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정치 풍향계] 2여 합당, 꺼진 불인가

이번 주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문제를 매듭짓는 한 주가 될 것 같다. 결론은 합당을 하지 않는 쪽이다.

김종필총리는 12월19일 LA체류중 수행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미 나는 합당을 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밝힌 바 있다”면서 합당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8월 “합당은 소망스럽지 않으니 합당을 원하는 이가 있으면 당을 떠나달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도 했다.

21일 귀국한 김총리는 23일쯤 김대중대통령을 만나 합당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대통령은 이자리에서 2여의 합당이 왜 필요한지, 합당할 경우 자민련과 김종필총리에게는 어떤 유리한 점이 있는지 등을 설명하고 합당을 간곡히 청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과 김총리가 지금까지 이심전심의 선문답식으로 합당의 당위성에 대해 교감을 한 정도였다”면서 “이번에는 김대통령이 구체적으로 합당의 필요성과 조건에 관해 소상히 밝히고 김총리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총리가 합당불원의사를 철회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합당반대의사를 번복하기에는 김총리가 너무 많이 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김총리는 최근의 여러 정치적 상황을 감안할 때 합당할 경우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는 판단을 내리고 귀국하기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확실하게 쐐기를 박아 버린 것 같다. 김대통령이 합당에 대해 더이상 기대를 갖지 못하도록 마지노선을 그은 것이다.

물론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100% 합당이 무산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김대통령이 간곡히 김총리를 설득하고 내년 총선에 앞서 2여1야의 선거구도가 필패의 전망이 나올 때는 2월초쯤 또한번 합당문제가 부상할 개연성이 있다.


국민회의·자민련, 연합공천 지분문제 최대 이슈로

그러나 일단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합당무산을 전제로 각자 내년총선을 준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는 신당창당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진행시키고 자민련은 이한동의원 등 한나라당내 일부 보수세력을 끌어들여 정통보수의 이미지를 구축, 선거에 임할 전망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년 총선에서 합력할 수 있는 방안은 이제 연합공천밖에 없다. 김총리는 LA기자간담회에서 “국민회의와는 유기적으로 협조해 끝까지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공천을 염두에 둔 언급이다. 김대통령과 김총리는 앞으로의 회동에서 연합공천의 원칙과 지분문제에 대해서 집중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연합공천과정이 순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자민련은 수도권에서 상당한 지분 할애를 요청할 태세지만 국민회의측은 “자민련 간판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공조를 유지하는 또하나의 고리는 총리자리다. 김총리는 “후림총리 인선에 대해 김대통령에게 얘기한 것은 없지만 정부출범 초기 총리는 자민련에서 내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함으로써 후임총리는 자민련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민회의와 청와대측도 총리가 자민련몫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다만 자민련에서 누구를 추천하는가가 문제인데 일단 박태준총재가 유력하다. 박총재측은 공식적으로는 총리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거구제문제와 합당문제가 완전히 매듭지어진 뒤 자연스럽게 박총재가 총리로 옮겨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일정상 선거구제문제도 이번 주간에 매듭지어져야 한다. 여야는 물밑협상을 통해 ‘소선거구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의견을 접근시켰다. 그러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둘러싸고 여야간 이해가 엇갈려 진통을 겪고 있다.

여권은 권역별 1인2표제의 정당명부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권역별에는 다소 유연하나 1인2표에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1인2표제는 공동여당의 연합공천을 용이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2여의 합당이 무산됐기 때문에 중선거구제나 복합선거구제에 대한 미련이 여권에서 되살아 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야는 정치현안들이 마무리되면 해가 가기전에 21세기의 비전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총재회담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주에 불거진 천용택국정원장의 ‘DJ정치자금’ 및 ‘국정원 직원의 정형근의원 미행’언급 등을 둘러싼 여야공방으로 정치쟁점이 해결되기는 커녕 더 늘어만 가는 형국이다.

이계성·정치부차장 wkslee@hk.co.kr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20년 06월 제2830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0년 06월 제2830호
    • 2020년 05월 제2829호
    • 2020년 05월 제2828호
    • 2020년 05월 제2827호
    • 2020년 05월 제2826호
    • 2020년 04월 제2825호
    • 2020년 04월 제2824호
    • 2020년 04월 제2823호
    • 2020년 04월 제2822호
    • 2020년 03월 제2821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 삼척 초곡항…파도 넘나드는 기암괴석 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