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컬러링 넘어 손톱으로 개성을 표현

통상 ‘매니큐어’라고 불리는 손톱 컬러용 에나멜의 색깔은 몇가지나 될까. 무려 200여 가지에 이른다. 아름다움과 개성을 원하는 여성에게 200가지 색깔은 너무 적은 것일까.

아예 인조손톱을 갖다 붙여 그 위에 각양각색의 디자인을 하는 ‘네일 팁(nail tip)’이 유행이다. 에나멜을 칠하거나 상처난 손톱을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손톱 자체가 얼굴과 똑같은 화장의 대상이 됐다.

상식 한가지. 매니큐어는 라틴어의 ‘마누스’(manus·손)와 ‘큐라’(cura·관리)가 합성된 말로 ‘총괄적인 손의 관리’를 뜻한다. 손톱모양 정리, 큐티클(손톱과 피부사이의 각피) 정리, 손 마사지, 컬러링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다. 손톱에 칠하는 물감은 매니큐어가 아니라 에나멜로 불러야 옳다.

네일 팁 바람은 서울 강남에서 먼저 불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동 일대의 매니큐어 전문숍은 ‘칼라 네일스’와 ‘핑크 네일’ 등 6~7곳. 이 뿐 아니다.

웨딩숍은 물론이고 웬만한 미용실에서도 네일 팁을 포함한 매니큐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 네일 팁이 시작된 것은 대체로 5년전부터.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유행한지 이미 오래다. 한국에서도 역사는 짧지만 바람은 거세다.

현재까지 전국 58개 전문대 피부미용학과에서 매니큐어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4년제 대학으로는 광주여대가 첫 케이스. 한국네일협회(회장 김은실·나나 네일 인스티튜트 대표)에 소속된 학원도 6곳에 이른다.

“손톱을 정리한 후로는 항상 손을 보게 돼요. 손이 미워 안내놓고 다니던 사람도 네일 팁을 하고부터는 손에 자신감을 가져요. 손톱이 상했거나 울퉁불퉁해 마음고생한 여성이 갖게 되는 행복감은 특히 커요.

인조손톱도 마약처럼 중독되는 것 같아요. 자연손톱으로 있으면 보기 흉한 것 같아서 자꾸 붙이게 돼요.”

칼라 네일스의 황정혜 원장은 매니큐어가 치료효과와 미용효과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숍을 찾은 한 손님도 “네일 팁을 하고나면 기분이 좋다”며 “가끔씩 온다”고 말했다.

네일 팁 과정은 간단치 않다. 열 손가락을 모두 시술하는데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가격은 한 손가락당 5,000원에서 1만2,000원까지. 우선 손톱을 정리하고 본드로 인조 손톱(팁)을 붙인 뒤 표시나지 않게 다듬는다.

이어 분사기나 붓을 사용해 수성물감으로 팁 위에 각양각색의 무늬를 그린다. 마지막으로 물감이 지워지지 않도록 톱 코트(top coat)를 바르면 끝난다. 한번 붙인 팁의 수명은 약 석달. 하지만 손톱이 자라기 때문에 보름에 한번씩 보강시술을 해줘야 한다.

매니큐어 전문숍이 재미를 보기 시작한 것은 올해 들어서부터. 연예인과 모델 뿐 아니라 일반 손님도 부쩍 늘었다. 결혼한 20~30대 여성이 주류다.

엄마와 함께 오는 여학생, 면접시험을 앞둔 여성도 손님층을 이룬다. 남녀 커플이 함께 찾아와 매니큐어를 하는 경우도 있다. 황 원장은 “노출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손님도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30여명이 찾아와 일손이 달릴 때도 많다는 것.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무난한 색깔의 꽃무늬가 선호된다는게 황 원장의 이야기다.

매니큐어 학원 ‘나나 네일 인스티튜트’의 김행률 대표이사는 “네일 팁을 사치가 아닌 자기표현이나 에티켓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다양성과 개성을 표현하려는 여성의 욕구는 커진다는 것. 서구 여성은 연회에 참석할 때 옷보다 손톱에 먼저 신경을 쓴다는게 김 이사의 이야기다.

네일 팁을 할 경우 원래 손톱보다 길어지는 길이는 보통 0.5㎝. 시술 후 처음 일주일간 물건을 집을 때 느끼는 다소간의 어색함을 제외하면 불편한 것이 없다고 한다. 목욕탕을 가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

상식 하나 더. 에나멜을 바르기 전에 손톱보호 영양제로 베이스 코트를 해주는게 좋다. 베이스 코트를 하지 않으면 에나멜이 착색돼 손톱 색깔이 노랗게 변하거나 손톱이 변형될 수도 있기 때문. 에나멜을 바르고 난 뒤에는 오래가도록 다시 탑 코트를 덧바르는 것이 이상적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15 19:46


배연해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