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 8대 격전지… 4·13 가늠한다

2000 04/05(수) 15:01

1여3야 총선구도의 큰그림 밑에는 지역, 정치경력, 연령별로 또다시 작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중진 대 중진, 중진 대 386, 신인 대 신인, 적진 침투형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특성을 지닌 아래 8개 격전지는 4·13 총선의 판세를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이들 격전지역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편집자 주>


▲서울 중구
민주 정대철-한나랑 박성범

TV 앵커 출신의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에 맞서 민주당 정대철 전의원이 설욕전을 펼친다. 15대 총선에서 정 전의원은 정치신예 박 의원에게 불의의 일격을 허용하는 바람에 5선의 꿈을 접어야 했다. 정 전의원은 이번 총선 승리를 통해 축소된 당내 입지 회복을 노리고 있다.

박 의원은 15대 총선의 여세를 몰아 재선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역 주민이 중진보다는 생활정치를 내세운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이 박 의원이 평가하는 15대 승리의 요인. 따라서 그는 이번에도 철저한 지역밀착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 전의원측도 와신상담의 자세로 1년여전부터 지역주민과 스킨십을 강화해 왔다.

당사자의 행보 못지않게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내조대결. 박 의원의 부인인 신은경씨는 여성앵커 출신이라는 지명도를 십분 활용해 수지침과 부항뜨기를 하며 지역구 노인정을 훑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정 전의원의 부인 김덕신씨도 미장원 상가 노인정 등을 돌며 남편의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구는 15대 총선때까지 호남 출신의 유권자 비율이 35%에 달해 전통적으로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 하지만 신당동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유권자의 15% 정도가 바뀐 점이 변수다. 15대 득표율은 박 의원이 50.8%, 정 전의원은 41.3%. 박 의원측은 재개발로 비호남 출신 중산층 유입이 늘어 인구구성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했다고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사람 모두 시민단체 낙천·낙선리스트에 올라 피장파장이다. 박 의원은 한보비리와 관련해 총선시민연대 리스트에, 정 전의원은 경성비리로 경실련 리스트에 올랐다.


▲서울 서대문갑
한나라 이성헌-민주 우상호

김상현 의원이 민주당에서 국민당으로 이적해 전국구에 배정되면서 현역의원이 출마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이성헌 후보와 민주당 우상호 후보 등 두 명의 연세대 학생회장 출신이 무주공산을 놓고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한나라당 이 후보는 15대 총선때 이곳에서 578표 차이로 ‘정치거물’ 김상현 의원에게 석패한 터라 이번에는 국회입성을 자신하고 있다. 운동권 출신으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그는 지난 대선 직후 미 컬럼비아대 동아시아연구소로 1년반 동안 유학을 떠났다 지난해 3월 귀국했다. 귀국후부터 조직을 풀가동하며 16대를 준비해왔다. ‘서대문산악회’‘우리문화사랑회’ 등 조직을 중심으로 주민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김영선 의원, 김부겸 부대변인 등과 함께 한나라당의 외곽 청년조직인 ‘미래연대’를 이끌고 있다.

386세대의 대표주자인 우상호 후보는 1기 전대협 부의장을 거치고 현재 전대협 동우회장을 맡고 있는 운동권 출신. 우 후보는 모교인 연세대가 위치한 지역적 조건이 자신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흐름을 타고 있는 세대교체론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지명도 높이기에 열중하고 있다.

서대문갑의 총선 관전 포인트는 조직력과 386 호소력의 싸움. 이 후보가 다져온 바닥민심과 우 후보의 참신함 중 어느 것이 흡인력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이 후보측은 일단 386세대의 바람에 거품이 많다는 일부 여론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 후보는 이에 대해 이 후보가 과거 YS정권에 참여한 경력을 들추며 흠집내기에 힘을 쏟고 있다.


▲부산 북·강서을
민주 노무현-한나라 허태열

민주당 노무현 의원이 PK지역에서 한나라당과 민국당의 바람을 뚫고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충북도지사를 지낸 허태열씨가 후보로 나섰고 문정수 전 부산시장이 민국당 후보로 나와 모양세는 3파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노 의원과 허 후보간 2파전으로 진행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노 의원은 민주당내에서 차기대권을 노리는 ‘50대 트로이카’중 한명으로 지목되는 인물. 한때 검토했던 ‘부산 차세대 지도자론’은 일단 유보하고, 대신 인물론과 지역감정 타파, 지역개발론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노 의원측은 한나라당과 민국당이 야권표를 분산시켜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조성됐다며 반기고 있다. 지지층이 분명한 색깔을 갖고 있는 만큼 야권분열로 인한 플러스 효과는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허 후보는 PK지역 정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비록 인지도에서 노 의원이 앞서긴 하지만 PK지역의 기본적인 반DJ 정서에다 노 의원의 잦은 변신 등을 공격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 아울러 문정수 전 부산시장을 겨냥해서도 정통야당은 한나라당 뿐이라며 야권 후보간 표분산에 대비하고 있다.

