에 수반된 민족국가간의 투쟁이 완화할 것이란 희망섞인 예측도 나와 있다.

그러나,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먹고 사는 문제다. 가장 기본적인 동물적 욕구가 충족돼야 한다는 사실은 변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인간은 ‘어머니 대지(大地)’, 곧 지구와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해 등 환경오염이 지구생태계 교란

지구는 20세기 후반에 들어 오면서 이미 완연한 병색을 드러냈다. 환경오염으로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다. 21세기 초반에도 병세가 호전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공해와 물부족이 지구의 정상적인 순환계통을 교란시키고, 불균형은 인간의 삶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문제의 근본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인간이다. 인구문제다. 60억명에 달하는 인간이 먹고 살아가는 과정이 모든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엔은 올해 10월12일로 세계인구가 60억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인구가 50억에서 60억으로 10억명이 늘어나는데 걸린 기간은 12년. 과거 40억명에서 50억명으로 늘어나는 데는 13년이 걸렸다. 1년이 단축된 만큼 인구증가 속도가 빨라졌다는 이야기다.

유엔은 21세기 인구증가율에 대해서는 다소 희망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증가속도가 약간 둔화해 다시 70억명으로 늘어나는데 14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전망대로라면 2013년 세계인구는 70억명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인구증가 속도에 있는 게 아니라 인구의 절대적인 수에 있다. 60억명을 부양하기에도 벅찬 지구가 2013년 70억명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가 이다.

미국 환경단체 월드워치가 올해 발표한 밀레니엄 보고서에 따르면 대답은 부정적이다. 인구폭발과 경지 감소, 토양 유실, 농업용수 부족에 따른 식량위기가 21세기 초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현재 세계인구는 하루 평균 23만7,000명이 태어나고 14만명이 죽는다. 하루 9만7,000명이 늘어나는 셈이다.

늘어나는인구, 좁아지는 경작지

인구가 늘어나면 지구에 가해지는 인공적인 행위도 자연히 늘게 된다. 집과 공장, 도로가 더 만들어 져야 한다. 토지개발이 늘면 가용 경작지가 줄어들고, 자동차·공장이 늘면 그만큼 배기가스가 더 뿜어지게 마련이다. 월드워치는 전세계 24만여 식물군의 14%인 3만3,000여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원인을 놓고 다소 논란이 있긴 하지만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도 지난 수년간 인류의 일상으로 들어 왔다.

당장은 세계적으로 식량이 남아 돌지만 그렇게 낙관할 정도는 아니다. 96년 4월기준으로 세계 식량비축고는 사상 최저치인 48일분에 불과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생명공학 기술을 통한 농업혁명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동아시아는 21세기중 기아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9월15일 발표한 ‘지구환경전망 2000보고서’의 경고는 더욱 무섭다. 보고서는 현재 인류의 절반이 물부족으로 고통받고 있고 대기중의 이산화탄소가 16만년 이래 최고치에 달했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변화, 극지 빙하해빙, 산호초 파괴 등 생태계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로 인해 지난 30년간 300만명이 사망했다고 추산했다.

물부족도 이미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보고서의 이야기다. 세계인구의 20%가 자체 식수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목욕, 청소를 위한 위생용 물부족을 겪는 인구도 12억명에 달하며 농업용수 부족은 말할 나위도 없다. 물부족은 질병증가, 식량감산으로 직결되면서 인류 삶의 질을 그만큼 떨어뜨리게 된다.

아태지역 자원고갈 심각한 수준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구증가와 환경오염, 자원고갈이 특히 심하다고 밝혔다. 인류의 60%가 살고 있는 아시아의 위기는 곧 세계의 위기로 확산된다. 97년 유엔에 따르면 세계 10대 인구대국중 6개국이 아시아에 있다. 중국의 인구는 현재 12억7,000만명. 지구인 5명 중 1명 이상이 중국인이다. 2017년께는 15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인도 인구도 올해 8월15일 10억명을 돌파했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따르면 2045년에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최대 인구국가가 된다. 누가 이들을 먹여 살릴 것인가. 어떻게든 먹여 살린다 치더라도 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까. 대답은 대충 나와 있다.

식량전문가들은 아·태지역은 인구급증과 천연자원 감소로 인해 앞으로 30년 안에 심각한 식량부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아태종자(亞太種子)협회 종자산업 전문가인 모겐스 레모니우스씨는 9월 14일 방콕에서 열린 농업 세미나에서 식량농업기구(FAO)는 아시아 인구가 97년 33억명에서 오는 2030년엔 47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앞으로 30년 동안 수요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이 지역은 주식인 곡물생산을 최고 50% 정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정부들이 기술개발과 보급에 예산을 늘리지 않는 한 식량문제는 아시아의 복리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 땅에도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70년대 까지 꾸준히 상승하던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이후 거의 진전이 없다. 과학영농을 통한 수확확대에도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을까. 결론은 아직 나있지 않다. 그러나 설사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기 까지는 때때로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인류는 고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인구폭발, 환경오염, 수자원 고갈, 식량부족 문제는 이제 일국의 문제가 아닌 지구적인 문제로 확대됐다. 역사는 인구증가와 식량부족이 전쟁으로 비화한 예를 여러차례 보여 주었다. 인류는 그러나 아직 지구적인 문제를 지구적으로 해결할 지혜를 제대로 짜내지도, 보여주지도 못했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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