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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이제 대권으로 간다"

요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얼굴에 미소를 짓는 일이 부쩍 늘었다. 항상 미간에 힘을 줘 딱딱한 인상을 주었던 이총재의 얼굴은 5월 31일 전당대회가 끝난뒤 부터 한결 밝아졌다.

함박웃음을 짓는 회수도 늘어났다. 숱한 고난을 겪었지만 이제 대권 재도전의 길에 확실하게 들어섰기 때문일까.

이총재는 대권가도의 마지막 관문이었던 총재 경선에서 66.3% 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의 재신임을 받았다.

물론 이번 경선은 이총재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관심은 얼마나 큰 차이로 이기느냐에 집중될 정도. 이총재측은 70%대 득표를 목표로 “불공정 게임”이라는 다른 후보들의 항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표몰이에 집중했다.

개표결과는 목표치에는 다소 못미쳤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는게 이총재측의 분석이다. 다른 후보들은 이총재의 득표율을 60% 이하로 묶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세명이 합쳐 34.7%를 얻는데 그쳤다.


전 지역서 1위, 당 장악력 높여

이총재측은 무엇보다 득표 내용에 흡족해 하고 있다. 전지역에서 득표율 1위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부산에서 80%, 대구·경북에서 75%의 몰표를 얻어 한나라당의 텃밭에서 이총재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경남 마산출신의 강삼재 의원이 지지기반이라고 믿었던 부산에서 13표밖에 얻지 못한 사실과 비교하면 한나라당 대의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충남·북과 대전에서도 다른 후보들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이총재는 인천과 전남에서 평균 득표율보다 낮은 56%에 머물렀지만 경기 일부에서 80%, 서울 일부에서 75%의 지지를 얻어 수도권에 대한 발판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총재는 특히 1998년 총재 경선때 이한동, 김덕룡 후보와 겨뤄 얻은 55.7%보다도 10%가량 높아졌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서는 이총재외에 대안이 없다는 대세론에 힘이 실렸다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파동을 거치면서 흔들렸던 이총재의 당 장악력이 완벽하게 회복된 셈이다.

이총재는 부총재 경선에서도 부동의 1위로 꼽혔던 박근혜 후보를 누르고 최병렬 후보가 1위로 당선될 수 있게 했고 애초에 상위권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던 측근 하순봉 후보를 4위로 당선되도록 대의원들을 움직일 정도로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같은 자신감때문인지 이총재는 전당대회 이튿날 바로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에 측근들을 임명했고 2일 치러진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총무 경선에서도 내심 바라던 후보들을 당선시켰다. 대선패배와 당내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창당(昌黨)’으로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강한 재집권의지 드러내

이총재는 차기 대통령 후보를 결정할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2002년 7월께 까지 당무에 관한 전권을 쥐게 되고 특히 전당대회 직전인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공천에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총재의 향후 움직임은 대선 재도전에 유리한 기반과 환경을 확대재생산하는 쪽으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는 총재 수락 연설에서 “새로운 정권창출을 향한 대장정의 깃발 앞에 저를 세웠다”며 강한 재집권 의지를 드러냈다.

이총재는 ‘국가경영리더십’을 발표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생활정치,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부터 상향식 공천제 도입, 민주적 당운영, 당의 정책기능 강화 등 구체적인 안까지 내놓았다.

고흥길 총재특보는 “이번 경선을 통해 대의원들의 공통된 화두가 재집권이라는 점이 확인됐다”며 “이총재의 당장악력이 높아져 집권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고 말했다.


‘비주류 껴안기’ 과제

그렇지만 이총재의 앞날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총선전 공천파동에서 불거진 당내 비주류의 반발을 무마시키는 것부터 쉽지 않다. 이번 총재경선 과정에서도 이총재는 일부 무리한 선거운동으로 “포용력이 부족하고 독선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당내 비주류와의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

이총재는 이같은 부담을 덜기 위해 총재에 당선된 직후 김덕룡 의원과 강삼재 의원을 부총재로 추천하는 화해의 몸짓을 보였다.

기자간담회에서도 “당 운영에서 주류와 비주류의 차별은 없을 것이다. 당직에 참여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거나 소원해지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8%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한 김덕룡 의원은 끝까지 부총재직 제의를 뿌리치고 이총재의 연락마저 받지 않았다.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부총재와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박부총재는 “주류측의 견제로 경선의미가 퇴색됐다”며 “앞으로 이총재에 대한 건강한 비판세력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덕룡 의원과 박근혜 부총재 등 비주류들의 공조 가능성도 그럴듯하게 흘러나오고 있어 이총재의 당내입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국주도권 놓고 힘겨운 싸움 예상

당바깥의 사정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가 서서히 복원되고 었어 다수당의 위치가 흔들릴 조짐이 보이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아 자칫 정국주도권을 다시 찾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총재는 일단 정부가 요청한 한나라당의 남북정상회담 참여를 거부한데 이어 이한동 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 원구성 협상에서 자민련 배제, 교섭단체 구성요건완화에 대한 물리적 저지 등을 통해 정국주도권 탈환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김대통령의 술수에 말려 정국주도권을 뺏겼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참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은 다 알 것”이라며 “마치 어떤 전야(前夜)에 와있는 느낌”이라고 말해 대여 공세의 강도를 높여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기에 사사건건 반대만 하기에도 부담이다.

뚜렷한 지역적 기반이 없는 이총재가 대통령 후보로 확실히 부상하기 위해서는 생산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집권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반 DJ에서 생겨나는 반사적인 지지를 적극적인 지지로 전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총재가 지난 2년간 반 DJ정서에 의존하는 ‘투쟁의 리더십’만으로 일관했다는 것이 당내외의 평가다.

이에 대해 이총재는 “청와대의 야당탄압에 맞서 살아남는데 급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변화와 새로움’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 지가 열쇠다.


정치환경 일단 ‘맑음’

그러나 이총재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은 과거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 공통적인 분석이다.

2년전 이총재가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 총재로 당선된 날 검찰은 서상목 전의원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내리고 세풍수사에 들어갔고 여권의 야당의원 빼내기가 본격화했다.

그러나 지금은 4·13 총선을 통해 원내 제1당의 위치를 확고히 했고 총재경선에서 대의원들의 지지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대통령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우위가 확인된 이상 집권 후반기를 원만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이총재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무리하게 야당의 신경을 건들이는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로서는 2년 전에 비해 대권으로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진 것이다.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입력시간 2000/06/0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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