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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마약의 덫에 걸린 '인기와 돈'

신중현 이장희 윤형주 김세환 조용필 주병진 김현철 신성우 신해철 이승철 조덕배 심신 김승진 현진영 이현우 박중훈 신동엽 김추자 채은옥 김수희 전세영 염해리 김부선 허윤정 재키림 …. 오래된 10개 가수 명단도, 대종 영화상 역대 수상자 명단도 아니다. 한때 최절정의 인기를 누리다 대마초의 유혹에 빠져 방황했던 톱스타 명단중 일부이다.

영화배우, 탤런트, 모델, 디자이너, 연예인 매니저, 그리고 정치인과 재벌 2세. 이들은 이 시대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마약 단속이 시작되면 언제나 빠지지 않고 명단에 오르는 대상 또한 이들이다.

연예인은 검찰이 발표한 마약사범의 직업별 분류에서 당당히(?) 5위에 올랐을 정도로 그 숫자가 많다. 이 시대에 소위 잘나간다(?)는 부류인 이들이 어째서 자신을 한순간에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환각의 유혹에 그토록 쉽게 빠져드는 것일까.

연예인들, 인기중압감 벗어나려 손대

우선 직업적인 특수 요인을 들 수 있다. 연예인들에게 ‘인기’는 마치 생명과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스타건 무명이건 그들은 항상 ‘인기’에 집착하고 그 중압감에 시달린다. 이런 ‘인기 중독중’은 그들의 정신 세계를 황폐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슬플 때도 웃어야하고, 비난받고 시기받을 때도 내색한번 못한 채 혼자 삭여야하는 이들의 세계는 고독하고 외롭기 마련이다. 열성 팬들이 주변을 감싸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은 ‘의미없는 아우성’속에 혼자 갖혀 있는 셈이다. 이런 극도의 외로움을 벗어 버릴 혼자만의 탈출구를 찾는 한 방편으로 마약에 빠지고 만다.

‘무대 공포증’도 환각의 유혹을 재촉한다. 모르는 대중 앞에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줘야한다는 중압감은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른다. 무대에 선지 20년이 지난 한 중년 가수도 아직 무대에 서기전에 화장실을 들락거리 정도로 남앞에 선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다. 연예인 마약 사범 가운데 상당수가 관중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가수인 것도 이런 연유라 할 수 있다.

일부는 ‘예술적 영감’을 이유로 대기도 한다. 93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된 록그룹 리드 싱어 A씨. 평소 모범적인 가수로 알려졌던 그는 구속 당시 “내 자신의 음악적 한계를 느끼던 터에 대마초를 피우면 절대 음감과 영감이 떠오른다는 주변의 유혹에 빠져 이 길로 들어섰다”고 털어 놓은 적이 있다.

실제 연예인 마약 사범들의 90% 이상이 대마초 흡연이다. 대마초는 400여종의 화학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가장 두드러진 화학물질인 델타나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은 일시적으로 청각 능력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며 마치 몸이 붕 떠 있는 듯한 황홀감을 일으킨다. 상당수 가수들은 이런 기능이 자신의 음악적 영감을 향상시켜준다고 믿고 대마초를 흡연하곤 한다.

그러나 이 물질은 신경계통에 이상을 초래해 결국 중독과 뇌기능의 장애 등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들을 노리는 주변의 유혹도 많다. ‘자고 일어나니 유명인이 됐다’는 말이 있듯 연예계에서 인기는 순식간에 이뤄진다. 불과 몇 개월이 안돼 무명에서 일약 톱스타로 성장한 연예인의 경우 갑작스런 부와 명예를 주체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 이런 연예인들은 마약 공급책들의 표적 대상 1호가 된다. 공급책들은 그들과 친한 인맥을 통해 이들에게 서서히 마약의 손길을 뻗친다.

돈과 여자들이 만나 타락의 길로

재벌 2세와 정치인 자녀들은 조금 경우가 다르다. 이들은 자신의 형제중 무능하다는 이유로 그룹 경영에서 상대적으로 따돌림을 당한 경우거나 가정 자체에 문제가 있을 때에 주로 나타난다.

이들은 대부분 국내 학업을 포기하고 미국 등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는데 ‘마약의 천국’ 미국에서 대마초를 배운 사례가 많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거나 남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성격을 가지기 쉬운 재벌 2세들은 그만큼 외부 환경 변화나 도전을 스스로 헤쳐나갈 능력이 부족하다. 당연히 돈을 보고 달려드는 마약 공급책들의 교묘한 마수에 무방비 상태일 수 밖에 없다.

마약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진태원(38)박사(신경정신과)는 이런한 재벌 2세들의 성향을 ‘구강기(口腔器)적 기질’이라고 진단한다. 진원장은 “정상적인 교육과 가정 환경에서 자란 대부분의 재벌 2세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부 소외된 재벌 2세의 경우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돈과 약물로 해결하려는 나약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서는 대부분 모든 것을 입에 갖다대는 ‘오럴 캐릭터(Oral Cha)’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성격은 담배로 시작해 술, 본드를 하게되고 궁극적으로는 마약같은 약물 복용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돈과 여자들이 만나 타락의 길로

재벌 2세들의 타락에는 예외없이 여자 연예인이 개입된다. 돈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미모의 여자 탤런트나 여배우들을 함께 타락의 함정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주 대상은 무명 연예인이나 한때 인기를 얻었다 시들은 여자 탤런트들이다. 이들의 경우 예외없이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다.

이들에겐 돈은 다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기회다. 돈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런 연예인들은 마약 브로커들의 마수에도 쉽게 걸려든다. 연예인 주변을 맴도는 브로커들은 처음에는 “든든한 후원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여자 연예인들에게 접근, 재벌 2세와의 자연스런 만남의 자리를 주선한다.

이들의 관계가 성적인 수준을 넘을 정도로 친밀해지면 서서히 대마초를 제공하면서 본색을 드러낸다. 재벌 2세와 여자 연예인에게 정기적으로 대마초를 공급하면서 돈을 챙기는 것이다. 한때 에로 영화배우로 인기를 모았던 K(37)양은 80년대초 대마초 환각에 빠져 4차례나 구속됐다 풀려나는 등 최근까지도 완전히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한덕 기획조사팀장은 “마약과 같은 약물 중독은 미국에서 흑인 빈곤층, 싱가포르에서는 정치적 약자들인 말레이시아계와 같은 소외 계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마약이 한 계층에 폭넓게 퍼져 있진 않지만 청소년들의 우상인 대중 스타들의 마약 복용은 심각한 사회 현상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마약과 같은 향정신성 약물 복용은 머리를 많이 쓸수록, 긴장과 스트레스가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21세기는 ‘마약과의 전쟁’을 펼쳐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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