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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도덕시계는 몇시인가

ㆍ나는 부끄러움을 찾았다/정달영 지음/사람생각 펴냄

당연히 부끄러워함에도 불구하고 결코 부끄러워 하지 않는 세태를 겨냥한 것일까. 62년 한국일보에 입사한 이래 30년 가까이 언론의 ‘올곧은 길’을 지켜온 정달영(60·사진) 한국일보 주필이 ‘나는 부끄러움을 찾았다’라는 심상치 않은 제목의 책을 펴냈다. 88년부터 99년 12월까지, 그가 한국일보에 쓴 칼럼들이 책으로 묶인 것이다. 87년 ‘할말은 많아도’에 이어 두번째로 펴낸 칼럼집이다.

정달영 주필의 칼럼을 굳이 맛으로 평가한다면 ‘담백하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그의 칼럼에는 격렬한 단어나 선동적 문체가 좀체 등장하지 않는다. 또 특정인이나 특정 대상을 뼈저리게 질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의 칼럼에는 힘이 넘친다. 일상의 평범함에서 찾아낸 소재를, 잔잔하게 소개한 정주필의 글은 독자들로 하여금 편안함 속에서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정주필은 ‘나는 부끄러움을 찾았다’에서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맹자의 ‘수오지심(羞惡之心)’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맹자의 수오지심은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아는 본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사람이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면 사람이 아니거나, 적어도 비정상적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칼럼집은 주제별로 4부로 나뉜다. 제1부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에는 인권에 관한 칼럼들이 모여있다. 88년 장애인 올림픽을 계기로 등장했던 장애인 문제를 시작으로 김근태씨 고문사건, 인혁당 사건의 조작문제, 스포츠 신문의 만화 게재중단과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한때 사형수였던 김대중 대통령이 마땅히 해야 할 일로서 ‘사형폐지’를 주장한 칼럼은 ‘사형폐지’가 그의 주된 관심사중의 하나임을 드러낸다.

제2부 ‘금단의 언어, 금단의 거리’에서는 통일·평화문제에 관한 칼럼이 수록됐다. 85년 8월 적십자회담 취재기자로 평양에 다녀왔던 정주필은 ‘남북이 이기지 못하면 끝장난다’는 좌·우의 극단적 사고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윤이상 문제 등 8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냉전적 사고’가 얼마나 뿌리깊은 가를 보여줬던 각각의 사건에 대해 그가 보여준 명확한 입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제3부 ‘울고 싶은 사람들’과 제4부 ‘옆차기의 역사’에서는 사회·정치문제에 관한 칼럼들을 모았다. 우리 언론에서 자주 나타나는 양시론이나 양비론을 거부하고, 자신의 주장을 ‘주머니 속의 뾰족한 추(囊中之錘)’처럼 명확하게 제시했던 글들이 소개된다.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의 박정희 찬가에서 ‘피비린 내’가 난다거나, 기자들의 보고서 사건과 DJ정부의 박정희 기념관 문제에 대해 참으로 부끄럽다고 피력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정주필은 6년전 뇌출혈로 쓰러져 죽음의 문앞까지 갔다온 경험이 있다. 그는 이후 자신의 삶을 ‘중생(重生)의 덤’이라 부른다. 요컨대 그만큼 사심이 없다는 것이다. 사심이 없는 사람은 정직하며, 정직한 사람의 말은 신뢰할 수 있다. 그의 칼럼집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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