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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세상읽기] 육감까지 열고 대화하자

흔히 ‘육감으로 안다’는 말을 쓴다. 직접 보고 들은 것은 아니지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예민한 감각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육감’의 정확한 뜻은 두가지. 하나는 육체에서 풍기는 성적인 느낌.‘육감적이다’라는 말로 자주 쓰인다. 또 하나는 오관(五官)으로 느낄 수 없다고 생각되는 감각. 사물의 신비나 본질을 직감적으로 포착하는 마음의 기능이다. 시, 후, 촉, 미, 청각이 아닌 또 하나의 감각. 영어에서도 ‘The Sixth Sense’라고 한다.

오감이 그렇듯 육감도 사람에 따라 정도나 반응이 다를 것이다. 유령 혹은 귀신의 존재유무에 대한 엇갈린 주장도 이 때문이다. 인간의 오감은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육감도 마찬가지라고 영화는 말한다. 추석연휴를 겨냥해 18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더 헌팅’과 ‘식스 센스’. 두 영화는 유령의 이야기다. 유령은 인간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흐트러뜨리고, 현실과 과학을 혼란에 빠뜨리는.

영화는 육감을 가진 인간은 유령과의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 유령은 인간을 공격하고, 인간은 그것에 시달리다 종교와 주술의 힘을 빌어 물리치는 공포의 관습에서 벗어나 있다. 독특한 심리구조로 인간과 유령의 의사소통 문제를 제기한다.

‘헌팅’의 여자주인공 넬(릴리 테일러)은 병든 어머니를 오랫동안 간호했다. 어머니가 죽은 후에도 그녀는 어머니의 존재를 느꼈다. 살아 있을 때 어머니가 벽을 두드리는 소리. 육감은 그를 낡은 저택으로 가게 한다. 그곳에 악령에게 잡혀있는 아이들의 영혼이 그를 부른 것이다. 함께 머물게 된 동료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악령은 유령의 존재를 감지하는 넬을 없애려고 하고, 넬은 억울하게 갇힌 어린 영혼들의 도움을 받아 130년전 있었던 비밀을 캐낸다. 그녀에게 어린 유령들은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그것은 직접적인 소리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갖가지 암시를 남긴다.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육감을 가진 넬 뿐이다.

‘식스 센스’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간다. 유령과 인간의 경계가 모호하다. 유령이 된 아동심리학자인 말콤박사(브루스 윌리스)조차 깨닫지 못하다 마지막 자신의 정체를 알고 놀란다. 여덟살 난 소년에게 유령들이 나타난다. 모두 억울한 사연을 품고 있다. 더이상 그들은 악의 상징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처녀귀신처럼 한을 품고 잔인하게 복수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진실이 밝혀지길 원한다. 자신의 진실을 누군가 들어주길 원한다.

소년의 막연한 공포, 자기만이 갖고 있는 이상한 육감에 대한 두려움도 결국 마음의 귀를 열고 그들의 얘기를 듣고, 부탁을 들어줄었을 때 사라진다. 그 방법 역시 언어가 인간끼리 가능한 언어가 아니라 상징과 암시들이다. 소년은 계모가 매일 음식에 바닥세척제를 넣어 죽은 소녀의 부탁을 들어준다. 소녀의 집에서 그 증거를 찾아 소녀의 아버지에게 준다. 그렇다고 아이의 육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영화는 아이의 육감이 결코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상대의 말을 들어줄 자세만 가진다면 인간은 물론 유령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며, 그것으로 보다 많은 진실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대화는 두려움을 없애야만 가능하다. 대화는 자기 얘기를 들어줄 상대가 있어야 가능하다. 귀신이라고 그것이 다르랴. 지금 우리사회는 대화의 부재시대다. 대화가 없으니 진실도 없다. 육감은 고사하고 오감조차 닫아버린다. 추석은 조상들 앞에 음식 차려놓고 절만 하는 날은 아니다. 조상과 대화를 하는 자리다. 육감까지 열고 그분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이대현· 문화부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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