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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와 21세기] 꽃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들과..

안치환(34·가수)

386세대는 60년대에 태어났다고 해서 80년대에 대학가에 있었다고 모두가 386세대가 아니다. 적어도 난 이렇게 생각한다. 독재타도와 정권교체의 급류를 타고 흘러오면서, 대안으로 여기던 사회주의체제의 판정패라는 암초에 부딪히고 견고하기 그지 없는 보수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다가, 급기야는 IMF와 실업이라는 수초에 걸려 꼼짝못하는 지경에 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희망이 있다라고 말하며 행동할 줄 아는 그들이 바로 진정한 386세대라고 말하고 싶다.

386이라는 말은 그 어떤 화두처럼,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여 움직일 때마다 함께 일어나는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사람은 왼쪽뇌를 통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고, 오른쪽뇌를 통해 창조적이고 감성적인 사고를 한다고 한다. 왼쪽뇌와 오른쪽뇌사이에 통로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논리와 창조성을 조화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80년대에는 민주, 통일, 자유같은 이성적이고도 논리적인 화두가 5월 광주항쟁과 6월 민주항쟁이 계기가 되어 가슴에 그대로 전해져 이성과 감성이 공존한 시대를 창출해낼 수 있었다. 이것은 386 이라는 도스 시스템에 지울 수 없는 디렉토리를 만들었고 그들 스스로를 역사와 더불어 공존하는 세대임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 또한 지울 수 없는 이 무게를 안고서 살아가는 전형적인 386세대이다. 85년말 함께 노래패 활동을 했던 선배가 검거 농성에서 실형을 받아 구속이 되었고 이듬해 초에 학내 총학선거 시기에 ‘솔아 푸르른 솔아’를 만들었다. 악보를 그리지 못해 발표가 늦어졌지만 그 이듬해 6월 항쟁때 나는 이 노래를 다른 학우들의 함성에 섞인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이한열 추모가’,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잠들지 않는 남도’를 또한 나보다는 지금의 386세대라 일컫는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불리워진게 사실이다. 그 때는 논리로서가 아닌 마음과 느낌으로 민민운동의 분위기를 공유했고 나누었던 때인 것 같다. 지금도 난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콘서트장에 일어서서 몸을 움직이고 그 때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와이셔츠 차림의 그들을 혹은 아이들과 함께 와서 박수를 치며 10대들의 함성보다 더 크고 긴 여운의 소리로 나를 일어서게 하는 그들에게서 나는 힘을 얻는다. 80년말에서 90년대초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활동을 할 때 나는 튀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나는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을 존경한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래하면서 이념적으로나 철학적으로의 내세움이 아니라 노래로써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너무 쉽게 이야기하고 너무 쉽게 노래하다가 너무 쉽게 사라지지 않는…

문화는 그 시대의 자화상이다. 80년에는 노래가 총이요 칼이었고 90년대에 노래운동은 대중가요와 함께 가면서 기존의 대중가요가 채우지 못하는 빈자리, 즉 음악적 편식증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또 거기서 새롭게 고유의 자리를 매김하여 왔다.

이젠 21세기로 건너가는 시점에서 내게 21세기에 맞는 노래운동을, 문화를 어떻게 창출할 것이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지금 나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 자리에 서서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적어도 노래에 대한 의미 부여를 말초적이고 정서적인 유희의 도구로만 보지 않고 노래와 함께 살아가고 고민하는 민중의 삶에 대한, 희망에 대한 표현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로 인해 21세기 또한 가파른 삶 속에서 정말 인간다운 삶을 꿈꾸고 잃어버린 휴머니티를 찾아간다면 나는 계속해서 노래를 할 것이다. 꽃보다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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