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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그만 헷갈리고 싶습니다

김종필총리가 12월7일 출국했습니다. 21일 귀국한답니다. 개운치 않습니다. 김총리는 출국 전날 밤 총리공관에서 대통령과 만찬회동을 한뒤 총리사퇴를 1월이후로 연기했습니다.

12월중에 당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던 그였습니다. 국민들은 또 헷갈렸습니다. 언론이 후임총리에 대한 기사를 썼고 개각에 대한 기사도 뒤따랐습니다. 그같은 기사들이 총리의 한마디로 꼴이 우습게 됐습니다.

총리가 일찍 그만두겠다고 공언했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기사들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끝임없이 계속되는 정쟁, 옷로비 사건 등으로 신물이 난 국민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정치판이 어떤 식으로든 조금은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총리가 바뀌고 장관이 몇명이라도 바뀐다면 어지러운 최근 정국에서는 변화라면 변화입니다. 한편에서는 삐걱거리는 공동여당에 변화가 있지 않나하는 호기심도 있었습니다. 공동여당의 삐걱거림은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만찬회동은 그같은 바람을 날려버렸습니다. 또 그런식이냐는 반응이 주류입니다. 선수들은 서로 이긴 싸움이었다고 말할지 모르나 관중들에게는 재미없고 입장료가 아까운 경기에 비유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JP의 선문답식 말이 국민을 헷갈리게 한 것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의 거취와 관련한 얘기들이 중구난방으로 나왔습니다. 몽니라는 말도 그와 관련해 많이 거론됐지요. 이번 남미순방도 몽니에 가깝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지금이 어느 때입니까. 새천년은 코앞에 와 있는데도 무엇하나 제대로 풀리는 것이 없습니다.

‘김대통령은 김총리가 12월중 당 복귀 의사를 밝힌데 대해 국회 예산안 처리 등 많은 국정현안을 들어 1월중순께 개각을 하자는 말씀과 함께 그 때까지 총리직을 계속 맡아줄 것을 요청했고, 김총리는 이를 받아들였다.’ 만찬회동후 발표된 합의문의 내용입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국정현안은 김총리 남미순방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문은 밝혔습니다. 국정현안이 우선인지, 총리의 남미순방이 우선인지, 선후가 헷갈립니다.

순방 일정을 보면 선후가 보이기는 합니다. 7일 출국, 뉴욕 (8~9일), 아르헨티나(10~12일), 브라질(13~17일), LA(18~20일), 21일 귀국입니다.

구체일정중 아르헨티나에서 퇴임하는 메넴대통령 예방과 신임 델라루아 대통령 취임식 참석, 브라질에서의 카르도수대통령과 상원의원·하원의장 면담, LA에서의 아리랑위성 발대식 참석 등이 그나마 눈에 띄는 것들입니다. 나머지는 교민들이나 주재 대사들과의 만찬 등이 고작입니다.

국정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과연 15일동안이나 이 나라 저 나라로, 이 도시 저도시로 ‘순방’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총리 말년 휴가성 외유’라는 인상을 주는 이유입니다. 순방에는 공식 7명, 특별 3명(의원), 실무 15명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경비는 5억원입니다. 국민혈세입니다.

총리의 남미 순방은 김기재 행자부장관의 일본출장과 대조됩니다. 김장관은 일본 간사이(關西)지방 경제단체 초청으로 오사카(大阪)를 방문했습니다. 일정은 1박2일이었습니다. 9일 낮12시50분 비행기로 출국, 10일 오후1시10분 비행기로 귀국했습니다.

9일 일정은 일본경제지들과 기자회견, 오사카 민단부녀회 송년행사 참석, 초청자인 간사이 경제단체 간부들과 만찬 등입니다. 10일에는 간사이지역 경제인들과 조찬모임에서 ‘한국의 4대부문 구조조정과 경제발전’이란 주제의 연설을 한뒤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수행원은 비서 1명뿐이었습니다. 출장비는 수행원 경비를 포함해 135만원이었습니다. 김장관의 해외출장은 최소의 경비와 시간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 것입니다.

DJP 회동후 합의문의 어디에도 합당 등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이런 저런 사정 등을 들어가며 추측 기사들이 난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총선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선거법 개정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지지부진입니다. 새천년의 동력중 하나인 개혁입법도 마찬가지 입니다. 모두가 총리와 직·간접의 관계가 있습니다. 그는 자민련의 실질적인 주인이자 행정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만 헷갈리고 싶습니다.

정재룡 주간한국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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