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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반란] 일본… 낙선운동 아닌 당선운동

시민단체.노조 등 후보당선 위해 적극개입

일본의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은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은 물론 공개적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특정 후보의 당선을 겨냥한 ‘포지티브’ 방식일 뿐 낙선을 노린 ‘네거티브’방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과거 경력을 문제삼는 ‘비방’은 법으로 금지돼 있고 위반 사례는 극히 드물다. 다만 특정 후보의 정책에 대한 비판은 공공집회 등에서 자유롭게 행해진다.


시민단체 선거개입은 소규모

활발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이 실제 선거에서 특별한 변수로 거론되지 않는다. 일본에는 한국과 달리 전국적 조직을 갖춘 시민단체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지역의 작은 조직을 묶은 ‘네트워크’ ‘연락회’ 등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은 지역의 소규모 조직 차원에서 이뤄지게 마련이다. 가족이나 친지에 의해 이뤄지는 개인적인 선거지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반면 노동조합이나 농협 등의 선거개입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하다. 지지후보를 분명히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정치조직을 두고 후보 추천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선거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10월 나가노(長野) 선거구의 참의원 보궐선거는 농협의 위력을 확인시킨 대표적인 예였다. 선거전 중반인 10월7일 나가노현에서는 농협 간부들로 조직된 정치조직 ‘농정동우회’가 궐기대회를 열고 민주당의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郞)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나가노현 농협은 농정에 밝은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중립적 자세를 보였으나 뒤늦게 농협중앙회의 ‘민주당 지지’ 지시를 받고 급히 태도를 바꾼 것이었다. 이때 이미 하타 후보의 당선은 예견됐다. 농업이 중심산업인 나가노현에서 농협의 태도는 선거의 최대 변수인 농민표의 향방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일본에는 한국노총·민주노총과 같은 전국조직(내셔널 센터)이 4개가 있다. 국제금속노련(IMF)의 산하 조직인 ‘전일본 금속산업 노동조합 협의회(IMF-JC)’를 제외한 나머지 3대 조직은 애초에 정치·이념적 차이에 의해 따로 따로 설립됐다.


노조·농협조직 결정적 영향력

최대조직 ‘렌고(連合)’는 사민주의 우파 노선을 걷고 있다. 정치적으로 딱 들어맞는 정당이 없어 구사회당 우파와 신당 사키가케, 자민당 개혁파가 손을 잡고 결성한 민주당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을 축으로 자민당을 대체할 정치세력을 결집한다는 장기목표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렌고’ 자체가 다양한 배경의 산별노조를 껴안고 있는 관계로 구사회당 중도·좌파가 중심이 된 사민당은 물론 구민사당 계열이 포함된 공명당, 자민당 개혁파 출신이 포함된 자유당까지도 일정한 지지 대상에 넣고 있다.

실제로 렌고가 ‘조직내 의원’이라고 부르며 정치활동과 선거운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95명의 노조출신 의원은 민주당 74명, 사민당 14명, 자유당 3명 등이다.

렌고는 올해의 총선을 앞두고 ‘자민당 단독 과반수 저지’라는 분명한 정치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를 위해 이미 후보 추천작업에 들어가 있다. 비례구 선거에서는 민주당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산하 산별노조와 단위노조에 내렸다. 반면 산별 노조의 성향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지역구 선거에서는 민주·자유·사민당 후보자를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이런 어정쩡한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렌고 지도부는 구소헤이(總評)계와 구도메이(同盟)계로 갈려있는 조직을 재편·통합, 정치적 통일성을 강화하려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작업이 성공할 경우 현재도 당락의 절반은 좌우한다는 렌고의 영향력은 한결 커지리라는 점에서 자민당이 긴장하고 있다.

한편 공산당계 노조로 조직된 ‘젠로렌(全勞連)’은 공산당을, 구사회당 좌파계 노조로 이뤄진 ‘젠로쿄(全勞協)’는 사민당을 철저하게 지지하고 있다. 중앙조직의 지시를 지방의 말단조직까지 정확히 따르고 있지만 조합원수가 적은 데다 반발표를 부르는 경향도 있어 영향력은 렌고에 비해 크게 낮다.

황영식·도쿄 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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