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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국 건국 50년] 取할건 取하는 양안정부

한반도에 이어 또 하나의 분단지역인 중국과 대만. 좌우 이념전쟁의 유산인 분단체제가 똑같이 반세기를 이어 오고 있지만 한반도와 대만해협 양안지역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남북한은 조금씩 교류가 있기는 하나 해동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과 대만은 경제·사회적 교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왜일까. 양안관계는 남북한 교류에 참고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올해 1월30일자 인민일보가 보도한 88~98년 11년간의 양안교류 성적표는 말 그대로 눈이 부신다. 중국을 방문한 대만인 연인원은 1,300만명, 대만을 방문한 대륙(중국)인 연인원은 24만명에 달한다. 이 기간에 공식·비공식적 초청으로 대만을 방문한 대륙인은 약 4만명, 교류항목은 5,000개에 이른다.

경제분야 실적도 인적교류에 못지 않다. 대만 경제인(臺商·타이상)에 의한 대륙 실투자 액수는 200억 달러, 미실현 투자액까지 합하면 400억 달러에 달한다. 홍콩을 경유해 이뤄진 쌍방 간접무역액은 1,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기간동안 중국은 대만의 두번째 수출 상대국으로 올라섰다.

지금까지의 양안 경제교류는 이미 정치적 적대관계라는 용어가 부적절할 정도로 양국관계가 밀착됐음을 시사한다. 인민일보는 “양안 경제의 호혜적인 국면이 점진적으로 형성됐다”고 이 기간의 성과를 정리했다. 그러면 지난 11년간(88~98년) 양안관계를 변화시킨 것은 무엇일까.

1988년 대만에서는 양안관계의 변화를 암시하는 중요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장징궈(蔣經國) 총통의 사망에 이어 리덩후이(李登輝) 현총통이 집권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권력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륙에서 건너 온 장졔스(蔣介石), 장징궈 총통과 달리 리덩후이 총통이 순수 대만 출신이기 때문이다. 최초로 대만 출신이 집권했다는 것은 대만의 정체성 재정립과 함께 대만이 대륙과의 관계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됐다. 88년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마오쩌둥(毛澤東)과 장졔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과 대만, 보다 정확하게 말해서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이 열전(hot war)에서 냉전(cold war)으로 전환한 것은 1949년 말. 10월1일 베이징(北京) 정부가 공식 출범하고, 남부지역에 남아 있던 장졔스의 국민당군이 완전히 패주하면서 부터다. 장졔스 총통은 82년 사망할 때 까지 대륙수복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에게 대만은 대륙진격을 위한 병영에 지나지 않았고, 그런만큼 대만에 정상적인 경제체제를 형성시킬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병영국가 체제는 대만이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보다 리버럴한 성향의 장징궈 총통이 집권하면서 변하게 된다.

장징궈 총통은 82~88년 집권기간 수출주도의 경제건설과 함께 조심스러운 민주화 정책을 통해 대만을 정상적인 국가로 나아가게 했다. 장징궈 총통의 주목할 만한 업적은 87년 38년간에 걸친 게엄령을 해제하면서 대만인의 대륙방문을 허용한 것이다. 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으로 물꼬가 터진 대륙의 경제적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이었다. 뒤이을 리덩후이 총통 시대의 기초를 닦은 셈이다.

88년 집권한 리덩후이 총통 시대의 대만은 민주화 정착과 대륙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로 요약된다. 특히 대륙정책 변화는 본토수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더이상 목표가 될 수도 없는 국내적 상황에 따른 것이다. 이제는 대륙수복이 아니라 대만 자체를 어떻게 ‘별개의 정치적 실체’로 강화하면서 대륙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느냐가 목표가 됐다. 이른바 ‘통일에서 관계 정상화로’국시(國是)가 선회한 것이다.

