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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잘 하는지 지켜보겠어"

‘더이상 관람자에 머물지 않겠다.’

시민단체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감시’에 팔을 걷어 붙였다.

경실련,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민예총 등 40개 시민·사회단체는 9월 8일 ‘99국정감사 모니터 시민연대(이하 국감시민연대)’ 를 정식 발족하고 활동에 들어감에 따라 의원들의 국정감사 활동에 질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특히 15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10일 개회됐고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시민단체들의 ‘감시’는 의원들에게는 위력적일 수 밖에 없다.

“국회를 유권자의 것으로 되찾기 위한 유권자들의 자구적 행위”라고 밝혔듯 국감시민연대 발족은 무엇보다 형식적이고 비효율적인 국회 활동에 대한 불신을 국민 스스로가 바로 잡아 보자는 것이 취지. 지금까지 투표로 선출한 국회의원이지만 그들이 의회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 이번 국감시민연대는 바로 이런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국회의원들을 우리 스스로가 감시하고 채찍질을 하자는 ‘참여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40여개 단체 총망라, 국감 모니터

국감시민연대 발족은 우리 의정 사상 최초로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해온 40여개 시민·사회 단체가 총망라됐다는 점에서도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시민단체는 단체마다 나름의 목소리를 내오긴 했지만 이처럼 국정 사안에 대해 거의 전분야를 망라한 시민·사회 단체가 하나로 결집된 힘을 구성하기는 처음이다. 그만큼 국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공감을 이뤘다는 반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활동 계획도 매우 구체적이고 치밀하다. 국감시민연대는 그간 출석률, 발언량 중심의 정량 평가 방식에서 한단계 나아가 각 단체가 전문분야별로 감시와 모니터 활동을 전담하는 전문화, 분업화 체계를 갖추었다. 미리 국정 개혁 방향과 집중 모니터 과제를 선정한 뒤 이를 근거로 감사 기간 동안 의원과 행정부에 대한 면밀한 평가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우선 상임위별로 7~10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전담 모니터팀을 결성, 국감전에 해당 상임위 위원들에게 해당 자료 및 질의 요청 형태로 문제 제시를 한다. 또 분야별 전문가 및 전담 활동가로 구성된 이 모니터팀은 직접 국감장도 방문, 상임위원들에게 질의 요강이나 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의원들의 질의 내용, 피감 기관의 답변 태도, 후속 조치 여부 등도 꼼꼼히 감시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담당 팀이 평가한 내용을 일일이 평가 보고서로 작성, 언론사와 국회의원에게 배포하는 동시에 인터넷 홈페이지 ‘사이버 국감시민연대(http://www.ngokorea.org)’에 올려 유권자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한마디로 유권자의 알권리를 대행해 시민이 참여하는 국정 감사를 이끈다는 것이다.

또 국감이 끝나면 모니터 결과를 근거로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 평가표를 작성, 차기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시 평가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형식적 질의·응답 바로잡는데 주력

이처럼 시민단체가 직접 나서게 된 데는 그간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불신의 벽이 얼마나 높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정부의 총체적인 정책 집행을 감시·감독하는 대표적인 장치로 의정 활동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감사 기능이 복원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 국회는 수박 겉핥기에 그쳐 매번 통과의례 수준에 머물러 왔다.

일부 의원을 제외하곤 발언록을 채우기 위한 형식적인 질의, 매년 반복되는 질문은 말할 것도 없고 보좌관이 작성해 준 질의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무성의가 비일비재 했다. 정부의 답변 역시 무책임하고 성의가 없었다. 자료 제시를 회피하기 일쑤고 일회적인 답변에 급급한 기관장, 후속 조치 부재가 그것이다. 국감시민연대는 바로 이처럼 요식행사가 되버린 국감을 바로 잡고자 하는데 모든 역량을 기울일 예정이다.

국감시민연대 이태호(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공동사무국장은 “이번 국감 모니터는 그간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핵심 국정 개혁 사항에 대해 의원의 성의있는 감사와 행정부측의 실천을 감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국장은 “이 과정에서 자질이 부족한 의원들에 대해서 국민들의 판단 자료로서의 효과도 있을 것이며 정부에 대해서도 끝까지 실천 여부를 감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김홍신(보건복지위)의원은 “정말 바람직한 일이다. 그간 시민들이 국정을 감시할 채널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얼마나 본분을 지키고 수행하는지를 평가한 것은 언론 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이 보지 못한 부분을 시민단체들이 꼼꼼히 챙겨 국민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원은 국감시민연대가 의원별 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단시일내에 얼마나 종합적으로 평가하느냐가 문제겠지만 건강한 의식을 가진 시민단체가 국회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의원들에게 국감시민연대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실상 의원별 국감 성적표가 적나라하게 공개되면 내년 총선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국감시민연대는 상임위별 모니터 단체와 실무담당자, 간사단체를 배정하는 등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주요 과제로는 정무위의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과정에서의 금감위의 입장과 역할 ▲변호사 보수 자율화로 인한 보수 폭등 문제 ▲재경위의 재벌개혁 진행 정도, 국세청의 탈세 근절 의지와 실행 방안 ▲통일외교통상위의 해외동포의 법적 지위문제, 대북 포용 정책의 일관성 ▲국방위의 K1탱크 CN235수송기 도입 비리 의혹 ▲교육위의 교육 재정GNP 6% 확보 방안, BK21 사업의 문제점 등 총 14개 위원회를 총 망라하고 있다.

모처럼 산뜻하게 출범한 국감시민연대가 국정 감사의 새로운 틀을 마련하는 촉발제가 될 수 있을 지 관심과 기대가 모아진다.

송영웅·주간한국부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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