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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조남철의 아성에 돌을 던지다

조남철과 서봉수의 72년 명인전 도전5번기는 19세 도전자와 49세 챔프간의 한세대를 뛰어넘는 세월을 두고 벌어진다. 꼭 30년의 격차, 그러나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들은 30년 세월의 차이나 여섯 단의 격차가 그들의 승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역(逆))격차’를 만들어내는 요소가 된다.

제1국 지천명의 챔프는 수를 더 잘 보기 위함인지 검정테 안경을 새로 맞췄고 도전자는 태어나서 가장 잘 차려입을 요량이었던지 오히려 촌티가 더덕더덕 묻어있는 일종의 콤비차림이었다.

대국직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한 두 사람의 임전소감이랄까...

“워낙 저단자에다 나이차가 나니 부담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기면 본전이요 지면 창피이니...”

“계속 이기면서 올라와 진다는 감각은 잊어버린 지 오랩니다.”

서봉수의 소감이 참으로 시건방지다. 설사 그런 맘이 충만해 있더라도 어찌 대놓고 대선배앞에서 그런 방자한 언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의 말은 한마디로 자신은 저본 적이 없어서 조남철이라고 해도 예외가 있겠느냐는 식이었다.

19세 소년의 ‘진심어린’한마디를 확인하는 데는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서봉수는 화점에다 점잖게 첫수를 놓더니 그다음은 외목, 고목이었다. 바둑의 착점은 어느 곳이든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상대가 이런 ‘외진 곳’에다 돌을 갖다놓으면 일단 경계심 이전에 불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니, 저사람이 나를 하수로 아나?’식의 감정 말이다.

제1국은 흑을 든 서봉수의 불계승. 고작 137수만에 거둔 쾌승이었다. 대마를 때려잡고 만방으로 날려보낸 것이다. 조남철로서는 참변이었다.

희한한 건 그래도 1패를 안은 조남철이 이긴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서봉수의 기세를 깍아내리자는 뜻이 아니라 조남철의 아성이 그만큼 두꺼웠던 시절이라는 정황이다. 하기야 도전기에서 5번승부를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실력이 아닌 운으로써 이기는 확률을 줄이자는 취지다. 즉, 한판을 운없이 지더라도 강자에게 다시금 매무새를 당길 시간을 벌어주기 위함인 것이다.

역시 조남철은 부담을 약간 떨친 듯 자신이 흑을 든 제2국을 이겨 1:1타이를 만들었다. 그러니 바둑가는 더 시끄러워진다. ‘그봐, 그냥 그런 정도까지 였어...’“찻잔속에 태풍이란 것 있잖아.”

그런데 흑을 든 제3국에서 서봉수는 또 보란듯이 불계승을 거둔다. 이 한판은 의미가 달랐다. 제1국에서의 1승과는 달리 똑 같이 1승1패를 마크한 상태에서의 1승은 운이 비교적 배제된 상태의 1승이라 조남철에게 던져진 충격은실로 막대했다. 아마 그때쯤 조남철의 뇌리엔 패배라는 암운이 슬슬 스며들고 있었을 것이다.

공교롭게 1,2,3국이 모조리 불계승으로 끝난 사실, 그리고 서로 흑을 들고 이겼다는 사실은 두사람이(최소한 패배한 쪽에서)몹시 들뜬 상태에서 링에 올랐다는 정황이 되기도 한다.

조남철이 입만 열면 설파하는 ‘부담론’이 그 단서다. 이겨야 본전이고 지면 망신이라고 여기는 입장은 사실 찬찬히 뜯어보면 자신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뜻과 동일하다. 진정한 강자는 상대의 강약을 가리지 않는다. 가리더라도 결과가 달라지진 않는다.

조남철의 입장에선 진득하게 이끌면 아무래도 노련한 입장이니 뒤가 강할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건 초전박살형으로 나갔다는 얘기고 그것은 이기되 보기좋게 이기겠다는 ‘감정’이 들어갔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조남철에겐 느긋하게 상대가 쓰러지길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뉴스와 화제>

ㆍ이창호와 예내위 性대결

‘철녀’예내위, 한국에서 첫 도전권 새천년 첫대국 화제 집중

여류 최강 예내위가 드디어 이창호와 자웅을 겨루게 되었다. 새천년 첫 대국인 두사람간의 대국은 1월4일 한국기원에서 벌어진다. 간판은 국수전 도전자결정전. 두사람간의 만남은 사실 바둑가에선 시간문제로 보고 있었다.

99년 제야의 종이 울릴 때까지 0.1% 차이로 최고의 승률을 경주했던 두사람은 새천년에 들어서자마자 공식전 첫대국을 가지게 되어 ‘역사적인’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한판은 여류최강과 세계최강이라는 성대결로도 관심을 끌고 있는데 두사람의 역대전적은 1승1패로 호각. 조심스레 이창호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예내위가 워낙 거친 바둑이라서 예측은 금물.

ㆍ제2회 춘란배 한국참배-조훈현만 8강에 올라

중국주최 세계기전인 제2회 춘란배에서 한국이 8강에 단한명을 올려놓아 2연패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한국은 12월25일 북경에서 벌어진 16강전에서 조훈현만이 일본의 모리타를 물리치고 8강에 올랐을 뿐 이창호가 중국의 마효춘에게 덜미를 잡히는등 중국의 텃세를 극복하지 못했고, 서봉수 유창혁 등 내노라하는 국가대표가 모조리 탈락, 근년에 보기 드문 부조를 겪었다. 8강전은 4월 중국에서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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