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가 따로 없었다"

총선시민연대가 부패·무능 정치인에 대한 심판을 기치로 시작한 낙선운동이 4·13 총선에서 시민단체도 놀랄 정도의 효과를 나타냈다. 최종 개표 결과 낙선운동명단에 오른 86명중 59명이, 중점 낙선대상자 22명중 15명이 낙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오후부터 서울 종로구 안국동 총선시민연대 사무실에 모여 개표과정을 지켜보던 총선시민연대 관계자들조차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낙선대상후보의 낙선율과 중점대상후보의 낙선율은 각각 68.6%, 68.2%로 집계돼 총선연대가 당초 내부적으로 목표를 삼았던 낙선율 50%, 40%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분루를 삼킨 민주당 이종찬(서울 종로), 이강희(인천 남구을), 한영애(전남 보성·화순), 한나라당 김중위(서울 강동을), 이사철(부천 원미을)후보 등 여야 중진은 총선연대의 중점 낙선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이 결정타가 됐다는 것이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총선연대 지도부가 직접 유세현장을 뛰며 낙선운동에 나서자 중후했던 후보들의 명성도 하루아침에 모래탑처럼 무너지고 만 것이다.


수도권서 위력 발휘

사실 이번 낙선운동의 영향력을 가능하는 잣대는 중점 낙선대상 22명 가운데 자민련의 경기 구리 이건개후보 등 명단 발표전에 이미 당락의 윤곽이 드러나 있던 13명을 뺀 경합지역 후보 9명의 낙선 여부였다.

민주당의 이종찬 이강희 한영애, 한나라당의 김중위 이사철 함종한(강원 원주) 김태호(울산 중구), 자민련의 한영수(충남 서산), 민국당의 김윤환(경북 구미)후보 등이다. 개표결과 이들중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만 빼고 8명이 고배를 마셨다. 총선연대측은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낙선운동이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낙선운동의 바람은 특히 수도권에서 강하게 몰아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 11명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 낙선대상 후보 20명 중 민주당 정대철(서울 중구) 후보를 뺀 19명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집중 낙선대상인 민주당 이종찬 이성호(경기 남양주) 이강희 후보, 한나라당의 김중위 이사철 후보, 자민련의 이건개 이태섭(경기 수원·장안)후보 등 7명은 모두 탈락했다. 총선연대 이태호 기획조정국장은 “수도권 지역에서 총선연대의 활동이 높은 호응을 얻은 점과 낙선 가능한 인사를 면밀히 파악해 중점 낙선대상을 정한 뒤 운동을 펼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총선연대측은 개표직후인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주의적 선거구도와 사상 최저 투표율 기록 등에도 불구, 낙선운동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히고 “당선된 후보들은 16대 국회가 구성되자마자 각종 정치개혁 과제를 다뤄 국민과 함께 하는 자세로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나갈 것”을 주문했다.


지역주의 앞에선 아직‘미약’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낙선운동이 ‘절반의 성공’에 지나지 않았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다. 1996년 15대 총선 때보다도 6.7% 포인트 낮은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한데다 영·호남 텃밭 독식현상이 심화돼 깊게 패인 지역감정의 골이 거듭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에 가장 뜨겁게 호응할 것으로 예상됐던 20-30대의 기권율이 높아 젊은 층의 정치적 냉소주의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함을 입증했다. 총선연대측도 “사상 최저투표율 기록이 20-30대 유권자의 불참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착잡한 심정”이라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젊은 유권자들이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에서 벗어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이나 병역, 납세 등 후보자정보 공개조차도 영·호남 텃밭 후보의 당락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영남지역의 경우 한나라당 소속 낙선대상자 18명이 전원 당선됐다. 지역주의의 높은 벽을 깨기에는 아직 시민단체의 낙선운동도 힘에 겹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직접적인 정치권 개혁시도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 성과도 엄청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올해 총선이 시민단체의 정치참여 첫해라면 법적 제약을 해소하는 것이 앞으로 큰 과제다.

