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일본②] 철저한 계급구조- 스모(上)

2000 04/05(수) 17:48

일본 씨름인 ‘스모’(相撲)는 우리의 샅바 씨름과는 많이 다르다. 허리에 ‘마와시’(回し)라는 두껍고 넓은 띠를 두르지만 샅바처럼 제대로 힘을 쓰기는 어렵다. 발바닥 이외의 신체가 땅에 닿거나 직경 4.55m의 씨름판, 즉 ‘도효’(土俵) 밖에 몸의 어느 부분이라도 닿으면 진다. 우리의 씨름과 달리 밀어내기 위주의 기술이 발달한 것도 이런 규칙 때문이다.

‘큰 씨름’이란 뜻의 ‘오즈모’(大相撲)는 프로 씨름이다. ‘바쇼’(場所)라는 말로는 대회를 나타내고 일본 스모협회가 주최하는 연 6회의 대회를 ‘혼(本)바쇼’라고 한다. ‘혼바쇼’는 일요일에 시작돼 15일째인 일요일에 끝나며 마지막 날 경기가 ‘센슈라쿠’(千秋落)다.

승패 전적으로 우승자를 가리므로 우승자 결정전이 열리기도 한다. ‘스모토리’(相撲取)나 ‘리키시’(力士)라 불리는 씨름꾼들은 예외없이 도장, 즉 ‘헤야’(部屋·방)에 소속돼 있다. 은퇴후에는 스스로 도장을 열어 주인 겸 수석 사범인 ‘오야카타’(親方·어버이)가 된다.

씨름꾼은 철저한 계급사회에 속해 있다. 계급에 따라 보수는 물론 머리 모양과 복장도 전혀 다르다. 위에서부터 요코즈나(橫網)·오제키(大關)·세키와케(關脇)·고무스비(小結)·마에가시라 등이 있다. 오제키에서 고무스비까지의 3계급을 ‘산야쿠’(三役)라고 불렀다. ‘요코즈나’는 애초에 오제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씨름꾼이 굵은 새끼줄을 옆으로 둘렀던 데서 나온 말이나 지금은 최고 계급으로 독립했다.

마에가시라는 ‘히라마쿠’(平幕)라고도 부르며 다시 15계급으로 나뉘어 있다. 가장 위에 그냥 ‘마에가시라 힛토(筆頭)’가 있고 그 아래 ‘마에가시라 니마이메(二枚目·2번째)’의 식으로 14번째까지 서열이 정해져 있다.

여기까지가 천막 안에 들어가 앉을 수 있었던 상급 씨름꾼인 ‘마쿠노우치’(幕內)이며 동·서로 편을 갈라 벌이는 이들의 경기가 ‘혼바쇼’의 백미다. 이런 계급이 과거의 성적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마쿠노우치 경기는 대개 요코즈나와 산야쿠가 우승을 하게 마련이지만 더러 히라마쿠가 우승해 돌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3월26일 막을 내린 ‘하루(春)바쇼’는 히라마쿠 가운데서도 최하위 계급인 ‘마에가시라 14번째’ 씨름꾼 다카토리키(貴鬪力)가 우승해 파란을 일으켰다. 최하위 계급의 우승은 오즈모 사상 처음이었다.

이 아래에 또 주료(十兩)·마쿠노시타(幕下)·산단메(三段目)·조니단(序二段)·조노구치(序ノ口) 등의 계급이 있다. 이들도 계급별 경기를 벌이며 주료를 제외하고는 대회기간이 7일이다. 스모 대회장에는 언제나 씨름꾼의 서열을 적은 현판인 ‘반즈케’(番付)가 내걸린다.

맨 위의 ‘마쿠노우치’ 바로 아래 현판에 이름이 적힌다는 뜻에서 ‘마쿠노시타’는 ‘니단메’(二段目)라고도 불렸다. 마쿠노시타 상위 10명까지가 과거 최소 10량의 급여를 받았다는 뜻에서 ‘주료’라 불렸고 나중에 별도 계급으로 독립했다. 입문 단계인 조노구치에서 출발, 수많은 경기를 거쳐 한걸음씩 위로 올라가는 씨름꾼의 세계는 일본 전통사회의 계급구조를 잘 투영하고 있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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