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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타열전] 김익래 다우기술 회장(下)

"시장읽는 눈 없으면 미래도 없다"

김익래 다우기술 회장이 존경하는 기업인은 ‘미스터 인터넷’으로 불리는 존 챔버스 시스코시스템 사장이다.

다우기술보다도 늦게 출발했지만 라우터(정보 분배 장치)와 같은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를 내놓아 10년만에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월스트리트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뛰어오른 시스코시스템이다. ‘무섭다’는 표현만이 어울리는 시스코시스템의 성장에는 챔버스 사장의 탁월한 시장 포착 능력이 있었다. 김회장이 감명을 받은 것도 바로 그것이다.

“MS가 제너럴일렉트릭(GE)을 누르고 세계 최고의 기업 소리를 들은 게 불과 몇년전(1998년)입니다. MS시대가 그렇게 쉽게 끝날 줄 몰랐어요. 포스트 PC시대, 다시 말해 인터넷 시대가 그만큼 빨리 열렸다는 이야기죠. 1990년대 중반 50억 달러에 그쳤던 인터넷 시장이 벌써 5,000억달러 규모로 커졌어요. 앞으로 얼마나 커질지 모르죠. 챔버스 사장은 이 무궁무진한 인터넷 시장을 대상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입니다.”


윈윈개념 앞세운 '파트너십' 경영

시스코시스템의 강점은 또 있다고 했다. 유연하고 개방적이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기업문화다. 인터넷 네트워크상에서 정보를 배분해주는 가장 기본장비인 라우터를 개발한 것도 그렇게 ‘깨어 있는 조직’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1986년 창업이후 유닉스, 인포믹스, 어도비, 오토캐드 등 외국의 주요 소프트웨어를 도입한 다우기술이었던 만큼 김회장은 남보다 먼저, 그리고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업체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었다.

다우기술의 기업문화가 한국적 특징과 거리가 있는 것도 외국 회사를 벤치마킹한 탓이라 할 수 있다. 기업 색깔도 예상을 뛰어넘는다. 독창성이나 조직의 극대화, 강한 추진력 등을 거론하는 다른 기업과는 달리 ‘파트너쉽’ 중시 문화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외국기업과 다우기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고객과 다우기술, 직원과 사장, 직원과 직원 등 모든 관계에서 적절한 파트너쉽이 형성돼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윈윈개념’에서 나왔다. 다우라는 회사이름도 마찬가지. 술자리에서 김회장이 ‘다 우리 것으로 만들자’는 뜻으로 지었다는 우스개 소리도 가끔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곳, 바로 다우(多佑)라는 의미다.


"나의 비법은 현장학습"

“디지털 사회에서 승부는 앞으로 나타날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누가 먼저 읽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는 그에게 “무슨 비법이 있느냐”고 물으면 “현장학습”이라고 잘라 말한다. 현장학습이란 앞서가는 현장에서 보고 듣고 배워야 한다는 뜻.

그래서 우리의 벤처기업가도 안(국내)에만 머무르지 말고 밖으로 나가 IT(정보)산업의 흐름과 수준을 익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회장 스스로는 지금까지 500-600번 가량 밖으로 나갔다. 한번 나갈 때마다 5~7일쯤 머물렀다니 날짜로 계산하면 창업이후 14년 동안 7~8년은 해외에서 먹고 자고 했던 셈이다.

김우중(전 대우회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그동안 해외의 정보통신업계와 체결한 계약서만도 700여건. 일주일에 2개꼴이다. 지금도 한달에 한번은 밖으로 나가 IT분야의 큰 흐름을 보고 온다.

김회장의 가까운 친구중의 한 사람인 김재식 삼성물산 상무는 “그렇게 해외에 뻔질나게 나다닌 탓인지 몰라도 그 친구는 세계 IT산업의 발전 방향과 속도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서 “보통사람보다 10년쯤 앞서가는 그가 아니었으면 오늘날의 다우기술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영어실력과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생활자세가 그를 IT분야에서 10년쯤 앞서가게 만들었다는게 주변의 평가다.

