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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일본바둑계, 2인자 쟁탈전 뜨겁다

“2인자는 절대로 양보하지 못한다.” 일본 바둑계가 때아닌 2인자 쟁탈전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집념의 도전자’ 고바야시 고이치를 필두로 ‘황태자’ 요다 노리모토, ‘대만의 자존심’ 왕리청의 3인 각축에서 ‘한국호랑이’ 조선진까지 뛰어들어 2인자 ‘4인방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승부세계에서 2인자 논쟁이 과연 필요한지는 사실 의문이기는 하다. 그러나 워낙 확고한 조치훈의 아성이 새로운 천년에도 무너질 기세가 보이질 않으니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승부사로서 2인자도 사실은 감지덕지한 일본의 현실이 작용한 탓이니 이해할 필요는 있다. 마치 한국처럼 이창호가 확고한 마당이면 2인자도 상당한 메리트가 있는 상황과 똑같다.

먼저 고바야시 고이치. 그는 48세로 지천명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필생의 라이벌 조치훈이 20년 가까이 그를 괴롭혔지만 몇번을 죽었다 살아나며 오늘에 이르러‘집념의 추적자’로 통한다. 현재 그는 십단과 천원 기성 등 3개 타이틀을 허리에 차고있어 일본 최다관왕이다. 유의할 것은 그가 보유한 기성은 조치훈이 보유한 기성(碁聖)이 아니고 기성(碁聖) 즉 일본발음으로 ‘고세이’다. 따라서 그는 현재 랭킹 4 5 7위 기전을 동시 보유하고 있다. 당연히 한국의 상황이라면 일인자 대접을 받을만 하다.

그러나 일본은 주지하다시피, 랭킹 7위전까지만 메이저 타이틀로 인정한다. 따라서 철저히 상금의 다과로 만들어진 랭킹에서 우위에 선 랭킹을 가지고 있어야 상위랭커로 인정받는다. 예를 들어 1위 기전을 한 사람이 가지고 있으면 그는 다른 사람이 2위부터 7위까지 모조리 갖고 있어도 랭킹1위다. 좀 어색한 규정같지만 프로세계에서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롭게 등장한 조선진은 당당히 랭킹2위다. 왜냐하면 1,2위 기전인 기성 명인을 보유한 조치훈에 이어 3위기전 본인방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그렇고 그런’ 9단에서 일약 2인자로 뛰어오른 셈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다른 기전에서 도약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확실히 실력으로 2인자가 되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고바야시 보다는 아래라는 것이 중평. 단, 그가 변방기전이라도 하나 더 보탤 수 있다면, 또는 본인방타이틀을 한번이라도 방어해낼 힘이 생긴다면 당당히 2인자임에 틀림없다.

다음은 대만 출신 왕리청이다. 그는 세계대회에서도 이미 한차례 섭렵한 바 있는 전통의 2인자 그룹이다. 그러나 그도 어떤 벽을 만난 사람처럼 확실히 2인자에 올라본 기억이 없다는 것이 불리한 요건이다. 조치훈에게도 상당한 승률을 마크하며 강미를 띄기도 하지만 결국엔 굵직한 타이틀을 따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일본내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다. 그래도 최근엔 조금씩 신예들에게도 밀리기 시작하는 조짐이다. 현재 랭킹 6위 왕좌를 보유하고 있다.

좀 밀리기는 요다도 마찬가지다. ‘이창호 킬러’로 악명높은 요다는 오히려 일본에서는 그리 강세를 띄지 못한다. 얼마전 고바야시 고이치에게 7위 기성을 빼앗기면서 다시금 무관으로 전락했다. 그는 노장 도전자 고바야시에게 2연승을 거두어 대회 4연패를 쉽게 달성하는가 했으나 방심으로 허를 찔러 결국 2승후 3연패를 기록해 졸지에 무관으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문제는 요다의 정신력인데 무관으로 계속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지만 그렇다고 2인자 쟁탈전의 승자가 되리라고 보기는 당분간 어렵다는 전망도 동시에 나온다.

1위 조치훈에다 2위는 고바야시 고이치에다 조선진의 싸움. 그리고 4위 싸움엔 왕리청과 요다노리모토. 그 다음주자는 류시훈과 신인왕 야마다 기미오 등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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