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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세상읽기] ‘색정남녀’와 영화감독의 두가지 숙제

돈이냐, 예술이냐. 이보다 더 진부하고 뻔하며 무의미한 질문이 있을까. 진부하다는 것은 인간이 예술행위를 시작하면서부터 반복했던 질문이란 것이고 뻔하다는 것은 생각과 머리로 내리는 결론을 말하고 무의미한 이유는 그 ‘예술’이란 결론이 현실에서 맥없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많은 예술가들은, 예술은 이 문제에 스스로 질문하고 답해 본다. “예술가에게 예술은 정신이고 돈은 그 정신을 갉아먹는 아편”이라고 결론이 나고 그 결론이 현실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해도.

일종의 자기 성찰이다. 자기 반성이기도 하다. 너무나 상업적인 예술현실에 대한 신랄한 화살이기도 하다. 영화감독에게 꿈을 물어보라. 천하의 흥행사로 이름을 날리는 스필버그조차 자신의 예술세계를 완벽히 표현하는 영화를 만든 것이라고 대답한다.

한국 감독의 꿈은 ‘쉬리’처럼 엄청난 흥행작을 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제작자가 할 말이다. 그들은 가장 예술성을 존중한다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어쩔수 없이 상업적인 기획물에 매달리지만 언젠가는 ‘돈의 사슬’에서 벗어나 예술로 나아가려는 꿈을 품고 산다. 포르노 감독, 마피아에 돈으로 그들의 요구에 따라 대본을 마음대로 바꾸어야 하는 감독도 모두. 그들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몸무림친다. 어떻게든 흥행에 신경 안쓰고 마음대로 내 작품을 만들 돈을 모을 때까지는 상업성에 굴복하더라도 어쩔수 없다. 어렵게 자기 작품의 제작자를 만난 작가주의 감독조차 “평가도 좋지만 흥행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만든 영화는 결국은 감독의 예술이 아니라 제작자의 상품이기 때문이다.

우디 엘런 감독의 ‘브로드웨이를 쏴라’는 그것에 대한 조롱이었다. 영화를 개인의 취미 정도로 생각하고, 되지도 않은 자기 애인을 주연 배우로 쓰길 강요하는 마피아에 의해 영화는 제멋대로 바뀌고 젊은 신인 시나리오 작가는 절망한다.

우리 영화 ‘죽이는 이야기’(감독 여균동)도 비슷한 현실과 그로 인한 갈등과 좌절의 페이소스다. 송능한은 ‘세기말’에서 시나리오 작가의 입을 빌어 노골적으로 돈만 생각하는 제작자의 존재를 비난했다.

홍콩영화 ‘색정남녀’(3월18일)도 그런 영화이다. 오락물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홍콩 영화계에도 감독들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 고민조차 상업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는 홍콩 최고의 스타 장국영과 서기를 기용했고, 그들을 포르노 찍기란 상황에 던지는 선정성을 계산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몽교’라는 에로 배우로 나온 서기의 벗은 몸을 엿보게 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자신이 쓰고 있는 시나리오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은 신인감독 ‘아성’(장국영), 거짓말을 해 그에게 포르노를 찍게 만든 프로듀서, 건성으로 연기를 하려는 몽교, “돈은 적게 관객은 많이”를 외치며 감독에게 배우를 더 벗기라는 제작자, 예술 영화를 만들어 흥행에 참패한 이동승 감독(이 영화의 실제 감독이기도 하다), 자신의 소외를 상업영화에 팔린 동료를 비난하는 것으로 달래는 다른 감독들이 얽혀 던져주는 ‘홍콩영화와 영화감독의 현실’이다.

그 현실을 ‘색정남녀’는 무시하지 않는다. ‘브로드웨이를 쏴라’처럼 마구 침을 뱉지도 않는다. ‘색정남녀’는 그 현실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그것은 비록 포르노라도 그것에 대한 사랑이 곧 예술정신이라고 말한다. 유치한 얘기다.

그러나 그것이 홍콩영화를 조금이라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는, 영화계에는 아직도 ‘내가 이것 할 사람이 아닌데 할 수 없이’라는 태도가 남아있다. 예술은 어느날 목욕재계하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최고의 포르노가 최고의 예술영화일 수도 있다.

이대현 문화부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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