노 의원의 가장 큰 부담은 자신을 DJ당 후보로 보는 유권자의 시선. 노 의원은 이같은 지역정서를 의식해 아예 당지도부를 초청하지 않고 개편대회를 치렀다. 1995년 6·27 지방선거 당시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지역감정의 벽에 부딪혀 좌절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노 의원측은 이번 선거에서는 YS라는 확고한 구심점이 없다는 사실에 희망을 걸고 있다.


▲경기 성남 분당갑
민주 강봉균-한나라 고흥길

DJ의 ‘경제전도사’와 이회창 총재의 핵심측근이 자존심을 건 대결을 펼치고 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민주당 대표로 출전했고 한나라당에서는 고흥길 총재특보가 대항마로 나섰다. 성남 분당갑은 학력과 소득수준이 높은 고학력 중산층 유권자가 밀집한 ‘수도권의 정치1번지’인 터라 여야가 ‘중량급 신인’을 내보낸 것.

중앙일보 편집국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고 후보는 전문성과 참신성, 개혁성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고 있다. 30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하다 1997년 대선 직전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 캠프에 합류한 뒤 측근의 자리를 지켜왔다. 1992년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고 후보는 서울-분당 심야좌석버스 노선 개설을 비롯한 지역개발에도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강 후보는 30년간 경제분야 고위직을 두루 거친 행정관료 출신. YS정권 시절 노동부 차관, 경제기획원 차관, 총리행정조정실장,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고 현정권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경부 장관을 역임했다. 강 후보는 경제위기를 극복한 ‘경제해결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IMF의 고금리 처방에 맞서 금리인하를 관철한 사실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당 지지도 면에서는 한나라당이 우세하고 후보 지명도에서는 민주당 강 후보가 앞선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 고 후보는 지역 담세율에 걸맞는 예산배정을 얻어내기 위한 ‘분당발전특위’를 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강 후보는 이 지역을 베드타운에서 벤처단지나 사이버 타운으로 변화시켜 자립성있는 경제단지로 도약시킨다는 약속을 내놓고 있다.


▲경기 부천 원미 을
한나라 이사철-민주 배기선

한나라당의 초선 이사철 의원과 민주당 배기선 전의원이 재대결을 벌인다. 15대 총선에서 이 의원은 3만1,371표(37.9%)를 획득, 2만7,955표(33.8%)를 얻은 배기선 전의원을 물리친 바 있다. 이곳은 중동 신도시 지역으로 20-30대와 중산층이 밀집해 있어 비판세력과 여권성향이 혼재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부천 토박이인 이 의원은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을 정도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보여왔다. 지역정서 파악에 폭넓은 정보력과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재선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서민층을 상대로 ‘포장마차 문화’를 강조하며 표밭을 가꾸는 한편, 중산층을 겨냥한 생활정치 관련 정책도 속속 내놓고 있다.

전남 무안 출신인 배 전의원은 DJ정부 출범과 함께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지역구 관리를 착실히 해왔다. 14대 국회 후반 전국구 의원을 지낸 적도 있어 인물론에서도 밀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부천사랑문화센터 이사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왔으며 주민과의 밀착정치를 강조하며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 의원과 배 전의원은 공천과정에서 무리없이 낙점된데다 지역구 관리도 난형난제의 상태. 당 보스의 애정도 각별한 편이다. 자민련의 김길홍 전 지구당위원장이 은퇴하면서 김선관씨가 뒤늦게 뛰어들어 실질적으로는 이-배 후보의 2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중앙당 차원에서도 이곳을 수도권 바람의 교두보로 보고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다.


▲충북 청주 상당
자민련 구천서-미주 홍재형

악화한 지역경제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와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막판에 ‘녹색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자민련 구천서 의원이 인물론을 내세워 3선을 노리고 있으나 민주당 홍재형 전 부총리와 한나라당 한대수 전 충북부지사의 견제를 받고 있다.

