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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밀고 밀릴 주가 900 고지

‘모든 길은 증시와 주가로 통한다.’

벤처 열풍은 말할 것도 없이 성장률 경상수지 산업생산 환율 고용 물가 등의 거시 지표도 주가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때만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아침에 신문을 받아들면 뉴욕 증시의 간밤 상황부터 살피는 요즈음이다.

한때 코스닥이 외국계 증권사 이름으로 오해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검은 머리 외국인’‘홍콩 물고기’등의 암호같은 말이 아무런 설명없이 쓰여진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값 상승과 원고(高) 등으로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2월 무역수지 적자가 8억달러에 달했다”는 산업자원부 발표가 눈길을 끌었던 지난주에도 화두는 여전히 증시와 주가였다.

특히 810선까지 밀렸던 주가지수가 3월 첫장인 2일 사상 최대폭으로 급등, 900선에 근접하고 주말 이틀동안 외국인이 지난해 전체 순매수액과 맞먹는 1조5,000억원대의 주식을 순매수해 투자자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또 코스닥에 밀려 거의 ‘왕따’수준까지 내몰렸던 거래소도 어느 정도 활력을 회복, 체면을 찾았다.

그러나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의 거래소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910~930대에 대기매물이 몰려있는 데다 고객예탁금의 규모와 성격 등 시장에너지도 믿을 바가 못돼 900선대에서 조정을 거듭할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체력이 떨어지고 피로가 누적되다 보니 상승세가 탄력을 받지못하고 심지어 노쇠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번번이 빗나가는 주가전망과 저조한 수익률 때문에 투자자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펀드매니저들은 “지금과 같은 혼조세에서는 추격매수, 매도를 삼가라”라거나 ‘저점매수 고점매도’라는 등의 동어반복적 얘기만 늘어놓는다.

반면 코스닥에 대해서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있다. 미국의 실업률 상승으로 노동비용 증가 압력이 해소되고 FRB의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엷어진 덕분에 나스닥 지수가 5,00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게 첫번째 호재. 또 거래소의 블루칩 종목의 강세로 ‘거래소-코스닥 불균형’이 완화된 점도 코스닥 시장의 280선 안착과 300고지 돌파를 지지하는 힘이다.

관심은 선물·옵션 만기일인 9일 이른바 ‘더블 위칭 데이’(Double Witching Day:두 마녀의 날)가 미칠 단기적 주가 영향. 전문가들은 대체로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5,000억원대에 그치고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해 주가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지난해 설정된 주식형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 환매압력을 받고 있는 기관의 매도세가 계속되고 외국인의 매수세가 약화될 경우 9일에 임박해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유가·환율이 경제 발목 잡을수도

실물쪽의 최대 부담은 기름값이다. 주요 산유국의 증산합의로 일단은 국제유가가 30~31달러선에서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으나 오는 27일 열리는 OPEC 전체회의 결과에 따라 유가가 재차 요동칠 우려도 제기된다.

유가가 1달러 오르면 무역수지가 10억달러 감소하는 우리 실정상 유가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 목표(120억달러)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다.

또하나, 외국인 주식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달러당 1,130원선이던 환율이 3월3일 1,121원까지 내려 중소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는 점도 예의주시해야할 대목이다. 정부는 6일 1조원 규모의 외국환 평형기금채권(차환용)을 추가 발행키로 하는등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나설 태세다.

아울러 지난해 성장률이 10.2%에 달하고 특히 4·4분기 성장률이 13%를 넘었다는 소식과 관련, 9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의 단기금리 추가인상 여부에 대한 태도가 주목된다.

콜금리를 올린지 얼마되지 않아 일단은 경기과열 조짐에 대한 경고만 발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나 고유가 등에 따른 물가 불안을 의식, 소폭 추가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벤처 기업에 대한 정부의 시각에도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 정책자금을 유용하는 ‘무늬만 벤처’이거나, 기업이익을 자신의 영달에 사용하는 벤처 기업인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당국자의 언급이 부쩍 느는게 그것.

이와 관련,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지난해 0.3204를 기록, 1979년 이래 빈부격차가 가장 심화했다는 통계청 발표는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이유식 경제부차장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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