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마케팅, 고객확보 '불꽃 경쟁'

고등학교 시절 수학시간에, 보다 정확히 말하면 미적분 시간에 졸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변곡점’(變曲點·point of inflection)이라는 용어를 기억할 것이다. 변곡점은 특정 함수 f(x)를 두 번 미분한, 2계도 함수 f"(x)의 값이 0이 되는 점이다.

이를 알기 쉽게 좌표평면상의 도형으로 표현한다면 변곡점을 지나면서 위로 볼록인 도형은 위로 오목인 형태로, 위로 오목인 도형은 볼록인 상태로 변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세계 CPU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미국 인텔사의 전회장 앤드류 그로브(Andrew S. Grove)는 학창 시절에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것이 틀림없다. 그는 인터넷 열풍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혁명’에 대해 “지금 세계는 출구를 알 수 없는 ‘전략적 변곡점’위에 놓여 있다.

디지털과 인터넷이 만드는 미래에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며 ‘변곡점’을 경제·경영 용어로 발전시켰다. 그로브 회장의 말대로 2000년 세계 경제는 ‘디지털 시대’가 시작되는 변곡점 위에 서 있다.

또 변곡점을 지날 때 ‘오목 도형’이 ‘볼록 도형’으로, ‘볼록 도형’은 ‘오목 도형’으로 변하듯 ‘인터넷·디지털 혁명’은 경제의 기본 원리와 기업의 성공전략을 바꿔가고 있다.


인터넷·디지털 혁명의 파급

실제로 ‘인터넷·디지털 혁명’은 경제·사회의 모든 부문을 변화시키고 있는데 신용카드 업계의 변화는 특히 두드러진다.

최근 국내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인터넷과 개인 휴대통신을 이용한 대출은 물론이고,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결제가 가능한 ‘전자카드’를 선보이는 등 ‘사이버 시장’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삼성카드는(www.samsungcard.co.kr) 최근 ‘사이버팀’을 사이버 사업부로 확대 개편하고 사이버팀과 e-Biz팀을 별도로 발족시켜 인터넷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인터넷 상에서 무보증, 무서류, 무약정으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홈페이지로 우량 가맹점의 이벤트 및 서비스 정보를 선별적으로 회원에게 제공하는 ‘일대일 마케팅’을 제공하고 있다.

BC카드 역시 ‘비씨라인 홈페이지’(www.bcline.com)를 통해 인터넷 무료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을 원하는 가맹점에게 홈페이지를 무료로 제작해 주는가 하면 온라인을 통해 카드회원의 민원을 상담해주는 등 잠재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카드는 업계 최초로 ‘사이버 지점’을 개설했는데 4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사이버 지점’에서 10만원 이상의 현금 서비스를 받은 고객을 매월 추첨해 최고 200만원의 현금을 제공하고 있다. 또 ‘야후코리아’와 제휴, 야후-국민카드 회원이 쇼핑몰을 이용할때 1%를 적립하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

LG카드를 발급하는 LG캐피탈은 인터넷 경매업체인 셀피아와 제휴관계를 맺은데 이어 천리안, 인터파크 등과도 제휴카드를 발급중이다. 또 인터넷 금융포탈업체인 ‘e머니’와도 신용카드 서비스 및 마케팅 제휴 업무를 맺고 있다. 이밖에 외환카드도 천리안과 함께 PC통신을 통한 ‘일대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분야 투자 확대

인터넷 분야로의 진출과 함께 국내 카드회사들은 전자상거래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

마스타카드 인터내셔날 코리아의 정재근 부장은 “디지털 혁명으로 전자상거래가 새로운 결제통로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따라서 아날로그 시대에 ‘편리하고 믿을 수 있는 결제수단’으로 기억됐던 신용카드가 디지털 시대에도 생존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전적으로 전자상거래에 얼마나 확실히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제 전자상거래는 카드업계로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에 따르면 1995년 3억 달러에 불과했던 전세계 전자상거래 규모는 지난해 1,800억 달러, 올해 3,770억 달러로 늘어난데 이어 2002년에는 전체 상거래의 25%가 넘는 1조2,3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현재 카드회사중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곳은 외환카드와 삼성카드다. 외환카드는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실물 신용카드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물품 구매결제가 가능한 ‘버츄얼 카드’(Virtual Card)를 5월중 선보일 계획이다.

그동안 인터넷 쇼핑몰 이용자들은 일일이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했으나, 소프트웨어에 내부 정보가 입력된 버츄얼 카드를 이용하면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없을 뿐만 아니라 보안성도 크게 강화됐다는 것이 외환카드의 설명이다.

전자상거래를 공략하는 삼성카드의 무기는 ‘올앳카드’(all@t card)다. ‘올앳카드’는 온라인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버츄얼 카드와는 달리 오프라인에서도 사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이버 쇼핑의 주요 고객이면서도 신용카드가 발급되지 않았던 10대도 이용할 수 있다.


카드업게 경쟁자 속출

한편 전자상거래가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면서 새롭게 카드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곳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자회사인 산은캐피탈의 경우 산업은행 등이 거래하는 4,000~5,000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구매전용카드’를 발급한다는 계획아래 카드업 진출을 준비중이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미래 전자상거래의 핵심시장은 소위 ‘B2B’로 불리는 기업간 전자상거래”이라며 “우량한 기업고객을 다수 확보한 산업은행 네트워크를 이용한다면 산은캐피탈의 시도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처럼 전자상거래의 활성화가 신용카드 업계에 고스란히 혜택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마스타카드의 정재근 부장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신용카드가 ‘차세대 결제수단’으로서 살아남으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정부장에 따르면 최근 사이버 금융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는 은행은 물론이고 ‘디지털 혁명’을 주도하는 통신 업체도 신용카드 업계의 강력한 경쟁자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통신이 자체 쇼핑몰인 ‘바이앤조이’ 이용자의 물품 구매대금을 전화요금 고지서로 대체키로 한 사례는 전자상거래의 확대가 곧바로 신용카드 업계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조철환·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4/3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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