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정치' 본격 시험대에

09/01(수) 16:25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31일 ‘무사히’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이총재에게 지난 1년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총풍(銃風) 세풍(稅風) 등 여권의 날카로운 창은 방향을 가리지 않고 줄기차게 날아들었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어디 한 곳 성한 데가 없지만 그래도 용케 심장을 찔리지는 않았다.

‘살아남은’ 이총재는 이제 준비를 끝낸 야당총재로서 새로운 1년을 시작한다. 어설픈 정치 신인이 아닌 믿을 만한 대중 정치인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하는 시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총재는 올들어서만도 수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21세기형 새정치로 요약되는 ‘이회창 정치’을 펼치겠다는 선언을 했다. 3김정치의 유일무이한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21세기형 새정치” 야심찬 선언

그동안 이총재를 감싸고 있던 ‘대쪽’‘법대로’의 이미지는 이미 색깔이 많이 바랬다. 가장 큰 정치적 프리미엄을 잃은 셈이다. 살아남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뭔가 새로운 카드를 내놓아야 했다. 이총재의 카드는 자기변신이었다. 바로 ‘제2창당’이다.

제2창당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8일 이총재의 기자회견으로 본격 시동이 걸렸다. 이날 기자회견문의 제목은 ‘3김정치 청산과 제2창당을 시작하며’였다. 이총재는 회견문에서 “지역할거정치, 보스정치의 낡은 3김정치로는 21세기의 거대한 물결에 적응할 수 없다”며 “3김정치 청산과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모든 국민들과 연대할 것이며 과감하게 문호를 열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이총재는 이어 “한나라당은 지금 이 순간부터 제2창당에 돌입한다”며 “국민의 삶과 안전을 지키는 국민정당,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정책정당,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제2창당 구상을 구체화할 당내기구도 가동 채비를 마쳤다. 제2창당의 전진기지는 다름아닌 ‘뉴밀레니엄위원회’. 이총재는 총재직 취임후 개혁 연대를 죽 주창해 온 김덕룡부총재에게 이 위원회를 맡겼다.

뉴밀레니엄위원회는 발족과 동시에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19일 당무회의를 거쳐 정식 출범한 뒤 21일 1차회의를 열어 비전분과위원회 등 4개 분과위를 구성하고 회의운영 방식도 결정하는 등 골격을 짰다. 지난 주말 구체적인 스케줄을 확정하면서 본궤도에 오른 여권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결코 늦지 않은 템포다.

‘국민과 함께’ 표방, 여당과 차별화

지금까지 드러난 제2창당의 원칙은 크게 세가지. 여권의 신당과 철저한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첫번째는 국민과 함께하는 제2창당이다. 이를 위해 자기성찰 프로그램을 먼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여권의 신당 창당을 청와대의 지침에 따른 ‘문패 바꿔달기’로 평가절하한 뉴밀레니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백화제방(百花齊放)의 물꼬를 터서 당내는 물론 온 국민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9월초로 예정된 ‘뉴밀레니엄 만민공동회’가 대표적인 이벤트. 19세기 말 독립협회가 열었던 만민공동회를 차용한 행사다. 이를 통해 인재 영입은 물론 우호적인 인사가 중심이 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생각이다.

두번째는 산업화 세력, 민주화 세력, 21세기형 인재 등이 융합된 제2창당이다. 창조적인 건전세력을 구축하겠다는 뜻. 한나라당은 “친DJ인사들의 재편이 될게 뻔한 여권의 신당과는 질적으로 다를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세번째는 미래지향적인 젊은 정당으로의 탈바꿈이다. 참신하고 합리적이며 전문성을 아울러 갖춘 인재를 통한 체질개선을 하겠다는 것.

제2창당은 대충 세단계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1단계는 정기국회 개회전까지. 제2창당의 원칙과 과제 등을 확정하게된다. 7월30일 천안에서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찬회를 이미 가졌고, 조만간 1만명 앙케이트 조사도 실시할 예정. 뉴밀레니엄 만민공동회도 이 기간에 열리며 영입인사의 면면이 일부나마 가시화 될 수 있다.

정기국회 개회후 국정감사 시작전까지는 2단계다. 살을 붙이는 기간이다. 구체적인 실행프로그램이 본격 시행된다. 전당대회 일정 등 스케줄링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국정감사 기간중에는 마무리단계로 들어간다. 본격적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당헌-당규와 정강-정책의 손질도 끝마치게 된다.

이총재가 야심차게 던진 제2창당이라는 승부수가 과연 통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풍의 족쇄가 채 풀리지 않은데다 김영삼 전대통령과의 갈등 또한 미봉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내 비주류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총재 앞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나 많다.

최성욱·정치부 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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