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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세상읽기] 영화와 드라마, 관객과 시청자의 차이

영화와 드라마는 많이 닮았다. 그러나 ‘같다’와‘닮다’는 분명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그것을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비슷하니까 결국은 같은 거겠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둘 다 만들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 만든 드라마, 특히 미니 시리즈나 단막극을 보고 우리는 흔히 “영화처럼 영상미가 좋다”“영화같은 분위기와 연출”이라는 말을 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는 드라마 보다는 영화가 완성도나 미학에서 앞선 영상예술이라는 것.

또하나는 아무리 잘 만든 드라마도 영화일 수는 없다는 것. ‘~처럼’, ‘~같은’이란 결국 비슷하다는 것이지 ‘같다’는 말은 아니란 얘기다. 만약 드라마가 영화라면 반대로 사람들은‘드라마같은 영화’라고 말했을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 사이의 차이는 아주 작지만 결코 무시할 수도, 쉽게 그 차이를 극복할 수도 없다. 그것은 TV와 영화가 소비되는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TV는 생활도구다. 그래서 드라마는 일상생활 속에서 소비된다. 중간중간 작품에 관해서, 아니면 다른 일상사에 관해서 대화도 하고 전화도 받다가 하면서 TV를 본다.

설거지와 청소를 할 때는 소리만 크게 해서 듣기도 한다. 혼자 조용히 어두운 방에서 집중해서 드라마를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느 연구에 의하면 TV는 인간이 아무리 집중을 해도 시청하는 동안 수없이 다른 생각을 하는, 끝없는 ‘정신적 산만’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굳이 이같은 연구결과가 아니라도 누구나 이런 경험은 있다.

때문에 드라마는 같은 영상예술이지만 시청자가 집중하지 않아도 될 연출 패턴을 가지고 있다. 가능하면 대사 중심으로 끌고 가고 빼어난 영상미는 드라마의 전개와 크게 상관없는 때를 선택한다. 주제나 구성도 가능하면 단조롭게 한다. 전개방식 역시 주변인물을 많이 등장시켜 그들의 에피소드를 단편적, 순차적으로 교차시켜 어느 때 봐도 금방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결말이 뻔하기에 과정을 중시한다. 시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정교한 배치나 리듬보다는 자잘한 에피소드와 일상으로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 시청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동화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한번 인기를 타면 그 다음에는 아무리 엉성하고 유치해도 인기를 유지한다.

그러나 영화는 다르다. 극장이란 어두운 공간에서 관객은 집중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영화에 빠져든다. 관객은 목적이 있다. 그냥 거실에서 심심해서 보는 드라마이길 거부한다. 그들은 일부러 극장을 찾고, 돈을 내고, 작품을 선택한다.

그들의 기대치를 채우려면 영화는 정교하게 인물을 배치하고 짧은 시간동안 그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야 한다. 잠시도 눈을 돌리지 않도록 소리와 영상의 역할도 드라마와는 달라야 하는 종합예술이다. 관객이 시청자보다 수준이 높은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관객이 될 때는 그 눈과 기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차이를 모를 때 PD나 방송작가가 만든 영화는 실패한다.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영화적 방식으로 표현하지 못하면 마찬가지다. 이현석 주찬옥 황인뢰 이장수 송지나 등 그야말로 영화같은 드라마를 만든 PD와 방송작가의 영화‘용병이반’‘패자부활전’‘꽃을 든 남자’‘러브’가 그랬다.

그들은 단지 빠르게 상황을 진행하고, 인물을 강하게 표현하고, 영상만 아름답게 하면 드라마와 다른 영화가 된다고 생각했다. 몸은 드라마인데 옷만 영화로 갈아입어 차라리 한편의 ‘베스트 극장’만도 못한 어설프고 지루하고 한심한 졸작을 만들었다.

이들의 어리석음을 보고도 영화‘종합병원’(감독 최윤석)은 그곳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드라마 ‘종합병원’의 인기에 젖어서일까. 아니면 관객을 얕잡아 본 것일까. PD가 감독이 되려면 드라마를 완전히 잊고 바닥부터 배워야 한다. 작은 차이를 극복하는데 드라마 때의 인기는 아무 소용이 없다. 때론 1%가 99%보다 중요하고 어렵다.

이대현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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