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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기행] 오르도스와 징기스칸 릉

징기스칸 능(陵)을 가기 위해서는 내몽골의 수도인 호호트시에서 출발, 서남쪽으로 공업 도시인 포두(包斗)를 거치고 황하(黃河)를 건너 오르도스지역을 지나야 한다. 호호트에 도착한 다음 날 징기스칸 능으로 향하는 차창밖을 보니 이른 아침인데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안개가 낀 것처럼 도시 전체는 뿌옇고, 쌓인 눈도 시커멓다. 높이 솟은 굴뚝에서 내뿜는 매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은 전에부터 들어서 안 일이긴 하지만 쌓인 눈마저 거멓게 되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도시를 빠져 나오니 큰 키의 가로수가 앙상하게 서 있고, 가끔 보이는 길가 마을이나 집은 흙으로 벽을 하고 허름하게 앉아 있다. 대청산 산맥을 따라 몇 시간을 달리니 포두시가 나타난다. 도시다운 면모는 갖추고 있으나 어딘지 모르게 가라앉은 기분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건물 색깔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입고 있는 옷에서 오는 것인지는 몰라도 침잠한 모습이다. 다만 높이 솟은 굴뚝이 그 가라앉은 모습을 조금 위로 올려놓으려고 버티고 서 있다고나 할까.

도시전체가 석탄가루에 쌓여

새벽에 출발했으니 아침밥은 포두시에서 먹어야 했다. 처음 찾아간 식당은 그래도 이른 탓인지 준비가 덜되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뱀이 긴 목을 내밀고 이 구멍 저 구멍을 찾듯 이 식당 저 식당을 기웃거렸지만 신통한 식당은 찾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허름한 간이 식당에 들어갔다. 식탁에 앉으니 의자위와 식탁위 할 것 없이 온통 석탄가루가 쌓여 있다. 심지어 내어놓는 접시에도 석탄가루가 있어 휴지로 닦아 내야 했다. 조반이 맛있을 수가 있겠는가.

시내를 벗어나니 석탄을 싣고 오는 차와 실으러 가는 차가 즐비하다. 이 석탄을 실어 나르는 차는 짐칸을 여러개 연결해 간이기차와 같다. 이들 차의 행렬은 장관이다.

황하대교는 다리 이름만큼이나 길다. 차가 기다리는 동안 걸어서 건너기로 작정을 하고 완전 무장을 했다. 특수부대 요원들이 쓰는, 눈만 빠끔하게 나오는 모자 위에 방한모를 덧쓰고 방한복을 껴입었다. 100m를 갔을까 눈에서는 눈물이 절로 나오고 콧물이 주체할 수 없도록 흘렀다. 앞으로도 갈 거리가 많이 남아 있는데 걱정이 앞섰다. 다리밑으로는 자전거를 탄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꽁꽁 언 강물 위를 건너고 있다. 부러운 생각뿐이다. 어쩌면 생각조차 얼어붙었는지도 모른다.

황하대교를 건너 조금 달리니 오르도스 지역이 펼쳐진다. 스텝지역으로 예전에는 전장(戰場)이기도 했다. 화학교과서에 등장하는 원소기호의 물질이 모두 모여 있다고도 하는 지역인데, 가는 곳마다 협곡을 이루고 그 구불구불 나있는 길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높은데 오르면 깊은 협곡이 아가리가 되어 언덕들이 겹쳐지며 먼 데까지 아스라이 번진다. 언덕의 바다다. 싸우다 죽어간 전사들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내·외몽골이 하나가 될 수는 없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여전히 신비에 싸인 징기스칸

오후에 도착한 징기스칸 능은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겨울이라 여유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계단을 올라 정문을 통과하면 마치 삼지(三指)창 모양의 돔지붕을 한 건물이 나타나는데 바로 징기스칸 능이다. 가운데로 들어서면 정면에 징기스칸 초상화가 걸려 있고 각 방마다 그와 관련된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실제 그의 능은 아니지만 능을 만들어서 매년 3월 20일·5월 15일·9월 12일 그리고 10월3일에는 몽골인 피가 흐르는 사람들이 모여 제를 올리기도 한다. 아직까지 그의 실제 무덤은 발견되지 않았다. 평장(平葬)을 하는 그네들이고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지만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래야 지금처럼 신비함 속에서만 살아 있는 위대한 영웅 징기스칸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번 여행에 재중동포인 이재욱 내몽골 관광국장을 대동한 게 무엇보다도 즐겁고 값어치 있는 일이었다. 자치구의 국장이면 한 나라의 장관에 해당한다. 마침 겨울철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어 같이 동행해서 가는 곳마다 모든 일이 수월하게 해결되고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공업 도시인 포두시의 시장을 지나갈 때는 “여기는 있는 것이라고는 사람뿐”이라는 농담으로 웃기기도 한 마음 넉넉한 이웃 아저씨 같은 사람이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났다니 조금은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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