리 총통은 90년대 들어 통일강령(91년), 양안관계백서(94년), 양안관계정상화를 위한 6개조(95년)를 잇달아 발표해 대만의 본토정책을 내외에 천명했다. 리 총통의 본토관계 발전 비전은 3단계로 정리된다. 교류와 상호주의 단계, 상호신뢰와 협력 단계, 협상과 통일 단계가 그것이다. 이같은 정책은 과거 장졔스, 장징궈 총통 시대 대륙정책 노선이었던 3불(불접촉, 불타협, 불담판) 정책이 용도폐기됐음을 의미한다.

물론 대만의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변화가 전제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과 시장경제 정책에 힘입은 것이다. 덩은 78년 집권 후 중국의 물질적 생산력 발전을 위해 외자유치와 기술수입에 전력했다. 여기서 나온 대만통일 정책이 ‘일국양제(一國兩制)론’이다. 대만측이 ‘베이징 정부가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점만 인정하면 정치, 경제, 사회, 심지어 군사분야 까지도 대만의 현체제를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국양제론은 아울러 비정치 분야에서는 대만인을 실질적으로 내국인으로 대우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른바 ‘以民促談, 以商圍政(이민촉담, 이상위정)’노선이다. ‘민간교류를 통해 정치(통일)회담을 촉진하고, 경제교류를 통해 대만 정치를 포위한다’는 의미다. 덩의 정책은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95년 1월30일 발표한 ‘江8조’에서 재확인됐다. 강8조는 일국양제와 평화통일, 경제교류 확대를 비롯한 대만정책 8개 원칙을 밝힌 것이다.

10여년에 걸친 양안 정부의 이같은 노선은 인적·물질적 교류의 확대를 넘어 ‘양안 경제공동체’에 대한 전망을 밝혀주고 있다. 대만측 자료에 따르면 97년 대만의 대중국 교역은 수출이 205억3,500만 달러, 수입은 39억1,522만 달러로 166억 달러 이상 흑자를 기록했다. 대만이 일본과의 교역에서 입은 120억 달러의 적자를 메꾸고도 남는다.

대만기업의 활동 상황은 더 고무적이다. 3만개를 넘는 대만기업이 대륙에 진출해 있고, 10만명에 달하는 타이상이 대륙에서 장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만 기업들은 이제 90년대 초 주요 투자 대상지였던 남부 푸젠(福建)성을 넘어 중국 주요지역을 대만의 생산기지로 만들고 있다. 본토의 저임금 이점을 살려 부품조립과 생산 등 노동집약 산업을 대륙으로 이전한 것이다. 덕분에 대만에서는 고기술, 첨단, 정보산업분야로의 산업구조조정이 저절로 진행되고 있다.

양안 직교류의 관건인 3통도 사실상 이뤄진 상태다. 통상, 통항, 통우(通商, 通航, 通郵)를 뜻하는 3통은 중국측이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지만 대만측은 장래 정치협상용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 공식적으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륙과 대만은 직통 국제전화가 가능하고 우편물과 이삿짐까지도 자유롭게 오간다. 국적선과 국적기를 제외한 선박과 여객기도 형식적으로 홍콩에 기착한 뒤 드나든다.

3통의 공식화 여부는 정치에 달려 있다. ‘국내 이동’으로 취급하려는 중국과 ‘양국간 이동’으로 규정하는 대만의 정치적 입장이 조율돼야 하기 때문이다. 3통 문제는 경제가 상호개방됐지만 정치는 여전히 결빙된 양안관계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양안 교류는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과 대만의 민주화, 경제발전이 합작된 결과다. 그러나 덩샤오핑의 결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한반도에도 미묘한 시사점을 던진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포용)정책은 경제교류를 강화하면 북한이 문을 열 것이라는 자유주의적·기능주의적 전제 위에 서있다. 하지만 북한은 대남교류를 체제유지용 외화가득 차원에서 극히 폐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는 경우가 완전히 다르다. 덩샤오핑식 개혁개방이 북한에서도 가능할까. 그렇다면 어떻게 유도해야 할까. 문제는 여기에 있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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