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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없이 그저 내키는대로...

테크노가 세기말 한국 음악의 화두다. 요즘 발표되는 곡들은 다들 테크노에 한발짝씩 걸치고 있다. CF도 테크노 음악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강남의 나이트 클럽들이 앞다투어 테크노 클럽으로 이름을 바꿔달고 있다. 록카페 천지던 홍익대 앞도 테크노 클럽의 본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열풍을 넘어서 광풍(狂風)이라고 불릴만하다. 왜 테크노인가? 이 물음에 앞서 테크노 음악이 무엇인지부터 살펴야할 것이다.

▲테크노 음악은 무엇인가?

테크노는 워낙 광의적인 표현이어서 딱 부러지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가장 기본적인 특징으로 전자악기를 사용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에서 테크노란 표현과 함께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이 이 때문이다. 컴퓨터와 신시사이저, 미디, 시퀀스 등 다양한 전자악기를 통해 음원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 테크노 음악이다.

그럼 전자악기를 사용한 음악은 모두 테크노인가? 그렇지 않다. 테크노는 리듬과 비트만 있지 멜로디는 없다. 전자음의 반복적인 비트로 몽환상태(일명 트랜스 상태)에 이르게 하는 음악이 테크노다. 클럽에서 테크노 음악에 맞춰 마약에 취한 듯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는 것도 테크노의 이런 특징 때문이다. 전자악기를 사용한 음악이라 하더라도 멜로디가 있고 반복적인 비트가 부족하면 테크노라 불릴 자격이 없다. 그래서 최근 발표되는 국내 테크노 풍의 가요를 테크노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80년대 유행했던 유로 댄스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다.

▲왜 테크노인가?

테크노 음악은 컴퓨터와 신시사이저의 사용이 본격화된 80년대부터 있었다. 시조는 80년대 초 독일의 크라프트베르크. 이후 유럽에서 클럽을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테크노가 90년대 중반 세계 음악의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세기말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메이저 음반사의 판매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세기말이라는 음울한 분위기와 테크노의 기계적이고 몽환적인 사운드는 잘 맞아떨어지는데가 있다. 하지만 원래 테크노는 주류 음악과는 맞지 않는 마니아 성격의 음악이다. 클럽에서도 환호를 받기보다는 한데 엉키는 음악이다. 그런데 이 테크노가 주류 음악의 위치로 까지 오른 것은 메이저 음반사의 힘이 크다.

수십년간 대세 음악의 위치를 지키고 있던 록이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던 90년대 초 메이저 음반사들은 이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음악을 찾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록의 대안인 얼터너티브 록. 너버나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을 때만 해도 그들의 계산은 맞는 듯했다. 하지만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이 자살한 후 얼터너티브 록은 급격히 힘이 소진되고 이를 대체할 음악을 찾던 메이저 음반사는 유럽의 클럽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테크노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테크노 아티시트

외국의 테크노 아티스트 하면 단연 프로디지, 케미컬 브라더스, 언더월드 등이 꼽힌다. <아목>이라는 곡으로 한국 클럽을 휩쓸고 있는 독일 그룹 666은 정통 테크노 마니아들에게는 유로 댄스그룹으로 보일 뿐이다. 영국출신의 그룹 프로디지는 현재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테크노 그룹이다. 3년전 기타의 달인 에릭 크랩턴이 같이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 요즘도 전세계 테크노 페스티벌에서 섭외 1순위로 꼽힌다. 프로디지를 비롯해 이들 세팀은 대주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테크노 아티스트들이고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테크노 아티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테크노 아티스트라고 불릴 사람은 주로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신해철이나 유희열이 테크노음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그중 트렌지스터 헤드, 프렉탈, 데이트리퍼, 모하비, 카사블랑카 등은 마니아들에게 큰 인기다.

음악관계자들 중에는 한국의 여러 장르의 음악중에서 테크노가 가장 세계 수준에 근접한 음악이라고 한다. 수년간 클럽에서 닦은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 또 음악적 특성상 가사가 중요하지 않아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수월하다.

▲한국의 테크노 열풍은 거품?

한국에 테크노가 들어왔을 때만해도 다들 비주류 음악으로 취급했다. 반복적인 비트는 1분 이상을 듣기가 힘들다. 유난히 멜로디에 집착하는 한국팬들에게 멜로디가 아예 없는 테크노는 듣기에 고통스러울 정도. 97년 영화 <트레인스포팅> 사운드트랙에서 <러스트 훠 라이프> 등 테크노 곡이 인기를 누렸지만 그 뿐이었다.

하지만 올 여름 갑자기 테크노다. 전세계적인 대세를 한국적으로 잘 소화해낸(?) 것이다. 사실 최근 발표된 테크노 풍의 가요는 테크노라는 이름을 내붙이기가 민망할 정도의 테크노와는 거리가 있다. 전자악기를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반복적인 비트보다는 아기자기한 멜로디를 가진 음악이기 때문에 오히려 유로 댄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클럽에서 테크노 음악만 나오면 군무처럼 추고 있는 도리도리 댄스도 테크노 음악과는 상관없다는 것이 테크노 마니아들의 주장이다. 도리도리 댄스는 10여년전 일본 도쿄의 줄리아나 나이트클럽에서 유행하던 춤이었을 뿐이라고 한다. 테크노 춤은 정형화된 틀 없이 그저 내키는 대로 추는 것이기 때문에 테크노 댄스라고 부를만한 춤은 전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점 때문에 테크노는 90년대 초 재즈처럼 거품현상일 뿐이라는 주장이 많다. 실제 정통 테크노를 즐기는 층은 일부 마니아에만 국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매력 때문에 테크노의 인기가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상목·일간스포츠 연예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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