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강원도 동해시 북평장

2000 04/05(수) 19:36

동해시 북평동. 금강산행 배가 지척에서 떠난다. 일출의 명소인 추암, 정동진 해변, 국민관광지 1호인 두타산 무릉계곡도 바로 옆에 있다. 관광명소에 둘러싸인 마을이다.

그러나 옛 북평은 영동지방의 교통 요지였다. 동해안을 훑는 7번 국도가 남북으로 지나가고 태백시에서 38번 국도가, 정선에서 42번 국도가 닿는 곳이 북평이다. 그래서 큰 장이 섰고 지금도 그 명성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영동 지역을 대표하는 장터다.

동해에서 영근 온갖 수산물과 백두대간의 골짜기에서 자란 산물이 모인다. 한마디로 산해진미가 모두 그 곳에 있다. 특히 봄이 되면 장터가 더욱 풍성해진다. 한바퀴 돌며 구경만 해도 배가 부르다.

“아이고, 이놈이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네.” 끄트머리가 살짝 올라가는 강원도 사투리가 정겹다. 살아있는 문어가 좌판을 벗어나려 한다. 아주머니는 빨간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문어를 다시 좌판에 올려 놓는다. 문어는 다시 내려가려 힘을 쓰고, 아주머니는 흡판을 붙이고 단단하게 버티는 문어와 씨름을 한다.

“이게 뭐여? 홍어는 아니고.”호남에서 온 듯한 여행객이 바짝 마른 사각형의 물고기를 보고 질문을 한다. 가오리다. 홍어 보다 값은 싸지만 미식가들이 자주 찾는 물고기중의 하나이다. 깊은 불에 푹 쩌서 식힌 뒤에 초간장을 찍어 먹으면 안주로도, 밥 반찬으로도 그만이다. 결이 쪽쪽 찢어지면서 뼈까지 아삭아삭하게 씹힌다.

“정말 못 생겼다. 아주머니 이 고기 이름이 뭐예요?”좌판을 벌인 아주머니도 웃고 만다. “물탱이.”이름도 코믹하다. 검정 고무풍선에 물을 반쯤 넣어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모습이다. 흐느적거리는 촉감도 상쾌하지 않다.

그러나 이 물탱이를 끓인 국물 맛을 도시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다. 살도 익으면서 단단해져 먹을 만하고 국물은 모든 소화기관을 훑어 내려갈 것 처럼 시원하다. 아침 해장국에는 물탱이국만한 것이 없다.

이제 마지막철로 접어들고 있는 대게도 한켠을 장식한다. 손바닥만한 몸통과 30㎝정도의 다리를 가진 대게 열마리를 켜켜이 올려놓고 2만원이란다. 손으로 눌러보니 살이 꽉 찾다. 몸통과 다리가 빨간 홍게는 1만원이 채 못된다. 싸다. 5월이 되면 대게는 시장에서 없어진다. 11월까지 금어기간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숭어가 제철이다. 숭어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른 생선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붉은 색 살이 군침을 돌게 할 뿐더러 바닷물에 한번 씻어놓으면 더욱 살이 꼬들꼬들해진다.

회를 뜨고 남은 뼈로 매운탕을 끓이면 국물맛이 달고 시원하다. 요동치는 숭어가 3마리에 1만원. 씨알이 굵다. 야구방망이만 하다. 껍질맛이 유명한 임연수어도 많이 나왔다. 배를 갈라 굵은 소금을 뿌린 뒤 구워먹는다.

봄이 조금 더 깊어지면 태백산맥의 산나물이 내려온다. 두릅, 고사리, 달래, 냉이…. 바닷가의 비린내와 산나물의 향취에 한꺼번에 빠지는 시기이다. 5,6월 동해바다가 따뜻해지면 북평장을 대표하는 해산물이 장에 가득 찬다. 오징어다. 날씨가 좋아 밤에 배가 많이 떴다면 생애 가장 싼 오징어를 이 곳에서 만날 수 있다.

권오현 생활과학부차장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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