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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분석] 세기적 이벤트의 주연을 노린다

남북정상회담을 국제사회 등장의 계기로…

북한은 지금까지 남북대화의 전제로서 외세와의 공조 폐지 및 합동군사훈련 중지, 국가보안법 폐지, 통일운동 자유 보장 등 이른바 3대 선행조건을 내세워왔으나 이번 정상회담 합의에서는 이 조건을 문제삼지 않았다.

또한 북한의 공식 논리에서 대한민국(남한)은 여전히 ‘미제의 식민지’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러한 ‘남조선 괴뢰 정권’의 집권자인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 대통령을 만나면서 이를 북한 인민에게 어떻게 설명하려 하는지 우선 주목된다.

이미 정상회담에 합의하기 직전부터 북한의 공식 매체는 이른바 ‘조국통일 3대 헌장’에 대한 국제적 지지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었다.

이 3대 헌장이란 ▲7·4 공동성명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방안 ▲김일성 주석의 전민족 대단결 10대 강령을 가리킨다. 북한은 우호적인 국가와 해외 단체로부터 이를 지지하는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7·4 공동성명의 세번째인 ‘민족대단결’ 원칙이다.

즉 사상, 이념, 체제의 차이를 넘어서 민족대단결을 꾀한다는 원칙이다. 북한은 남북한간의 모든 교류와 협력을 민족대단결 원칙으로 설명해왔다. 남북 정상회담도 기본적으로 이 범주에 들어간다.


남북회담 정치적 부담은 유훈으로 회석

다음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설명하는 논리로서 흥미있는 내용을 지난 4월 정상회담 합의 후 평양방송에서 전하고 있다. 이 방송에 따르면 김정일 당시 당비서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100일 중앙추모회에 참석한 뒤 당 중앙위 간부들에게 담화를 하였다고 한다.

이 담화는 김일석 주석이 “북남 최고위급 회담과 관련하여 우리가 주동적으로 제기할 정치·경제적 문제들을 친히 구상하셨다”는 것이다.

또 김 주석이 1994년 7월6일 김정일 비서에게 전화를 하여 정상회담에 관해 “당의 의견을 듣자고 한다”고 하여 “수령께서 결심하시면 당에서 그대로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김일성 주석의 유훈으로 설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북한의 공식 매체들은 정상회담 합의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국통일 사업에서 위업을 이룬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남조선 괴뢰 집권자’와 만난다는 것뿐 아니라 선행조건을 내린 데 대해서도 북한 인민에게 납득이 가는 설명을 해야 한다.

정상회담에 따른 이와 같은 정치적 부담은 김 주석의 유훈으로 돌리고 그 성과는 김 위원장의 몫으로 삼으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회담의제로 주한미군 문제도 포함하여 이른바 ‘근본문제’에 언급함으로써 대내적 명분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특히 자주적 통일 및 연방제 통일에 대한 기본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스스로가 한반도 통일을 리드하는 지도자란 이미지를 심으려 할 것이다. 나아가 대남 관계에서 장차 정치·군사 문제의 타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끈도 놓지 않을 것이다.


은둔 벗고 중국방문, 개방정책 예상

다음으로 정상회담에 임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자세를 엿보는 데 중요한 자료가 5월29-31일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그의 중국 방문이다. 김 위원장과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및 김 위원장의 현지시찰 주요 장면을 중국 TV는 전부 방영했다.

김 위원장은 시종일관 웃으며 매우 쾌활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그동안 은둔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대외적으로도 공식 석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전세계에 보이려는 의지로 읽을 수 있다.

이는 북한 공식 매체에 평소 비치던 김 위원장의 매우 엄격한 모습과는 상반된 것이다. 여기에는 국제사회에 정상적인 지도자로 등장하기 위한 이미지 전략이 숨어있다.

또한 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한 리허설의 의미도 띠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영화나 혁명가극 제작을 통해 연출은 많이 해보았지만 자신이 직접 배우가 된 적은 없다. 정상회담이란 무대에서는 자신이 배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주목해야 할 것은 김 위원장이 중국의 개혁·개방에 대해 높이 평가한 점이다. 북한의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국이 실정에 맞는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하여 중국의 특색 있는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서 커다란 성과를 달성한 데 대하여 축하했다”고 회담 내용을 전하였다.

지금까지는 극구 거부했던 ‘개혁·개방’이란 표현을 직접 쓰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변화다. 중국측 보도로는 김 위원장이 덩샤오핑의 정책이 옳았음을 평가했다고도 전하고 있다.

중국의 실리콘 밸리에 해당하는 중관춘(中關村) 지역을 방문, 최대의 컴퓨터 공장을 시찰하기도 하였다. 어디까지나 북한식이 되겠지만 앞으로 북한이 개혁·개방에 상당히 적극적인 정책을 펼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장쪄민 주석과 만난 것은 중국으로부터 북한 입장에 대한 지지를 확실히해두기 위한 포석일 것이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이 주된 의제가 될 것이란 점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지지한 것은 남북 경제협력을 의식한 실리적 자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계산된 외교적 실리

지금까지는 남북 정상회담을 남한측에서 적극 추진해 왔기 때문에 남한측의 양보 측면만이 부각되어 왔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북한측에 가져다줄 메리트도 큰 것임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1998년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공식 승계가 끝났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되어왔다. 남북 정상회담은 전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세기적 이벤트다. 북한이란 국가가 국제사회에 정상적인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남한의 대북 정책은 북미, 북일 관계를 대결 국면에서 협상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고 북한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뜻을 남한측에 비공식적으로 전하였다고 한다.

최근 이탈리아, 호주와의 수교, EU와의 대화가 개시되고 캐나다, 필리핀 등 서방국가들과의 수교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이제는 남한과 어느 정도 외교적 균형을 이루어가며 남북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또한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는 미국이나 일본의 동아시아 전략이나 국내 사정으로 인해 시간이 걸리리란 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촉진할 자극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성공적인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한 일정한 합의는 만들어낼 것이다.

서동만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입력시간 2000/06/0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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