구 의원에게 아무래도 껄끄러운 상대는 홍 전 부총리. 구 의원은 15대 총선에서 42.3%의 지지율로 36.8%를 얻어 2위를 차지한 홍 후보를 꺾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민주당 이인제 선대위원장이 충청권 공략을 본격화했고 자민련의 지역세가 상당히 퇴조하고 있어 예측불허의 상황을 맞고 있다. 자민련 세력이 약화한데는 지난해 내각제 개헌 유보 결정과 충북은행 합병, 현대전자의 LG반도체 인수 등에 따른 지역경제 악화가 영향을 끼쳤다.

구 의원의 텃밭 수성전략은 지역바람. 시민단체 낙천명단 발표를 음모론으로 몰아부치며 DJ에 대한 충청권의 거부감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JP가 지역감정 자극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과 연장선상에 있다. 아울러 구 의원은 홍 전 부총리가 과거 신한국당 후보로 나왔다가 국민신당으로 자리를 옮긴 뒤 다시 민주당으로 출마한 것을 꼬집어 도덕성을 공격하고 있다.

홍 후보는 자신이 관세청장과 재무부 장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경제통임을 부각시켜 충청권 경제발전의 유일대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의 지명도와 이인제 바람이 접목될 경우 승리는 확실하다는 입장. 홍 후보의 걱정은 역대 선거에서 나타났던 충청권의 ‘늦바람’이 재현되는 것. 영호남에서 지역바람이 일 경우 충청권도 뭉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다.


▲경북 구미
민국 김윤환-한나라 김성조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공천포석이 TK 결집력을 와해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지역. 6선을 노리는 ‘TK의 좌장’ 김윤환 의원이 공천탈락에 반발해 ‘영남정권 재창출’을 외치며 민국당으로 말을 바꿔타고 나섰다. 한나라당에서는 ‘허주’를 무찌르고 공천받은 김성조 전 도의원이 민국당 바람을 조기 차단하는 대임을 맡게 됐다.

김 의원은 이번 선거가 자신의 정치생명은 물론 민국당의 생존과도 직결돼 있다는 각오 아래 뛰고 있다. 김 의원의 전략은 자신에 대한 지역 동정론을 극대화하는 것. 텃밭인 구미에서조차 ‘이회창에 팽(烹)당했다’는 억울함을 부각시킨다는 계산이다. 김 의원은 이를 위해 ‘한나라당의 본류=민정계’라는 등식을 내세워 선거구도를 잡아가고 있다.

김성조 후보는 1995년, 1998년 도의원에 거푸 당선됐지만 중앙정계에서는 다소 생소한 인물. 김 후보는 김윤환 의원이 한나라당이 아닌 민국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나라당측은 구미가 박정희 전대통령의 고향임을 이용해 ‘박정희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근혜 부총재를 경북지역에 투입한 것도 이 때문.

구미의 관건은 TK지역에 일반적인 한나라당 정서를 김 의원이 제압할 수 있는가에 있다. 그동안 3차례나 킹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TK를 대표해 온 김 의원의 개인적인 지명도와 노련한 정치기술이 어느정도 흡인력을 발휘할지 관심이다. 김성조 후보는 이에 맞서 김 의원의 비도덕성과 이회창 총재의 대권유망론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경북 울진·봉화
민주 김증권-한나라 김광원

DJ정부의 ‘신실세’로 불렸던 김중권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민주당의 TK지역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전 실장은 현정부 들어 이 지역에서 배출한 최고위 공직자라는 점을 들어 동서화합과 지역발전에 앞장설 수 있는 인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한나라당 후보는 재선에 도전하는 김광원 의원. 김 의원측은 이번 선거에서 ‘대어’를 낚아 자신의 정치행로를 확고하게 할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김 의원측은 철저한 당대당 대결구도를 구사하면서 정부·여당의 실정을 공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전 실장의 무게를 지역정서로 압도하자는 계산이다. 상대가 상대이고 상징성이 큰 만큼 중앙당의 지원도 각별하다. 박근혜 부총재와 봉화에서 과거에 당선된 경력을 갖고 있는 홍사덕 선대위장이 지원유세에 나섰다.

김 전 실장의 전략은 인물론. 여권의 ‘영남 대변자’임을 자처하는 김 전 실장은 “초·재선으론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없다”며 경북 북부지역 개발을 약속하고 있다. 연고가 있는 울진은 물론이고 봉화에 대해서도 김해 김씨 문중을 포함한 사조직을 통해 바닥표를 훑고 있다.

김 전 실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막판에 지역바람이 불어 선거가 당대당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 15대 총선에서도 자신이 김 의원과 맞붙어 패했던 점을 감안하면 끔찍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김 전 실장은 자신이 ‘DJ의 특명’으로 이곳에 출마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강력히 피력하며 지역바람 재우기에 힘쓰고 있다.

배연해·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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