이미 총선연대 지도부는 여러차례 선거법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그러나 지난번 선거법 개정 때도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참여에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인 정치권이 앞으로 태도를 바꿀지는 의문이다.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는한 선거 때마다 시민단체의 정치참여는 한계에 부닥칠 전망이다.


상시적 의정감시활동체제로 전환

총선연대는 100여일 동안 계속해온 낙천·낙선운동 백서를 낸뒤 이달말께 공식 해체하지만 참여단체끼리 직능별, 기능별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상시적인 의정감시활동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또 이번 총선에서 각 후보들이 내건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지에 대한 감시활동도 병행한다는 계획이어서 앞으로 정치권에 미치는 시민단체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총선연대 낙선대상자 86명 당락 현황]

◇서울 이종찬(민·종로) X

정대철(민·중구) O

손세일(민·은평갑) X

정병원(한·영등포을) X

박성범(한·중구) X

김중위(한·강동을) X

김태우(자·강남을) X

노승우(자·동대문갑) X

백남치(자·노원갑) X

이길범(자·용산) X

조중형(자·송파을) X

◇부산 김무성(한·남구) O

박관용(한·동래) O

박종웅(한·사하을) O

정문화(한·서구) O

김광일(국·서구) X

문정수(국·북·강서을) X

서석재(무·사하갑) X

김운환(민·부산 해운대 기장갑) X

정형근(한·부산 북·강서갑) O

김동주(국·부산 해운대 기장을) X

◇대구 엄삼탁(민·달성) X

김만제(한·수성갑) O

박철언(자·수성갑) X

서훈(국·동) X

김한규(무·달서갑) X

◇인천 서정화(민·중·동·옹진) X

이세영(자·중·동·옹진) X

이강희(자·남구을) X

◇대전 최환(자·대덕) X

이인구(무·대덕) X

이종기(무·서구을) X

이원범(자·대전 서구갑) X

◇울산 차수명(자·남) X

정몽준(무·동) O

◇경기 이성호(민·남양주) X

이사철(한·부천 원미을) X

이건개(자·구리) X

이태섭(자·수원·장안) X

오세응(자·성남 분당을) X

홍문종(무·의정부) X

◇강원 김택기(민·태백·정선) O

정재철(한·속초·고성·양양·인제) X

함종한(한·원주) X

한승수(국·춘천) O

황학수(무·강릉갑) X

◇충청 이용희(민·충북 보은·옥천·영동) X

신경식(한·충북 청원) O

이충범(한·충북 진천·괴산·음성) X

안홍렬(한·충남 보령·서천) X

이상재(한·충남 공주·연기) X

한영수(자·충남 서산·태안) X

박준병(자·충북 보은·옥천·영동) X

김범명(자·충남 논산·금산) X

김현욱(자·충남 당진) X

원철희(자·충남 아산) X

박희부(국·충남 공주·연기) X

김고성(신·충남 공주·연기) X

김용환(신·충남 보령·서천) O

이상만(신·충남 아산) X

◇전라 한영애(민·전남 보성·화순) X

김봉호(민·전남 해남·진도) X

김태식(민·전북 임실·완주) O

박상천(민·전남 고흥) O

최락도(무·전북 김제) X

나창주(무·전남 나주) X

신순범(무·전남 여수) X

이재근(무·전남 나주) X

◇경상 권정달(민·경북 안동) X

정동호(민·경남 의령) X

하순봉(한·경남 진주) O

김호일(한·경남 마산·합포) O

김태호(한·울산 중구) O

최병국(한·울산 남구) O

김광원(한·경북 봉화·울진) O

신영국(한·경북 문경·예천) O

이상배(한·경북 상주) O

김기춘(한·경남 거제) O

김용균(한·경남 산청·합천) O

김종하(한·경남 창원갑) O

나오연(한·경남 양산) O

이강두(한·경남 거창·함양) O

김윤환(국·경북 구미) X

허화평(국·경북 포항 북) X

김우석(무·경남 진해) X

박봉식(무·경남 양산) X

*민=민주당, 한=한나라당, 자=자민련, 국=민국당, 신=한국신당, 무=무소속, O=당선, X=낙선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4/20 22:23


송용회 주간한국부 songy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