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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드라마 인기는 '중견' 하기 나름

지난 4월 있은 SBS 주말극 ‘덕이’의 시사회장에 나온 기자 30여명의 질문이 쏟아졌다. 집중적으로 인터뷰 공세를 받은 사람은 주인공 김현주와 강성연 등 젊은 연기자가 아닌 고두심과 박영규 두 사람이었다.

그동안 시사회장에선 인기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인터뷰는 젊고 예쁜 연기자의 전유물이었다. 기자들의 질문 하나 받지 못하고 쓸쓸히 시사회장을 빠져나가는 중견 연기자들.

올초 열린 MBC 주간극 ‘깁스 가족’의 시사회장에서 김애경은 하소연했다. “중견도 살아있다. 드라마는 중견 연기자가 있기에 완성도가 더해진다.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중견탤런트가 주연으로 전진배치

하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중견이 뜨고 있는 것이다. 요즘 방송되거나 제작중인 각종 드라마에서 20~30년의 연기 경력을 가진 중견 탤런트가 주연으로 전진배치되는가 하면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연예계나 일반인은 “바람직한 풍토가 자리잡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동안 “연기력없이 한 작품에서의 이미지로 벼락스타가 된 10대 스타들의 독주가 연예문화를 파행적으로 이끌었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됐다.

방송가에선 시청률을 의식해 연기자로서 자질이 없는 10대~20대 젊은 연기자만 주연으로 내세워 연예문화를 왜곡시키는데 앞장 서왔다.

요즘 세칭 ‘뜨는 중견’은 하나둘이 아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끼와 뛰어난 연기력 갖추고 오랜동안 연기를 해왔던 사람들이다.

60%대의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MBC 월·화 드라마 ‘허준’에선 주인공 전광렬 못지 않게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임현식. 임오근 역을 맡은 임현식의 대사 한마디, 표정 하나가 모두 웃음을 자아내고 극의 완급을 조절해준다.

‘허준’의 작가 최완규는 “드라마 전반부에선 중심을 잡아준 사람은 이순재씨였고 후반으로 가면서 임현식씨가 극의 완급을 조절하는 핵심 연기자”라고 말했을 정도다. SBS 일요 아침드라마 ‘좋아 좋아’, KBS ‘멋진 친구들’에서도 임현식의 코믹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올해로 연기생활 31년째다. 그동안 단역이든, 조연이든 극의 비중에 상관없이 맡은 캐릭터를 소화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다. 코믹 연기를 하기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했다”는 임현식의 말에서 연기력은 하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오박사네 사람들’, ‘순풍 산부인과’ 등 시트콤에서 입지를 굳힌 오지명은 시트콤 연기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눌한 말투, 꺼부정한 자세는 시트콤에 잘 녹아 시청자로 하여금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런 그가 7년만에 다시 정통극의 주연으로 나서 진중한 연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MBC의 ‘당신 때문에’에서 상처한 홀아비로 나와 중년 시청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오지명은 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과거 ‘113 수사본부’ 등에서 액션 배우로 이름을 날렸던 연기자다.


진정한 연기의 깊이 보여줘

또한 KBS 대하사극 ‘태조 왕건’의 시청률 30%대의 높은 인기는 상당 부분 궁예 역을 맡은 김영철의 연기 덕분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펼치는 김영철은 30대 이상 남성 시청자에게 열띤 호응을 받고 있다.

정작 태조 왕건 역을 맡은 최수종은 김영철의 연기에 가려 눈에 띄지 않는다. PC통신 등에 올라오는 시청자 반응 역시 대부분 김영철의 연기를 칭찬하는 것이다.

자신을 30대 아줌마(천리안 ID:MICA)라고 밝힌 한 시청자는 “어린 연기자들은 김영철씨에게서 진정한 연기가 무엇인지를 배워야 한다. 한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김영철씨의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고 평가했다.

중견 연기자는 남성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여자 중견들도 이에 못지 않다. 지난해 SBS 주말극 ‘파도’에서 강인한 어머니로서 중년의 애절한 사랑을 절절히 표현해 올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김영애는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요즘 그녀는 KBS 일일 아침드라마 ‘민들레’와 MBC 주말극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서 주연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김영애 역시 “30년동안 연기를 해왔는데,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연기다. 새로운 캐릭터를 맡을 때는 언제나 대본을 수없이 읽어보고 상황설정을 해보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말했다.

성격 강한 연기를 주로 하는 고두심도 주연으로 나서고 있다. 18년째 출연하고 있는 MBC 주간극 ‘전원일기’에서 맏며느리로 나와 농촌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요즘에는 1950~1980년대 시대상황을 다룬 SBS ‘덕이’에서 30대에서 60대에 걸친 폭넓은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이밖에 1970년대를 시대배경으로 하는 KBS 주말극 ‘꼭지’에서 아버지의 전형을 보여주는 박근형, MBC ‘허준’과 KBS 일일 드라마 ‘좋은 걸 어떡해’에서 양극단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박정수, 5월29일부터 시작되는 SBS 월·화 드라마 ‘도둑의 딸’에서 도둑역을 맡은 주현 등이 요즘 젊은 스타급 연기자 못지 않는 사랑을 받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 소화

이처럼 중견 연기자가 뜨는 이유는 뭘까? 우선 최근 일고 있는 시대극과 사극 붐 때문이다. 사극이나 시대극은 성격이 강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낼 수 있는 원숙한 연기력을 가진 탤런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이미지 하나만으로 스타 자리에 오른 젊은 연기자들이 식상한 연기로 일관해 스타에게 몰렸던 관심이 중견 연기자에게로 옮겨가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밖에 최근 10~20대 위주의 획일적 대중문화에서 탈피해 중장년층을 아우르는 대중문화가 자리잡아가는 것도 중년 연기자들이 뜨는 이유다.


배국남 문화부기자 knbae@hk.co.kr

입력시간 2000/05/1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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