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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도.감청 시비의 끝은

주간한국은 전호(1793호)에서 ‘감사원·특별검사 한판승부’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감사원의 검찰·경찰의 불법 도·감청에 대한 특별감사와 특별검사의 고가옷 로비의혹 및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수사의 성과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이들 사건들은 국회가 진실을 캐보려 했으나 의혹만 증폭된 것들입니다. 감사원과 특별검사들이 다시한번 실체적 진실을 찾아 나섰으니 관심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시작단계에서부터 조짐이 좋지 않습니다. 감사와 수사가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위해서는 대상기관들의 협조가 관건인데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김정길 법무부장관은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이 검찰을 상대로 불법 도·감청 의혹과 관련한 특감을 실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감사원이 검찰의 구체적인 수사업무에 속하는 사안에 대해 감사하는게 적절한지 의문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김장관의 발언이 감사원의 특감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구체적 수사업무에 속한 사안에 대한 감사가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발언은 협조의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직무보다 수사가 마치 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갖게 하는 김장관의 발언은 반쪽 특감에 대한 우려를 낳기에 충분합니다.

김장관의 발언에 감사원은 실태 파악이 끝날 때 까지는 ‘노코멘트’ 하기로 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러나 본격 특감에 착수도 하기전에 법무부가 제동을 건데 대해서는 심기가 편치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감사원은 야당측으로부터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감청에 대한 특감도 요구받고 있습니다. 야당은 남은 정기국회 일정을 이와 연계시킨다는 전략입니다. 국정원은 이에 맞서 선진국 정보기관도 저인망식 감청을 한다는 자료를 내놓는 등 맞불작전을 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사법기관의 감청과 정보기관의 감청은 법적 기술적 조직적인 면에서 다르다는 주장입니다. 감사원의 실태파악 후 ‘코멘트’가 궁금해지는 것은 불법 도·감청 문제가 쉽게 가라앉을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의 특별감사가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이 큰 상태에서 특별검사들의 수사가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듭니다. 특별검사들의 초반 수사는 국회의원들의 닥달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사직동팀으로부터 옷로비 내사자료를 넘겨받는 등 활발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법무장관의 발언에서 보여지듯이 검찰의 협조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옷로비 의혹 및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은 이미 검찰이 수사를 끝낸 상태여서 더욱 그렇습니다. 검찰의 수사결과와 내사자료의 내용에 일부 다른 부분이 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의 본질에 대한 정치권의 잘못된 시각입니다. 여야는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하며 사안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데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으로 지탱되는데 작금의 현실은 그같은 대명제가 흐트러지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기밀이라는 이유로 입법부의 견제행위를 일축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사생활과 통신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지, 국민의 알권리는 충족되고 있느냐 입니다. 기본권은 국가 기밀이나 수사에 우선해 보호받아야 합니다. 국정원이 국민의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다면 야당이 주장하는 현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공개후 정당한 행위였는데도 기밀사항을 공개하는 의원이 있다면 법대로 처리하면 됩니다. 고소전에 앞서 취해야 했던 사항입니다. 현장을 보지 못하는 고소전의 수사가 제대로 될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수사 역시 의혹만 남길 가능성이 큽니다.

진상 규명이 없으면 의혹은 확대재생산될 뿐입니다. 이는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불신사회를 조장합니다. 제대로 된 대책은 정확한 실태파악이 선행될 때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봉에 그치기 십상입니다. 이번 사안들은 정치적 타협으로 유야무야되어서도 안됩니다. 국민의 기본권은 타협의 대상이 아닙니다. 국민이 원하는 바는 불법 도·감청이 없는 세상에서 마음놓고 생업에 종사하는 것입니다. 몰래 엿보기와 몰래 엿듣기에 국민들은 넌더리를 치고 있습니다. 차제에 공권력에 의해 저질러질 수 있는 불법행위를 예방하는 내부고발자 보호제도도 같이 정립돼야 합니다.

정재룡·주간한국부 부장 jr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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