그러나 그도 공인이 아닌 개인으로 돌아오면 내성적이고 부끄럼타는 인간 김익래가 된다. 사상(四象)의학으로 분류하면 소음(少陰)체질. 마른 체구에 내성적이면서 조용한 선비형이다. 다소 급한 성격은 모친을 닮았다고 한다.

그도 사업가 기질이 강한 태음(太陰)체질이 아닌 줄 익히 알고 있었다. 인간 김익래를 솔직하게 이야기해줄 분을 소개시켜 달라고 했더니 “글쎄, 김익래가 사업해서 성공했다고 하면 믿을 친구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우리 회장님요? 너무 소탈하세요. 직원들과 포장마차에서 소주마시는 걸 좋아하구요. 한잔 들어가면 정말 멋있는 분으로 변해요”라고 털어놓는 한 직원의 말이 “사실 너무 권위를 내세우지 않아 탈이죠”에 이르면 그제사, 왜 그의 첫 인상이 잘 나가는 사장님 같아 보이지 않았는지 고개가 끄떡여진다.


다우의 강점은 "내일을 읽는 안목"

다우기술의 강점은 ‘내일을 읽는 눈’이다. 그것은 “과거에는 사람과 기술력이 기업을 살리는 모태였는데 지금은 타이밍, 스피드, 피플, 테크놀로지로 바뀌었다”고 말하는 김회장의 능력이기도 하다.

여기서 타이밍은 시장을 읽는 안목이다. 이것이 없으면 IT 분야에서 도태된다. 다우기술이 멀티미디어 사업을 축소하고 IT, 인터넷 분야로 주력사업을 방향을 바꾼 것도 시장변화 타이밍을 제대로 읽었기 때문이다. 벌써 5년전의 이야기다.

“1995년 초였던가? 인터넷이 우리 생활을 지배하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다 싶어, 당시 최고의 웹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와 독점계약을 맺고 한글판을 만들어 보급했지요.”

김회장은 그때 만난 제임스 클라크 넷스케이프 공동 창업자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클라크는 넷스케이프가 인터넷 웹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회사를 떠나 전문적으로 벤처기업을 육성(인큐베이팅)하는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도 클라크처럼 ‘벤처기업의 대부가 되었으면’하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제약이 많다. “다우기술을 인터넷 지주회사인 미국의 CMGI나 일본의 트랜스 코스모스, 소프트뱅크 같은 회사로 키우고 싶은데 우리 현실이 따라주지 못해요. 이 땅에서는 손정의(소프트뱅크 사장)같은 친구가 못 나오죠. 외환관리법에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그래서 찾은 방법이 한국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쳐 세계적으로 판매망을 넓혀가는 ‘한국에서 세계로’의 구상이다.

지난해 6월 20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실리콘 밸리에 설립한 로큰메일사가 ‘한국에서 세계로’ 전략의 거점. 이 회사는 전화 팩스 전자우편 등으로 들어온 메시지를 인터넷망을 통해 무선호출기 휴대폰 등 음성메시지로 전송하는 통합메시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 종합그룹 키우겠다"

그의 구상을 듣고 있으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기 보다는 더 큰 사업을 모색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랄까? “지난 한해는 인터넷 사업을 위해 투자한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그 과실을 얻게되는 해가 될 것입니다. 두고 보세요. 인터넷 종합그룹이 될 것입니다”라는 그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치밀한 포석때문이다.

다우기술은 이미 통합메시징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우인터넷과 qrio.com, 사이버종합금융포탈 emoney.co.kr, 사이버증권사 kiwoom.com, 교육포털 i-yah.com, 인터넷방송포탈 castservice.com, 소프트웨어 관련 포탈 e-soft.co.kr 등을 구축해 남들보다 멀찍이 앞서가고 있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04/2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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