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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나는' 기술 '기는' 법과 제도

‘기술력은 펜티엄급, 법과 제도는 286급’

지난달 10월 국내 법정에서는 인터넷 ‘온라인’과 실물 경제인 ‘오프라인’의 권리 인정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펼졌다. 논란의 대상은 샤넬(www.chanel.co.kr)이라는 인터넷 도메인 사용 문제.

이 도메인은 김모씨가 수년전에 ‘샤넬 인터네셔널’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인터넷정보센터에 등록, 콘돔 등 성인용품과 페로몬 향수, 속옷 등을 파는 통신판매사업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뒤늦게 이사실을 안 세계적인 패션 그룹인 샤넬사가 이 도메인의 오용을 주장하며 사용 금지를 요청한 것이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이흥기 부장판사)는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상표를 도메인을 선점했다는 이유로 사용하는 것은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샤넬사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이 사건은 인터넷 온라인상에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도메인 사용에 대한 표준 준칙보다는 오프라인상의 상표법을 우선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적재산권 문제 세계적 논란거리로

이처럼 도메인과 소프트웨어 등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지적재산권 문제는 이미 전세계적인 논란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그렇다면 이처럼 급증하는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될 각종 분쟁에 대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해 국내에서는 이제 걸음마 단계에 접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주요 선진 국가들은 전자상거래가 갖는 글로벌한 특성을 인식하고 세계적인 통일적 기반 구축에 오래전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UN에서는 수년전에 UNCITRAL(United Nation Commission on International Trade Law)이라는 전자상거래 모델법을 제정했다. OECD도 전자상거래 활성화의 걸림돌인 각국의 정보 보호정책과 관련하여 ‘정보시스템 보호에 관한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E-비즈니스의 메카인 미국은 97년 7월 범세계적인 전자상거래 기본원칙인 ‘A Framework For Electronic Commerce’를 발표하여 ‘전자상거래는 민간이 주도하며 정부는 부적절한 제한을 하지 않고 인터넷의 독특한 특성을 이해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았다.

미국은 98년 11월30일 이를 한단계 발전시킨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새 정책인 ‘New Step to Promote E-Commerce’를 추가로 보강했다. 일본도 우정성 대장성 법무성 등 정부 주도로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나서 98년 5월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민간주도의 원칙과 비과세를 주 내용으로 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은 올해 전자인증제공법을 제정하여 2001년부터 각종 기업정보를 온라인으로 지원하는 전자인증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도 97년 7월 본에서 열린 EU 세계정보네트워크 각료회의에서 ‘본 선언’을 채택, 정부의 규제를 자제하고 민간투자 지원과 공통 암호화 마련 등의 방향에 합의했다. 또 지난해 4월 전자서명과 온라인상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안을 초안 형태로 발표, 미국에 비해 뒤처진 전자상거래를 발전시키자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국내서도 지난해 기본법등 마련

이런 세계의 움직임에 맞춰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1일 전자상거래를 규율하고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전자거래기본법과 전자서명법이 최초로 제정됐다. 또 98년 12월 소프트웨어를 특허로 인정하는 법률을 서둘러 마련했다.

전자거래법의 근간은 전자문서에도 서면문서와 동일한 수준의 법적 효력을 부여하며 전자거래의 신뢰성 회복, 소비자 보호, 개인정보 보호, 전자거래 촉진을 위한 시책 추진 등의 기본적인 틀을 규정해 놓았다. 전자서명법은 공인 인증기관 제도를 도입해 이곳이 인증한 전자서명에 대해서 법적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인증 업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인증서 발급, 국가간 인증서에 대한 상호인정, 인증기관의 책임과 의무 등을 마련했다.

이로인해 법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종이로된 문서가 아닌 컴퓨터로 저장된 데이타에 의해서도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는 전자상래의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이 법안은 지난해말 정국에 파장을 일으켰던 중앙일보 문일현기자의 언론문건 파동 때 문기자의 컴퓨터 파일 복구를 놓고 한차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전자거래기본법과 전자서명법은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외국의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어서 졸속 처리됐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더구나 두 법안 자체의 내용이 부실하고 서로 중복되는 등 피상적인 조항이 많다는 지적이다.



졸속처리, 실효성드에 말썽의 소지

우선 전자문서의 표준 사용료를 이용자들로부터 받게 했다는 점, 그리고 개인정보 보호와 소비자보호의 필요성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보호 지침이 강제 규정이 아니라 기업들에게 권고하는 수준이어서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 문제 발생시 배상 책임과 한계에 대한 분명한 명시가 없어 말썽의 소지를 남겼다. 이와함께 공인 인증기관의 지정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해 놓음으로써 시장 원리가 배제될 여지가 커졌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전자거래기본법이 있기는 하나 실제 전자상거래에서는 아직도 대부분이 방문판매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이다. 전자상거래가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데 법령은 정비되지 않아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 방문판매법 적용으로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중소제조업이 누리는 세제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오히려 엄격한 행정 규제에 얽매여 있다.

이밖에도 메시지 도용 및 변조, 전자문서의 효력 문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등을 중재할 분쟁조정위 설치와 전자자금이체법이 아직 미제로 남아 있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한뒤 벤처법률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배재광사장은 “전자상거래 관련 법규의 생명은 ‘규제와 통제’가 아닌 ‘자율과 경쟁’이라는 대전제하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관 위주로 이끌어가려는 경향이 짙다”며 “특히 올 중순 국가 인증대행기관 추진은 경쟁을 통한 기술력의 향상이라는 대전제를 거스르는 결과를 초래해 결국 외국 인증사에 종속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사장은 “전자 인증과 같은 하이테크놀로지 업종은 과감히 민간에 이관, 시장에서 실력과 기술로 인정받도록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관세정비, 거래위축 막아야

현행 전자상거래의 또 다른 미결 과제는 세금과 관세 문제다. 전자상거래의 장점중의 하나가 매입과 매출이 투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할수록 사업자들이 내야할 세금은 현재보다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자칫 전자상거래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거래량이 투명해지는 대신 세율을 낮춰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세무 행정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현재 거의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는 국가간의 관세 부과 문제도 조만간 국제간의 협약을 거쳐 해결해야 한다. 현재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정보 등과 같은 무형자산에 대해서는 무관세, 물품같은 실물 이동에는 약간의 관세를 부과하는 쪽으로 의견을 좁혀나가고 있다. 모든 전자상거래 인프라에서 앞서 있는 미국만이 홀로 모든 전자상거래에 대해 전면적인 무관세를 주장하고 있다.

E-비지니스 세계에서 변하지 않는 원칙의 하나가 선두주자가 수확체증의 효과를 선점하는 ‘Winner-takes-all’이다. 바로 이점에서 정부 당국의 발빠르고 유연한 대응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송영웅·주간한국부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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