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 정치'에 낙선운동으로 맞선다

12/29(수) 19:13

정치권이 주도하는 정치개혁협상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치권이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권의 이해득실에만 매달려 소모전을 벌이고 있을 뿐 깨끗한 정치를 위해 정작 필요한 법안들은 개악시키거나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이번 총선에서 가장 반발하는 것은 노동조합을 제외한 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현행 선거법 87조. 일부 시민단체는 이 조항이 삭제되지 않을 경우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어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6개단체는 1월 공천기준을 만들어 각 당에 제시하고 이 기준에 미달하는데도 공천을 받은 의원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낙선운동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양진수 시민감시부장은 “현행 선거법은 시민단체들의 의정감시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악법”이라며 “공천기준을 제시해 이에 미달하는 후보가 공천될 경우 일부에 대해서는 낙선운동을 강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정법위반, 충돌 불가피

시민단체들은 지난 17일 대표급 간담회를 열어 최악의 경우 대표들이 낙선운동에 앞장서고 이들이 사법처리되면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 법조항의 부당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키로 구체적인 계획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앙선관위측은 헌법재판소가 11월25일 관련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데다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낙선운동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어서 단속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정치권도 해당 조항에 대해 전혀 개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시민단체와 사법당국과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개혁특위 국민회의측 간사인 이상수의원은 “특위내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허용할 경우 공정성 논란이 일고 혼탁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데 의견이 일치돼 개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정치권의 개혁을 위해서는 개별 의원들의 의정활동실적을 제시해 유권자들이 투표하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는 시민단체들이 공정선거감시활동에 치중했지만 이제는 선거운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을 경우 의원들의 의정활동 경시풍조는 고칠 수 없게 된다는 논리다.


참여시민단체 더 늘어날듯

시민단체들중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교육관계 대책위, 녹색연합,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6개 단체가 이같은 행동을 하기로 합의했으며 100여개 시민단체에 제안서를 보내 참여단체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한 언론사가 인터넷홈페이지 접속자를 대상으로 시민단체의 특정후보 낙선운동에 대한 찬반여부를 조사한 결과 접속자 3,700여명중 73%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대안으로 중앙선관위 산하에 언론인 변호사단체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민선거감시단 설치를 제안했으나 국민회의가 ‘옥상옥’이라고 반대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시민단체들의 특정후보 낙선운동 방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림대 김인영교수(정치학)는 “시민단체가 지지하는 후보나 자신들의 정강정책에 맞지 않는 후보 등을 밝히는 것까지는 정치적 의사표현이라고 볼 수 있지만 특정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는 것은 시민단체의 본연의 역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미국에서도 언론사 등이 특정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며 “그러나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여론 무시한 정치개혁협상

여야가 정치개혁협상을 하면서 국민들의 여론을 무시하고 득실따지기에만 급급해 일부 조항을 오히려 후퇴시킨데 대한 비난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편파보도 언론인의 활동정지와 선거사범 공소시효 단축조항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야는 불공정 선거보도를 한 언론인에 대해 1년범위에서 취재활동을 금지토록 하는 조항을 선거법에 넣었다가 언론탄압이라는 거센 반발에 일단 삭제했다. 그러나 불공정 보도에 대한 제재는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선거기사 심의위를 신설하는 대신 구체적인 제재내용은 논의를 계속하고 있어 불씨는 남아 있다.

또 선거사범의 공소시효를 현행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려다 “사실상 선거사범 처벌을 무력화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자 겨우 1개월을 늘려 4개월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물론 검찰과 중앙선관위측도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사범 수사는 다른 범죄와 달리 수사에 어려움이 많아 현행 6개월도 짧은 편”이라며 “공소시효를 늘리지는 못할 망정 이를 줄이면 수사를 포기하라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도 공소시효조항을 없애거나 1년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 요구 대부분 흐지부지

국회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로비의혹을 줄이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요구한 소위원회 속기록제와 표결실명제 도입도 ‘속기사 부족’등을 이유로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다.

인사청문회제도는 여당이 국회임명동의가 법으로 규정된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등에 한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이른바 ‘빅4’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음성적인 정치자금유입을 막기위해 정치자금 입출금은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단일예금계좌를 이용토록 의무화하고 벌칙규정을 신설할 것을 제시했지만 야당이 “후원자들이 드러날 경우 움추려들 수 있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대해 도입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용회·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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