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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의 신자유주의를 벗긴다

ㆍ 신자유주의의 빛과 그림자/이성형 지음/한길사 펴냄

80년대 좌파 경제이론가로 전세계적 명성을 누렸던 브라질 대통령 까르도주(F.H. Cardoso)의 변신은 많은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이른바 ‘전향’에 버금가는 그의 행동은 세간의 화제가 되었으며, 전세계는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때 ‘그의 전향이 과연 진실인가’라는 의심까지 보내기도 했다.

멕시코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인 옥따비오 빠스. 그는 한때 여당인 제도혁명당을 신랄하게 공격했으며, 민족적·민중주의적 입장에서 멕시코 사회, 나아가 라틴아메리카 사회를 비평했던 대작가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신자유주의의 철저한 신봉자가 되었다.

이처럼 80년대말까지만 하더라도 ‘종속이론’의 고향이던 라틴아메리카의 지식인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신자유주의’란 무엇일까. 사실 ‘신자유주의’ 열풍은 라틴아메리카만의 문제가 아니라 곧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냉전체제의 붕괴이후, 거대자본이 꿈틀대기 시작하면서 자본주의의 새로운 양상으로 출현한 것이 ‘신자유주의’이며 우리 역시 그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종속이론’이 새로운 대체이론으로 부상한 ‘신자유주의’의 정체를 비판적으로 밝혀 보겠다는 것이 이 책의 출판동기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라틴아메리카는 식민지 경험을 토대로 구축된 경제체제였다. 이른바 세계자본주의체제의 ‘주변부’에 있었다.

그러나 1930년대 이후, 라틴아메리카에 새롭게 고양되기 시작한 ‘민중주의의 시대’는 라틴아메리카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것을 변모시켰다. 이 시기에 라틴아메리카는 스스로 자의식에 눈을 떴고 바깥이 아닌 자신의 내부를 돌아보는 새로운 역사적 계기를 마련했다.

라틴아메리카 각국은 수입대체산업화, 천연자원에 대한 국가의 통제, 농지개혁, 노동입법 등으로 민중의 사회적 통합을 시도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민족주의의 고양을 경험했다. 이 ‘민중주의 시대’에 아르헨티나 등 몇몇 국가들은 중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었고, 나름대로 적절한 규모의 공업기반을 확충했다.

그러나 1982년 외채위기는 라틴아메리카의 모든 것을 황폐화시켰다. 1980년대는 세계경제가 신보수주의적으로 재편되면서 선진국에서는 고금리 체제아래 구조조정이 진행되었고, 이 여파로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자금이 고갈되면서 성장이 마이너스로 진행되는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했다. 이전 50년동안 라틴아메리카가 쌓아온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기대는 다국적 금융기구와 미 재무부 그리고 월가의 금융자본으로 인해 무차별적인 해체를 맞이했던 것이다.

저자인 이성형 서울대 국제지역원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빛과 그림자’를 통해 라틴아메리카에서 번성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신자유주의는 또다른 의미에서 선진국 경제체제에 대한 ‘종속적’신자유주의일뿐이다.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또다른 부분은 부록에 수록된 2편의 글이다. 즉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학의 엔리께 발렌시아 로멜리 교수와 국립 멕시코 대학의 호르헤 까스다녜다 교수는 각각의 논문을 통해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알려진 멕시코의 허상을 지적하고 있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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