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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무기의 그늘] "투명한 군사활동으로 상회신뢰 높여야"

한반도 군축과 전쟁방치책

제1차 세계대전의 비참한 결과는 인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무기의 눈부신 발전은 대량살상을 가능하게 했다. 현대 전쟁은 패자는 물론 승자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강요한다. 1차대전을 계기로 전쟁에서 승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정도는 다르지만 패자만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인류는 전쟁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살인무기를 없애기 위한 군축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인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군축의 개념을 세련시켜 왔다.

사실 군축이 절대적으로 평화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격형 무기에 대한 감축이 수반되지 않거나 감축 수준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에는 전쟁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북한의 주장대로 남북한의 군대를 각각 10만으로 감축할 경우, 지금보다 안정적일까 의문이 든다.

전력이 너무 낮은 수준일 경우 기습하는 쪽이 유리한 것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가 아니던가? 아이러니컬하게도 다른 나라가 감히 도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미·소간 공포의 핵균형은 냉전시기 전략적 안정을 유지한 근간이었다. 따라서 최근 군축보다는 군축을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 개념으로 ‘군비통제’라는 개념이 각광받고 있다.

군비통제는 적대하는 국가간에 군사력의 운영과 구조를 상호 통제함으로써 군사적 위협을 제한·감소시켜 기습공격과 전쟁발발 위험을 제거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군비통제는 신뢰구축조치(CBM: Confidence Building Measures)와 군사력 자체에 대한 통제를 통해 전쟁위협의 제한·감소를 꾀하는 것이다.

우선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는 과거 전쟁의 대부분이 잘못된 정보, 오해, 상호불신의 소산이었던 점을 감안하고 있다. 군사정보를 교환하고 훈련, 부대이동, 배치 등 주요 군사활동을 상대방에 공개하여 군사활동의 투명성과 예측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해의 소지를 줄이고 상호신뢰를 구축해 전쟁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군사능력 자체에 제한을 가해 전쟁 가능성과 전쟁시 그 피해를 줄이려는 조치들은 전통적으로 군비통제의 핵심 수단이었다. 군사능력을 통제하는 수단은 군사력의 감축(reduction), 동결(freeze), 제한(limitation)이다. 이들 수단을 적절히 사용, 군사력의 규모 및 구조를 조정함으로써 군비경쟁을 지양하고 공격적 전력을 제한하여 적정 수준에서 군사력의 상호균형을 꾀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군비통제 노력이 성공하고 한반도에서도 냉전구조를 적극 해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군비통제에 대한 국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면 뿐 아니라 첨예한 남북간의 군사적 대치 상황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쟁 발발 가능성을 줄이고 전쟁시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목적을 갖는 군비통제는 바로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는 실질적 방안일 것이다. 그러나 군비 통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남북한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군비통제는 더욱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70년대초 부대훈련에 대한 정보를 상호교환함으로써 시작된 유럽의 군비통제 움직임도 20년 이상의 점진적 진화를 통하여 비로소 냉전해체와 상호 통상전력의 획기적 감축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한반도 군사분계선에서의 군비감축은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남북 상호간의 정치적 신뢰구축과 상호간의 군사력 움직임을 투명하게 하는 단계가 반드시 선행·수반되어야 한다. 결국 한반도의 군비통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정도를 밟아야 한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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