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가 또 문제가 되고 있다. 군전력 강화사업에 린다 김이라는 여성 로비스트가 국방장관과 정치인 등과 ‘낯뜨거운 염문’을 뿌렸다는 의혹이 언론에 제기된데 이어 단군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인 경부고속철도 선정과정에도 로비의혹이 일어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대형 사업이나 큰 사건에는 항상 많은 사람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개입하게 마련이다. 합리적인 절차와 정당한 근거를 무시하고 정치적 고려에 의해 결정이 내려지면 그 부작용은 오로지 국민이 지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린다 김과 고위층의 사적인 관계가 백두·금강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알스톰사가 경부고속철도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 정치권의 압력은 없었는지는 철저히 가려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사업당사자들이 자기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활동하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만 보는 시각도 고쳐져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로비’라는 말이 왜곡된 곳도 드물다.

로비는 일종의 홍보다. 변호사도 고객을 위해 판결을 유리하게 이끌어내는 허가받은 로비스트라고 할 수 있다. 회계사나 세무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로비라고 하면 무조건 뇌물이나 정치적 압력 등과 동일시하고 있다. 이같은 풍토는 정당한 로비를 위축시키고 비정상적인 로비는 오히려 음성화시켜 통제불능의 상태로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 로비를 양지로 끌어내 정당한 로비는 허용해야 할 때가 됐다. 미국에서는 로비스트가 의회에 등록해 떳떳하게 활동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문화가 미국의 문화와 같지는 않지만 이 제도의 기본정신은 본받을만 하다. 공개해서 규제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5/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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